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딴 김민석 선수(19·성남시청)가 경주를 끝낸 뒤 스케이트를 벗자 맨발 위 물집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4강에 오른 정현 선수도 발에 생긴 물집이 터져 붉은 속살이 드러났음에도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해 화제가 됐다. 평소보다 심한 운동을 하면 물집을 피할 수 없다. 피부과 전문의들과 함께 ‘물집의 건강학’을 알아봤다.
○ 물집 터뜨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물집’은 말 그대로 피부에 액체를 포함한 주머니가 생기는 것이다.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지만 몸의 특정 부위에 강한 힘이 가해질 때 많이 발생한다. 사람의 피부는 △표피 △진피 △피하지방으로 나뉜다. 마찰로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표피의 세포가 파열되면 단백질 성분의 묽은 액체가 나온다. 이로 인해 피부 표면이 팽창하는 동시에 진피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준다.
물집 속 액체는 맑은 색이거나 혈액으로 인해 살짝 붉은색을 띤다. 만약 노란색이거나 물집 주변이 빨개지고 통증이 심하면 물집 부위가 곪은 것이다. 이렇게 물집이 커지면 ‘터뜨려야 할지, 놔둬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물집과 통증이 심하지 않으면 일부러 터뜨리지 않는 것이 좋다. 물집은 따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일주일이면 저절로 없어진다. 물집을 터뜨리고 관리를 잘못하면 자칫 2차 감염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반창고나 붕대를 여러 겹 붙여 물집 주위에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미 물집이 터졌다면 소독을 하고 의료용 솜이나 거즈를 덧대 고정시킨다.
을지대병원 정경은 피부과 교수는 “물집이 커 제거를 하고 싶다면 깨끗이 소독한 바늘에 실을 꿰어 물집이 있는 곳에 실을 통과시켜 물집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며 “이후 피부와 피부껍질은 최대한 원래 상태 그대로 두고 거즈와 소독약을 사용해 2차 감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발 물집이 자주 생기는 사람은 평소 자신의 발 사이즈보다 조금 크고 발 모양과 잘 맞는 가벼운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체질상 발에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은 발한억제제나 녹말 또는 파우더를 사용하면 장시간 걸어도 물집이 생길 확률이 줄어든다.
○ 손가락 사이 물집, 바이러스 감염 물집
별다른 마찰이 없었는데도 손가락 사이에 울긋불긋한 물집이 생길 수 있다. ‘한포진’이란 피부질환이다. 손바닥과 손가락 옆쪽이 가려워지면서 물집이 생긴다. 물집이 가라앉으면 피부 껍질이 벗겨지고 갈라지면서 피가 나기도 한다.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토피 피부염처럼 알레르기성 질환과 연관이 있다고 의료계는 보고 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날씨가 더울 때 자주 발생한다. 긁으면 세균 감염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 냉찜질을 통해 가려움을 줄여야 한다. 3주가량 지나도 저절로 없어지지 않는다면 피부과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삼성서울병원 이종희 피부과 교수는 “순한 비누와 미지근한 물로 손을 잘 닦은 뒤 연고나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줘야 한다”며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잠을 충분히 자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피부가 따끔거리고 입 주변이나 눈가, 성기 주변에 물집이 무리지어 생긴다. 이 역시 스트레스나 고열, 수면 부족으로 체내 면역력이 저하될 때 발생한다. 물집 주위를 깨끗이 소독하고 잘 말려 건조하면 자연치유가 된다. 다만 물집이 잡힌 부분을 만지거나 물집을 터뜨리면 바이러스가 다른 부위로 옮겨 물집이 번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물집이 치료될 때까지 술잔이나 식기, 구강케어 제품을 다른 사람과 같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마귀 모양의 물집이 점점 커지면 만성물집 질환인 ‘천포창’일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이주훈 교수는 “4세 이하 영·유아의 손과 발, 입에 수포가 생기면 수족구병을 의심해야 한다”며 “물집은 증상과 피부 상태를 보고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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