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아주 먼 옛날부터 하늘에 경외했다. 서양에서는 행성에 비너스나 마스 같은 신의 이름을 붙이고, 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이어 붙여 신화속 사건이나 인물을 대입시켰다. 조선시대에는 일식으로 태양이 사라지면 몸가짐을 조심하고, 혜성이 나타날 때면 역모 같은 불길한 일을 예상했다.
세월이 흘러 인간은 대기권 밖으로 비행물체를 내보내기 시작했고, 바라만 보던 달에 첫 발을 내딛었다. 지구 공전궤도에는 인공위성을 띄우고, 지구 밖 국제우주정거장에는 인간이 장기간 머무르며 우주 환경에서만 할 수 있는 각종 연구를 진행하고, 다가올 우주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류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일까? 액체 상태의 물이 있어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높은 목성의 위성 유로파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구와 거리가 멀지 않고(그나마…), 표면 환경이 비슷한 화성을 탐사하고 개발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목표일 수 있겠다.
실제로 화성 탐사와 거주 다루는 공상과학 영화도 많다. 영화 토탈리콜(1990)에 등장하는 화성은 이주민과 지배세력 사이의 갈등을 다뤘고, 게임이 원작인 영화 둠(2005)은 화성 연구소에서 미지의 존재를 깨우는 바람에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가장 최근 영화인 마션(2015)에서는 유인 화성 탐사를 진행하다 낙오된 대원 한 명이 화성에서 홀로 살아남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런 영화에 등장하는 것처럼 인간이 화성 땅을 밟고, 탐사하며, 거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일은 실현 가능할까?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이처럼 꿈같은 일에 도전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전기차 제조기업 테슬라, 태양광 에너지 기업 솔라시티를 세운 일론 머스크가 지난 2002년 설립한 우주 기업이다. 사실 그가 스페이스X를 세우기 직전까지 했던 사업은 페이팔이라는 간편결제 서비스였다. 이 때문에 그가 독립해 '로켓 회사'를 만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그를 미친 사람으로 취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스페이스X가 지금까지 발사해온 로켓 기록은 전세계 어떤 기업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다.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세운 이유는 군수업체나 정부가 주도로 하고 있는 우주항공 산업을 민간 벤처기업이 도전해보면 어떻겠냐는 취지였다. 회사를 세운지 4년만인 2006년, 스페이스X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상업용 궤도 수송 서비스(COTS, Commercial Orbital Transportation Services) 계약을 맺고 국제우주정거장에 중요한 물품을 배송하는 민간 우주화물 배송 기업으로 선정됐으며, 지금까지 20회 이상의 임무를 수행했다.
스페이스X의 본격적인 도전은 2006년부터 시작됐다. 가장 먼저 발사한 로켓은 비교적 가벼운(최대 670kg) 물건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기 위한 발사체 '팔콘1'이었다. 물론 시작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첫 번째로 발사 시도는 25초만에 추락해 실패했고, 정확히 1년뒤 발사한 두 번째 시도는 저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세 번째 발사 역시 분리된 1단 로켓이 날아가야 할 2단 로켓과 충돌해버렸다. 이렇게 2006년 3월부터 2008년 8월까지 세 번의 실패를 겪었지만, 스페이스X는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3차 시도가 실패한 바로 다음달, 팔콘1은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랐다. 이는 국가 프로젝트가 아닌, 민간기업 프로젝트로는 최초로 액체연료 로켓으로 기록됐으며, 이듬해 7월에도 다 섯번째 팔콘1 발사하며 상업용 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게 됐다.
2010년부터는 조금 더 진보한 로켓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팔콘9은 기존의 로켓과 비교해 저렴한 비용으로 물건을 우주까지 실어나를 수 있으며, 가장 개량된 버전의 팔콘9(v1.1)은 무려 2만 2,800kg의 화물을 지구 저궤도까지 보낼 수 있다. 팔콘9의 가장 혁신적인 부분은 로켓을 재사용한다는 점이다. 보통 로켓을 발사하면 연료가 들어있는 1단, 2단 등의 발사체는 바다에 떨어진다. 하지만 팔콘9은 화물을 우주로 쏘아보낸 후, 수직으로 안전하게 착륙하며, 이를 재사용할 수 있다.
이 재사용 기술은 단순히 로켓 발사 비용을 줄이는 일 외에도 향후 우주개발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화성 탐사에 있어서 우주선을 활주로가 없는 화성 표면에 착륙시키는 일을 중요한 문제로 생각한다. 무려 40톤에 이르는 무거운 우주선을 안전하게 지표면에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화성은 대기가 지구보다 희박하기 때문에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 스페이스X의 팔콘9은 사용한 발사체가 착륙할 때 자세 보정 엔진을 점화하고 수직으로 지표면에 착륙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우주선에 적용하면 우주선은 화성 지표면에 수직으로 안전하게 착륙하고, 발사대 없이도 다시 날아오르기 쉬운 자세가 된다.
팔콘9은 지난 2017년 3월 30일 최초로 인공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리고 귀환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 외에도 팔콘9의 출력을 높여 두 배 이상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팔콘 헤비를 지난 2018년 2월 6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유인 우주선 역시 개발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드래곤은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한 최초의 민간우주선(무인)으로 기록됐으며, 두 번째 모델인 드래곤v2는 최대 7명의 승무원을 태우고 오는 2018년 하반기 시험 발사에 도전할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는 "화성 탐사와 거주 계획은 인류의 멸종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인간이 지구에만 거주하는 것보다 여러 행성에 거주하는 다행성 종족이 된다면 기후변화, 소행성 충돌 등 여러 인류 멸망 시나리오로부터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화성에 거주지를 만들 수 있을까? 처음 1~2년 정도는 지구에서 가져온 자원으로 살 수 있겠지만, 이후에는 자급자족해야 한다. 물(얼음)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곳을 우선 탐사해야 하며, 공기를 정화하고 물을 여과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온실이 필요하며, 이 곳의 온도 조절을 위해 전기가 있어야 하고, 이러한 전기는 태양광 발전으로 얻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화성 표면에서 이동할 수 있는 수단도 필요하다.
일론 머스크는 이를 대비해 다른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와 태양광 에너지 기업인 솔라시티가 바로 그 것이다. 내연기관을 사용할 수 없는 우주에서는 배터리로 작동하는 이동수단으로 전기차를 택할 수 있으며, 솔라시티의 태양광 발전 기술 역시 우주에서 유용하다. 향후 화성에 자립도시를 세우기 위해 필수적인 기반 시설을 지구에서 연구/개발하고 있다.
현재 스페이스X는 3곳의 발사시설을 사용하고 있으며, 향후 몇 곳을 더 추가할 계획이다. 이 중 가장 인상 깊은 곳은 발사대 39A(Launchpad 39A)라고 불리는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다. 이 곳은 달에 최초로 인간을 보낸 아폴로11호를 발사한 곳으로, 스페이스X는 여기서 달을 넘어 화성으로 가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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