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의 대표적인 규제로 일컬어지는 '셧다운제'를 비롯해 신의진 의원이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발의했고, 박성호 의원이 '콘텐츠 산업 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데다 손인춘 의원 또한 '인터넷 게임 중독 예방 및 치유 지원에 대한 법률'안을 발의하는 등 규제의 종합 백화점이라고 할만큼 상징적 규제 산업이 되어 왔다.
또한 각종 사회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할 것 없이 '게임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책임을 씌우기에 급급했고, 실제로 그런 여파 속에서 국내 PC온라인 게임업계는 크게 경쟁력을 잃어왔다.
올해 초 '배틀그라운드'가 시장을 탈환하기 전까지 국내 게임 시장은 '오버워치'와 '리그오브레전드' 등 외산 게임 점유율이 60% 이를 정도로 처참했으며 모바일 게임 시장도 현재 매출 상위 50위권 안에 절반 가까이 해외업체들의 게임으로 채워질 정도로 국내 게임업계의 경쟁력이 떨어져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뒤늦게나마 정부에서 게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셧다운제 폐지 움직임도 일부 있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주관으로 어떻게 규제를 완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는 소식만으로도 게임업계는 설왕설래하고 있다.
다만,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현재의 문체부는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필 규제 완화의 첫 주자로 도마에 오른 것이 '웹보드 게임 일 손실한도 10만 원' 규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의 웹보드 게임은 '일 손실한도 10만 원'과 '월 결제한도 50만 원'으로 규제가 묶여져 있다. 일 손실한도 10만 원은 하루에 10만 원을 잃으면 24시간 게임 접속을 막는 규제이며, 월 결제한도 50만원은 한 달에 50만 원 미만만 결제가 가능하다는 규제안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이 규제안이 대표적인 2중 규제안이라고 반문하며, 월 50만원 결제 한도가 있는데 굳이 일 손실한도를 둘 필요가 있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일 손실한도 10만원 규제 중에서도 '24시간 접속을 강제로 제한하는 조치' 때문에 최소 10% 이상의 이탈율이 발생하며, 부작용이 과도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게임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웹보드게임 시장 규모는 2011년 기준 6천3백7십억 원에서 2016년 기준 2천2백6십8억 원으로 줄었으며, 주요 웹보드게임 영업이익 또한 2013년 기준 2천9백억 원에서 2016년 기준 5백4십억 원까지 약 81% 감소한 상황이다. 공공연하게 국내 웹보드 게임을 즐기던 이용자들이 해외 웹보드 게임으로 이전하고 있다는 사례도 들려온다.
이런 상황에서 문체부는 지난 19일에 '민관합동 게임규제제도개선 협의체'로부터 웹보드 게임 규제개선 방안을 보고 받았으며, 협의체에서는 일 손실한도 10만원 규제가 월 결제한도 규제와 중복이라며 완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는 문체부의 선택만 남은 상황이다. 이전 '바다이야기' 사건 이후에 문체부는 웹보드 게임 관련으로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반면에 이런 규제완화 의견을 무작정 무시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당장 문체부는 불안할 수 있다. 규제를 완화했을때 필연적으로 웹보드 게임 쪽 매출이 올라가게 될텐데, 혹여나 '웹보드 게임에 피해를 입었다'는 민원이나 의견이 들어온다면 책임이 돌아올 수 있다는 불안이 있을 것이다. 다만 이같은 불안은 웹보드 게임이 월 50만 원 결제 한도로 여전히 묶여 있기 때문에 큰 이슈는 아니다. 막연한 불안감에 가깝다.
반대로 이 규제 개선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그 나름대로의 리스크가 또 있다. 게임의 주무부서인 문체부가 여전히 규제에 앞장서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고, 특히 올해 정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민관 협력을 통해 나온 의견을 정면으로 거부했다는 비판을 수용해야 한다. '주도적 규제부처'라는 타이틀도 문체부가 가져가야할 몫이 될 수 있다.
이와 동일한 맥락으로, 최근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는 '웹보드 게임 규제를 완화하고 자율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사실 그런 보고서는 너무 나간 측면이 있다. 아직 한국 게임업계가 웹보드 게임을 자율 규제로 할만큼 성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에 일부 2중 규제를 완화하는 것 정도라면 일리는 있다고 본다. 규제라는 것은 상징적이고 큰 것부터 풀어나가야 하는 법. 하물며 여전히 안정장치가 탄탄한 2중 규제라고 한다면 하나가 완화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게임은 글로벌 핵심 먹거리이며, 이웃 나라에서는 총리가 직접 게임 캐릭터 옷을 입고 올림픽을 홍보하는 세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 게임의 경쟁력을 높여가는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기 시작할 것인가는 문체부의 결단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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