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 약물을 넣어 부풀린 뒤 약물 속에서 지방을 빼는 거예요. 풍선에서 바람을 빼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요. 다만 수술이 끝나고 바로 ‘짠’ 하고 날씬해지는 게 아니라 약물이 서서히 빠지면서 배가 들어가기 시작할 거예요.”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365mc병원. 서재원 원장이 복부 사진을 벽면 모니터에 띄워 놓고 지방흡입 수술 원리와 과정, 주의사항을 꼼꼼히 설명했다. 김현정(가명·22·여) 씨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서 원장의 설명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동아일보와 365mc가 공동 진행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꾸밈(꿈-I‘m) 프로젝트’의 참가자 3명 중 김 씨와 양지윤(가명·23·여) 씨의 수술이 끝났다. 박미혜(가명·22·여) 씨는 수술을 위해 사전 체중 감량 중이다. 꾸밈 프로젝트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비만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저소득 고도비만 환자들에게 건강한 삶을 되찾아 주기 위해 마련했다.
이날 김 씨는 첫 지방흡입 수술을 받았다. 서 원장은 수술 전 김 씨의 지방층 두께와 근육량, 지방 상태 및 셀룰라이트 정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했다. 수술대에 누우면 피부가 뒤로 밀려 지방이 많이 몰려 있는 부위가 펑퍼짐해진다. 어느 부위에 지방이 많은지 분간하기 어려운 만큼 사전에 꼼꼼히 파악해 놓아야 한다.
꾸밈 프로젝트에 참여할 당시 김 씨는 키 174cm, 몸무게 88.8kg이었다. 다른 두 참가자와 달리 초고도비만은 아니어서 사전 체중 감량 없이 바로 지방흡입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두 차례 수술을 통해 복부와 등, 팔 부위에서 5000cc가량의 지방을 뺐다. 그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지금보다 20∼25kg을 감량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김 씨의 꿈은 날렵한 경호원이다.
가장 먼저 꾸밈 프로젝트에 참여한 양 씨는 수술 전 체중 감량과 수술을 모두 마쳤다. 키 160cm, 몸무게 101.7kg, 체질량지수(BMI) 39.7의 초고도비만이었던 그는 사전 감량으로만 18.3kg을 줄였다. 채규희 365mc 노원점 대표원장은 “근육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방만을 줄여 의미가 크다”고 했다.
프로젝트 참여 이후 양 씨는 일주일에 두 번씩 365mc 노원점을 방문해 한 번은 복부, 한 번은 허벅지에 지방분해주사(HPL)를 맞았다. 채 원장은 양 씨의 운동 습관과 식단을 꼼꼼히 체크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채 원장의 걱정이 컸다. 수술 전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이 필수다. 하지만 자신감을 잃은 양 씨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젝트 참가 첫 달 7.3kg을 감량하면서 몸이 가벼워지자 양 씨는 매일 걷기 운동을 했다. 30분씩 걷던 양 씨는 일주일 단위로 10분씩 운동 시간을 늘렸다. 두 번째 달에 4.5kg을 감량하자 자신감은 배가됐다. 셋째 달에도 6.5kg을 감량한 뒤 세 차례에 걸쳐 지방흡입 수술을 받았다. 이때 제거한 지방은 9800cc다.
바지 사이즈가 두 치수 줄어든 양 씨는 “일단 급한 대로 바지 두 벌을 새로 샀다”며 “예전에는 퉁퉁했는데, 이제는 통통해진 기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애견미용사라는 꿈을 향해 그렇게 한 발씩 나아가고 있었다.
김 씨와 양 씨는 이달부터 수술 후(後)관리를 받기 시작한다. 후관리는 엔더몰로지, 카복시세러피, 고주파세러피 등 세 가지를 2주씩 진행한다. 각각 원리는 다르지만 수술 후 림프순환을 돕고 뭉침과 탄력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영양 상담도 꾸준히 받게 된다.
수술 전 체중 감량 절차에 돌입한 박 씨는 한 달 정도 관리를 받은 결과, 4.3kg을 감량했다. 3교대 근무를 하는 직업 특성상 생활이 불규칙해 일주일에 한 번밖에 병원을 찾지 못한다. 식사도 고칼로리 음식으로 간단히 때우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박 씨가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 채 원장은 “이번 달에도 비슷한 수준의 체중 감량이 이뤄지면 계획대로 수술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난과 비만을 이겨내고 새로운 꿈을 향한 세 여성의 ‘자신과의 싸움’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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