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지끈거리는 두통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 ‘이러다 말겠지’라며 참거나 빈속에 두통약을 털어 넣는다. 두통은 전체 인구의 80%가 경험할 정도로 흔하다. 하지만 주 2회 이상, 한 달에 8회 이상 두통이 생기면 방치해선 안 된다. 심각한 만성두통으로 악화되거나 뇌질환으로 인한 통증일 수 있어서다. 의료계가 정한 ‘두통의 날’(1월 23일)을 맞아 두통 대처법을 신경과 전문의들에게 들어봤다.
○ ‘두통일기’ 쓴 뒤 전문의와 상담
만성적으로 ‘머리가 아픈’ 한국인이 크게 늘고 있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국내 주요 두통 환자의 추이를 보면 △편두통 39만7492명→50만7268명 △긴장형 두통 36만6545명→40만9700명 △군발성 두통(매우 심한 두통이 주기적으로 몇 개월에 한 번씩 나타나는 것) 5259명→1만944명 등이다. 1차성 두통 환자가 76만9296명에서 92만7912명으로 21% 증가했다.
두통이 있다면 어떤 두통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편두통은 민감한 혈관반응성과 머리의 통증을 담당하는 신경의 복합 작용으로 생긴다. 머리 어느 부위에서나 지끈거림이 나타날 수 있다. 시상하부의 기능 이상 탓에 생기는 ‘군발성 두통’은 눈 주위가 아파오면서 날카롭게 쿡쿡 쑤시는 듯한 통증이 일정 시간대에 생긴다. ‘긴장형 두통’은 뒷머리와 뒷목이 뻐근하고 조여 오는 증세다. 주로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회의 시간 머리가 아팠다가 회의가 끝난 후 통증이 사라졌다면 전형적인 긴장형 두통이다.
한국인에게는 긴장형 두통이 가장 많다고 한다. 편두통은 고통이 심해 병원을 찾는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다. 자신의 두통 원인과 증세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전문의를 만나기 전 ‘두통일기’를 써보는 게 좋다. 두통 발생 빈도나 통증 정도, 두통 발생 시 신체 변화 등을 기록해 전문의와 상의하면 보다 정확한 대처법을 찾아낼 수 있다. 이학영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두통의 원인은 너무 다양해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전문의 진단 결과 군발성 두통이라면 산소마스크로 순도 100% 산소를 흡입하는 산소요법이나 통증을 감소시키는 약물요법을 시행한다. 편두통의 경우 약물치료와 함께 수면 관리, 피로 조절, 카페인 줄이기 등 비약물적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긴장형 두통은 가벼운 진통제로 통증을 완화시키면서 충분히 쉬는 것이 중요하다.
○ 두통 발생 전 ‘예방치료’가 중요
다만 약물을 자주 복용하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또 만성두통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권순억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두통의 빈도가 너무 잦거나 심한 환자라면 머리가 아픈 뒤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아프지 않게 하는 ‘예방 치료’가 중요하다”고 했다. 두통이 생기지 않게 하는 약을 쓰거나 침 등을 활용한 비약물 치료, 사고나 감각을 조절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인지치료 등이 주요 예방 치료다.
생활습관에 변화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불규칙적인 식사로 혈당이 급격히 변하면 두통이 생기기 쉽다. 일주일에 4일은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해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 충분한 수면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면 부족은 두통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또 술이나 담배를 끊고 강한 빛이나 향수 등 지나치게 감각을 자극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커피 속 카페인은 심장을 뛰게 하고 혈압을 상승시켜 두통을 일으킨다. 목과 머리 주변 근육이 긴장하면 두통의 원인이 되므로 평소 자세를 바르게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심한 두통이 갑자기 생기거나 두통과 함께 졸림, 기억력 감소, 발열, 구토, 균형감각 이상, 시력장애 등이 생긴다면 뇌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이미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종양, 뇌막염, 뇌출혈 등으로 인한 2차성 두통의 경우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