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발톱 개구리와 수정했을 때… 3L-4L 염색체가 항상 없어져
생존과 연관된 유전자 발현 줄어
실험동물로 널리 쓰이는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Xenopus laevis)는 독특한 동물이다. 다른 종으로 분류되는 친척 발톱 개구리와 교배할 수 있는데 항상 되는 것은 아니고 특정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최근 발톱 개구리 이종 교배의 비밀이 밝혀졌다.
레베카 힐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세포 및 발달생물학부 교수팀은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의 이종 교배가 가능한 조건을 밝혀 과학 학술지 네이처 11일자에 발표했다.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 알은 다른 종인 서양 발톱 개구리(Xenopus tropicalis) 정자로 수정된 뒤 올챙이로 자랄 수 있다. 반대 경우에는 수정은 일어나지만 올챙이까지 발달하지 못하고 발생 단계에서 죽는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두 종의 알과 정자를 수정해 배아를 만든 뒤 배아의 게놈 전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의 정자와 서양 발톱 개구리의 알을 수정했을 때는 3L염색체와 4L염색체가 항상 없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염색체가 없어진 배아는 발생 단계에서 생존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당 분해 및 지방 분해, 흡수 작용을 담당하는 유전자 발현이 줄었다.
연구에 참여한 권태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교수는 “서로 다른 종으로 분화한 뒤 이종 교배가 일어나기 어려운 이유를 밝혔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는 알 크기가 1mm 정도로 커 관찰이 쉬운 데다 체외 수정으로 한 번에 수백 개씩 수정란을 얻을 수 있어서 배아 발달 과정 연구에 널리 쓰이는 실험동물이다. 존 거던 영국 케임브리지대 거던연구소장이 이 개구리를 이용해 수행한 체세포 복제 연구가 유명하다. 이 연구를 시작으로 각종 복제 동물이 만들어졌다. 오래전부터 실험동물로 쓰였지만 게놈 서열은 최근에야 분석이 완료됐다. 권 교수가 1저자로 참여한 한국, 미국, 일본 국제 공동연구팀이 2016년 10월 분석을 완료해 네이처에 연구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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