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30∼45%가 낙상 경험
뼈 부러지면 회복기간 6∼12개월… 욕창-폐색전증 등 합병증 이어져
낙상 후 곧바로 병원 찾아가고 칼슘 섭취, 근력운동 꾸준히 해야
동아일보DB
81세인 김모 씨(여)는 밤에 소변을 보러 가다 미끄러져 살짝 엉덩방아를 찧었다. 사타구니가 아팠지만 자녀에게 연락도 않고 사흘을 참고 지내다 결국 119구급차로 병원에 입원했다. 알고 보니 고관절 골절이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기력이 약해져 계속 누워 지내던 김 씨는 6개월 만에 사망했다. 날씨가 추워지고 눈이 오면서 ‘낙상(落傷)’이 자주 발생한다. 빙판길에서 한 번쯤 넘어질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고령층에게는 치명적이라고 전문의들은 경고한다.
○ 낙상, 고령층에게는 암 못지않게 치명적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체 손상으로 인한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결과 자살, 교통사고에 이어 낙상이 3위를 차지했다. 낙상으로 인한 입원 환자가 인구 10만 명당 무려 1867명에 달한다. 낙상 관련 환자 역시 2011년 24만5000명에서 2015년 28만4000명으로 16%나 증가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의 낙상 입원은 같은 기간 32%나 증가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어 낙상 환자가 늘어나는 경향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65세 이상 노인의 30∼45%가 낙상을 경험한다. 넘어지면서 손을 짚어 손목뼈, 어깨뼈 등의 골절이 빈발하고, 엉덩방아를 찧으면 대퇴골 근위부인 엉덩이뼈, 척추뼈 등의 골절이 발생한다. 남성 낙상 시에는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이, 여성에겐 고관절 골절이 가장 많다.
문제는 낙상이 단순한 골절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아산병원 장일영 노년내과 장전문의는 “낙상으로 입원한 노인의 50% 정도가 수술이 잘되어도 1년 이내에 사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낙상은 단순히 운이 없거나 부주의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근육 감소, 운동능력 저하, 체내 수분량 감소, 시력과 청력 약화 등 거의 모든 노화와 연관된다. 관절이나 뼈, 근육이 약해지고 균형을 잡는 능력이 떨어져 쉽게 넘어진다는 의미다.
낙상으로 뼈가 부러지면 6∼12개월의 회복 기간은 물론이고 수많은 합병증이 이어진다. 서울아산병원 이은주 노년내과 교수는 “골절 부위의 통증으로 인해 누워 지내면서 욕창, 폐렴, 폐색전증, 근육 위축 등 전신적인 합병증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부정맥, 기립성 저혈압, 심근경색 등 순환기 질환, 저혈당증, 갑상샘 기능 이상증 등 내분비 질환, 관절염, 요통, 근육통 등 근골격계 질환 등 많은 노인성 질환이 낙상과 함께 발생한다. 특히 독립적으로 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우울증, 불면증 등 정신질환도 유발시킨다.
낙상을 예방하려면 약해진 근력은 물론이고 몸의 균형을 방해하는 요인을 찾아야 한다. 우선 자신이 어떤 약물을 먹는지 체크한다. 고혈압 약, 신경안정제 등은 부작용으로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의사와 상의해 양을 조절해야 한다. 주위 환경도 살핀다. 미끄러운 바닥, 어두운 조명, 불규칙한 계단, 문턱, 고정돼 있지 않은 깔개 등을 항상 주의해야 한다. 발에 걸리기 쉬운 전기 플러그 등 장애물도 치운다.
넘어질 경우 단순 타박상으로 생각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낙상 후 병원을 찾아 몸의 이상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 오모 씨(81)는 빙판길에 넘어져 손목이 골절됐다. 바로 병원을 찾아 골절 부위를 발견해 수술했다. 이후 꾸준히 운동해 낙상 후 더 건강해졌다.
평소 수용감각기관, 하지의 균형, 근력과 심폐 기능을 강화시키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발끝으로 일어서기, 무릎을 가슴까지 당기기, 앉았다가 일어서기 등의 근력운동을 한 번 실시할 때 10∼15회씩 2, 3세트는 하는 것이 좋다. 한 발로 서기, 손으로 이름 쓰기, 눈감고 한 발로 서기 등 균형운동을 30초씩 하루 3∼5번, 주 3∼5회 실시한다. 삼성서울병원 박원하 정형외과 교수는 “골다공증이나 고령의 환자들은 꾸준히 칼슘을 섭취해야 한다”며 “다만 지나치게 복용하면 결석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전문가와 상의해 복용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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