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을 조금 감수하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일입니다. 많은 분이 동참했으면 좋겠습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학생인 이명준 씨(23·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와 정현기 씨(23·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는 최근 학교에서 조혈모세포 단체 기증 캠페인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안내 포스터를 만들어 학교 곳곳에 붙일 예정이다.
이 씨는 “기증 서약을 위해서는 샘플로 소량의 혈액을 뽑아야 하는데 15명 이상 모이면 기관에서 출장을 와 간편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우선 1월까지 기증자를 모으고 학기 중에도 모집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두 사람은 모두 헌혈 경력이 화려하다. 이 씨는 18세부터 지금까지 34번 헌혈했다. 정 씨도 헌혈 경험이 10여 차례다. 이 씨는 “3년 전 군대에 입대하기 전 헌혈하러 갔다가 조혈모세포를 기증하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길 듣고 그 자리에서 기증 서약서를 썼다”고 말했다. 정 씨는 2년 전 서약서를 썼단다. 조혈모세포는 혈액을 구성하는 성분을 만드는 줄기세포로, 백혈병 등 난치성 혈액암 환자의 치료에 꼭 필요하다.
올해 6월 이들은 조혈모세포를 이식할 수 있는 환자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조혈모세포를 기증하려면 환자와 기증자의 ‘조직적합성항원(HLA)’이라는 유전자형이 일치해야 한다. 가족이 아닌 경우 그 확률이 2만 분의 1 수준으로 매우 낮다. 이달 20일 두 사람은 각각 한 명의 환자를 살렸다. 정 씨는 “서로 조혈모세포 기증 서약서를 쓴지 모르고 있었는데 같은 날 친구와 좋은 일을 함께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함께 기증운동을 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3, 4일 전 피하주사로 촉진제를 맞은 뒤 2, 3일간 입원해 헌혈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씨는 “촉진제를 맞으면 몸살 기운이 살짝 오긴 하지만 2주면 금세 회복된다”고 소개했다.
정 씨는 “한 해 동안 이뤄지는 조혈모세포 이식이 단 500여 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기증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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