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 씨(46)는 10년 전부터 겨울만 되면 유난히 손발이 시렸다. 특히 추운 날 야외 활동을 하거나 차가운 물로 설거지를 하면 손끝, 발끝이 창백해질 정도였다. 수족냉증 정도로 여겨 10년을 버틴 김 씨는 최근 손이 저리기 시작했다. 손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감각이상)까지 들었다.
김 씨의 증상은 겨울철 젊은 여성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레이노 증후군이다. 레이노 증후군이란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부분에 혈관이 수축해 피부색이 변하는 질환이다. 주로 추운 환경에서 일하거나 손끝에 진동이 심한 작업을 할 때 잘 생긴다. 추위나 심리적 자극이 있을 때 피부가 창백해지고 이후 청색으로 변했다가 붉어지는 3단계 피부색 변화를 동반한다.
피부색만 변하는 게 아니다. 손끝이나 발끝이 창백해지고 청색으로 변하는 1, 2단계에서는 저리는 느낌 또는 무감각 등 감각이상이 나타나고, 붉어지는 3단계에서는 통증이 심해진다. 코나 귀에서도 같은 증세가 생길 수 있다.
레이노 증후군은 특정 그룹에서 잘 발병한다. 20∼40대 여성과 흡연자, 추운 환경에 자주 노출된 직업군이 대표적이다. 또 진동이 심한 곳에서 일하는 건설업, 제조업 종사자에게도 흔히 나타날 수 있다. 이 질환을 방치하면 전신경화증과 같은 류머티즘으로 악화될 수 있다.
무엇보다 증상의 원인인 추위나 정서적 스트레스, 진동 등 유발 인자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장갑이나 핫팩 등 손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제품을 휴대하고, 손과 발뿐 아니라 머리와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 또 피부 건조 방지, 피부 마사지, 규칙적인 운동 등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흡연자라면 금연을 하는 것이 필수다. 흡연은 말초혈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쳐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김완욱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레이노 증후군 환자 3명 중 1명은 루푸스나 전신성 경피증, 혈관염 등 자가면역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다”며 “초기 증상이 있을 때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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