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스트폴루이 유적서 발견된 개 화석 상당수가 늑대라는 연구 나와
美 보이코 교수 “늑대가 생존 위해… 인간에게 길들여져 개 됐을 수도”
개 조상과 가장 비슷한 개는 ‘바센지’
2018년 무술(戊戌)년은 육십갑자로 따지면 누런(黃) 개의 해다. 누런색이 금색과 닮아 복을 부르는 의미로 ‘황금개’의 해라고도 한다. 그런데 개의 기원을 살펴보면 황금개가 아닌 ‘황금늑대의 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개라고 알려졌던 과거의 흔적을 따지고 보면 개와 늑대가 섞여서 거론됐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8월 애비 드레이크 스페인 레이 후안 카를로스대 연구원팀은 그동안 개 화석으로 알려졌던 화석의 상당수가 늑대 화석이라는 연구를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했다. 러시아 북쪽 우스트폴루이 유적에서 발견된 개 화석 26개 중 진짜 개 화석은 4개뿐이란 주장이다. 이 지역은 1850∼2250년 전에 만들어진 유적지로, 여기서 발견된 개 화석은 인간이 개를 사육했다는 증거로 쓰였다. 연구팀은 심지어 러시아 남부 이볼긴 지역의 철기시대 유적에서 나온 개 화석은 모두 개가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화석이 발견되면 턱뼈 화석의 형태를 보고 개인지 늑대인지 판단한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3차원(3D) 모델링 기술로 화석의 턱뼈 형태를 복원해 분석했다. 이 기술은 99.5%의 정확도로 현생 개와 늑대를 구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우스트폴루이 화석 중 3개, 이볼긴 화석 중 8개는 확실히 늑대”라고 말했다.
개와 늑대를 헷갈리는 것이 단순히 화석 때문만은 아니다. 개와 늑대는 포유동물 중에서도 특별한 관계에 있다.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종을 교잡하면 자손이 태어나도 그 다음 세대로 이어지진 못 한다. 그러나 개과(Canidae) 동물은 다르다. 개과 개속(Canis)의 늑대, 개, 코요테, 자칼은 서로 교잡이 가능하고 세대를 거쳐 번식이 가능하다. 종이 구분돼 있지만 유전적으로 비슷하고 가깝다는 뜻이다. 특히 회색늑대 종 내 회색늑대, 늑대, 딩고, 개, 인도늑대, 히말라야늑대는 아종(종을 다시 세분한 단위)으로 간신히 구분할 정도로 교잡이 자유롭다. 개와 늑대 교잡종을 ‘늑대개’라고 부르며 사육할 수 있을 정도다.
현생 동물조차 구분이 어려운 만큼 개의 기원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정설은 3만3000∼3만6000년 전 공통 조상에서 개와 늑대가 분리됐다는 설이다. 2013년 러시아 알타이산맥에 있는 동굴에서 발견된 3만3000년 된 개 화석이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알타이 개’로 불리는 이 화석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현생 늑대보다 개 유전자와 더 가깝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에는 개 조상이 나타난 시기가 조금 더 앞당겨졌다. 크리슈나 베라마 미국 스토니브룩대 교수팀은 7000년 전에 만들어진 개 화석에서 유전자를 추출하여 돌연변이 발생 확률을 계산해 최대 4만1500년 전에 공통 조상에서 개 조상과 늑대 조상이 갈라졌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때 갈라진 개 조상을 정말 ‘개’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개의 기원을 쫓고 있는 애덤 보이코 미국 코넬대 교수는 “멸종위기에 처한 과거 개의 조상(늑대)이 생존을 위해 인간에게 길들여져 오늘날 개가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드레이크 연구원도 “7000∼9000년 전 개부터 진짜 ‘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 조상의 모습은 현생 개의 유전자를 비교해 추정해 볼 수 있다. 하이디 파커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원은 현생 개 161품종의 유전자를 비교해 개 조상과 가장 가까운 현생 개를 찾아 나섰다. 연구 결과 개 조상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것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진화한 품종 ‘바센지’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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