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일하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2010년대 초다. 당시 오래 앉는 습관의 악영향을 흡연에 비유할 정도로 경고의 목소리가 컸다.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서서 일하는 책상을 도입했고, 몇몇 기업은 책상 아래에 트레드밀(러닝머신)까지 설치했다.
하지만 최근 서서 일하는 게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혼란이 커지고 있다. 고심 끝에 책상을 바꾼 사무직 회사원들은 “앉지도 말고 서지도 말라는 거냐”고 하소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승호 강북삼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서경묵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로부터 서서 일하기의 허와 실을 들어봤다.
두 교수는 한국인이 너무 오랜 시간 앉은 채로 보내고, 이런 습관이 척추 건강과 혈액순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데 동의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성인은 하루 평균 8시간(2016년 기준)을 회사 책상이나 거실 소파에 앉은 채로 보냈다. 2014년 7.5시간보다 늘었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앉아서 지내는 시간이 10시간 이상이면 3시간 미만인 경우보다 심혈관 질환 위험이 2.1배 높았다.
하지만 유 교수는 오래 앉아있지 말라는 것이 반드시 ‘서서 일하라’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2015년 건강검진을 받은 13만9056명의 자료를 토대로 “평소에 활동량이 많더라도 앉은 채 보내는 시간이 길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유 교수는 “선 채로 가만히 있으면 다리 혈관에 압력이 가해져 하지정맥류가 생길 수 있다”며 “50분 앉은 뒤 10분 서있거나 5분가량 스트레칭을 해주는 게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앉기 아니면 서기’라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앉거나 서서 일하는 시간을 근로자가 스스로 배분할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서 교수도 서서 일하는 게 다리 근력을 키우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가만히 서있는 자세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래 서있으면 책상에 기대거나 ‘짝다리’를 짚어 한쪽으로 몸무게가 쏠릴 수 있다. 이는 골반과 척추에 부담을 준다. 무릎과 뒤꿈치 관절에 무리가 가면 족저(足底)근막염이 생길 수 있다. 서 교수는 “동료 의사 중에 선 채로 진료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본인의 건강보다 환자에게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서서 일하기가 업무 효율을 높이는지는 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이스라엘의 한 대학 연구팀은 선 자세에서 생각하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결과를 내놓았지만, 호주의 다른 연구에선 이런 효과가 1시간 15분 이상 지속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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