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새해에는 좀더 많은 책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변화를 줬다. 그동안 신간 한 권을 깊게 산책했다면, 이제는 여러 신간을 다양하고 가볍게 맛보는 '진미(珍味)' 산책에 나설 요량이다. 따끈한 신간 3권을 동시에 소개하며 독자들이 선택의 즐거움도 맛볼 수 있도록 하겠다.
화려한 '황금개'의 새해가 밝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첫 달도 마무리되고 있다. 이토록 삶은 지루하다 싶으면서도 야속할 정도로 빠르게 우리를 앞서 나가기도 한다.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한 까닭이다. 당신의 하루하루가 다른 재미와 익숙한 기쁨과 의미 있는 성장으로 가득 채워지길 바라며...
◆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마이클 해리스/어크로스)
이 책은 주로 테크놀로지의 사회적 측면과 시민 자유에 관한 글을 쓰는 캐나다의 논픽션 작가 마이클 해리스의 신간으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두 드러나고 연결되는 세상 속에서 의도적으로 '홀로 있음'에 도전해 본 작가의 기록이다.
연결을 끊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지금의 환경 속에 길들여져 이제는 공백상태를 두려워하는 현대인들, 우리는 끊임없는 연결 속에서 존재를 확인 받고 싶어한다. 그 결과 잠자리에서도 핸드폰을 놓지 못하고 타인의 '좋아요!'에 매달리게 된 오늘날, 저자는 자신의 실험과 경험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혼자 고립될 권리'가 꼭 필요하다고 전한다.
이때 '고립'은 자신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외부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내적 공간의 확보를 뜻한다. 저자는 홀로 있음으로써 인간은 새로운 아이디어, 자신에 대한 이해, 타인과의 관계 개선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며, 홀로 있음이란 군중으로부터 달아나거나 군중 속에서 누락되는 것이 아닌, 건강한 존재로의 자기회복의 시간임을 다양한 사례와 전문가 인터뷰, 자신의 경험을 통해 설명한다.
가장 가까이에서 당신을 바라 볼 수 있는 방법, 혼자 만의 시간을 통해 각자가 사적인 자아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만끽하길 기대한다.
◆ 고전의 이유(김한식/뜨인돌)
상명대학교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는 김한식 교수의 신간이다. 이 책은 서두에 고전 읽기에 실패했던 독자, 고전을 깊이 이해하기 원하는 독자를 위한 안내서임을 밝혀두고 있다. 제목만 익숙한 고전 작품들, 하지만 막상 읽어보려 하면 어렵거나 지루해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인내하며 완독해 보아도 왜 그렇게 호평을 받는지 와 닿지 않을 때도 많다.
고전 읽기에 지쳐있는 독자들에게 반가운 이 책은 말 그대로, 고전의 반열에 오른 소설 작품들이 어떤 가치를 담고 있기에 수백 년을 넘어 여전히 읽히는지 작품을 둘러싼 여러 의미를 독자들에게 친절히 설명해주는 책이다.
책 속에는 '돈키호테','안나 카레니나','백 년 동안의 고독'을 비롯해 총 15작품이 담겨 있다. 중간중간의 원문과 그 작품의 초판, 다양한 버전의 표지, 삽화, 영화포스터, 실제 배경장소의 사진 등 볼거리도 가득하다. 한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과 관점, 그리고 시대적 맥락을 전하며 고전과 독자의 거리를 한층 좁혀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장 원문을 찾아 읽고 싶어 질 것이다. 그리고 그전에는 읽히지 않던 글이, 보이지 않던 의미가 환하게 다가올 것이다. 올해에는 책장에 꽂혀만 있던 고전들을 꺼내어 펼쳐보는 한 해가 되길!
◆ 문장의 온도(한정주/다산초당)
'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이 책은 한정주 고전연구가가 북학파 실학자 이덕무(李德懋)선생의 글을 정리하고 해석한 책이다. 저자는 '읽을수록 매료되고 틈틈이 곱씹게 되는 문장들'이라는 찬사와 함께, 이덕무가 남긴 소품문 에세이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의 아름다운 문장을 빌려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잃은 현대인들에게 우리가 하루하루 마주하는 소확행(小確幸)의 가치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그렇다. 살아있음으로 접할 수 있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우리는 놓치며 살고 있다. 이 책은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는 다양한 풍경, 생명, 상황을 짚어보며 존재의 가치와 즐거움을 확인한다. 이덕무는 항상 종이와 붓과 먹을 품고 다니면서 신분고하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묻고 듣고 말하며 얻은 세상의 온갖 지식정보를 그대로 옮겨 적었다고 한다.
형식이나 격식에 구속 받지 않고 그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진솔하게 옮겨 적은 그의 원문과 함께 한정주 선생의 번역과 해석이 들어있다. 일상의 문장들과 해석을 야금야금 읽어나가다 보면 '맞아! 그렇지!'하며 공감의 환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원문뿐 아니라 역사 상황을 비롯해 관련 인문학 지식으로 현대에 맞게 풀어 낸 저자의 해석도 감탄할 만하다.
글 / 오서현 (oh-koob@naver.com)
좋은 책을 널리 알리고 비(非)독자를 독서의 세계로 안내하고자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는 도서 큐레이터. 최근, 수년간 기획하고 준비한 북클럽을 오프라인 서점 '최인아책방'과 함께 운영하며,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한 달에 한 권, 수 많은 신간 중 놓쳐서는 안될 양질의 책을 추천하고 있다. 도서 큐레이터가 세심하게 고른 한 권의 책을 받아보고,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최인아책방 북클럽은 항상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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