“겨울만 되면 담배 냄새가 유독 심하게 납니다. 특히 손에 담배 냄새가 심하게 배어서 문제입니다. 이번 겨울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냄새를 덜 풍기려고 아예 담배를 이렇게 피우고 있습니다(아래 사진 참조). 겨울에 담배 냄새가 심한 이유가 따로 있나요?” ─ 서울 보라매 공원에 서식 중인 야구 소년 P
네, 이상합니다. 악취는 보통 여름에 그러니까 기온이 높을수록 더 심하게 마련입니다. 쓰레기 냄새도 그렇고 땀 냄새나 발 냄새도 그렇습니다.
이건 기본적으로 냄새가 ‘확산(擴散)’이라는 분자 운동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확산은 기체 분자가 다른 기체나 액체 속으로 스스로 퍼져나가는 현상을 뜻하는 표현입니다. 학창시절 과학 시간에 배운 것처럼 온도가 높을수록 확산 속도도 빠릅니다. 그래서 얼핏 생각하면 기온이 낮은 겨울에는 냄새가 적게 퍼져야 하고 자연스레 담배 냄새도 덜해야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바깥에서는 겨울에 담배 냄새가 적게 납니다. 문제는 담배 냄새가 몸에서 나는 냄새라는 데서 비롯됩니다.
우리 몸은 피부를 통해 바깥으로 열에너지를 방출하고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 열을 적게 내보냅니다. 그래야 바깥 기온이 낮아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냄새를 품고 있는 분자도 멀리 퍼지지 못한 채 피부 그리고 피부와 맞닿은 옷 속에 머물게 됩니다. 그러다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면 그제야 우리 몸이 열에너지를 내뿜고 냄새 분자도 확산을 시작합니다. 바깥에서 냄새를 품은 채 실내로 들어오는 셈입니다.
게다가 겨울옷은 대부분 섬유 사이에 공기층을 만들어 보온 효과를 내는 방식입니다. 이 공기층 안에 우리 몸이 만들어낸 열은 물론 땀(습기)도 갇힙니다. 습기는 담배 냄새를 아주 잘 흡수합니다. (그래서 옷에서 밴 담배 냄새를 없애고 싶을 때는 습기가 많은 곳에 걸어두면 도움이 됩니다.)
이번에도 실내로 돌아오면 담배 냄새 분자가 퍼지게 됩니다. 담배를 쥐었던 손에도 온기와 습기가 있을 테니까 담배 냄새가 남는 원리가 이해가 가시죠? 담배 연기가 직접 들어가는 입안 역시 온기와 습기를 모두 품은 곳이니 더 설명하지 않아도 이유를 아시리라 짐작합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겨울철에 몸에 담배 냄새가 배는 걸 줄이시려면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서 피우시는 게 좋습니다. 양치 또는 가글링도 담배를 피우고 나서 바로 하시는 편이 좋고요. 물론 아예 담배를 끊으시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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