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로봇청소기'라 하면, SF영화의 (사람 형상의) 첨단로봇이 마치 사람이 청소하듯 집안 구석구석을 쓸고 닦을 것이라 상상한다. 그럴 날이 언젠가 오겠지만, 아직까지는 어디까지나 '자동청소기'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좋다. 다만 단순 자동 작동하는 게 아니라, 나름의 로봇 기술과 주행 논리 등을 내장해 영리한 청소 성능을 보이긴 한다.
현재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의 여러 로봇청소기가 판매되고 있으며, 가격대도 10만 원대부터 100만 원대 이상으로 다양하다. 참고로, 로봇청소기는 가전업체 제품과 로봇전문업체 제품으로 나뉘는데, 그에 따라 '로봇청소기' 또는 '청소로봇'이라 부르고 있다(큰 차이는 없다).
100년 전통의 가전 글로벌 브랜드 '일렉트로룩스(스웨덴)'도 로봇청소기를 하나 출시했다. 세계 최초로 '3D비전' 시스템을 탑재했다는 '퓨어 i9'이다.
퓨어 i9의 3D비전은 제품 전면의 '(다른 제품에 비해)커다란' 카메라 렌즈와 양쪽 보조 측정 레이저를 통해 청소공간 및 물체를 3D입체 스캔하여 청소 주행에 반영하는 시스템이다. 공간과 물체를 평면/단면이 아닌 완전한 3차원 형상으로 인식해 이동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바닥의 전기케이블을 '직선'으로 인식해 그 위를 지나가며 얽히고 꼬이는 게 아니라, 케이블 자체를 '입체 덩어리'로 판단하고 이를 적절히 우회하는 논리다.
일단 눈에 확 띄는 건 디자인이다. 대부분의 로봇청소기는 둥그스름한 원형(혹은 원형에 가까운 네모형)인데, 퓨어 i9은 삼각김밥을 닮은 삼각형이다. 구석이나 모서리 청소 효과를 높이기 위함이다.
크기도 다른 로봇청소기보다 작은 편이라 좁은 구석이나 틈새를 주행하기에 훨씬 유리하다. 그러면서 특이하게도 회전 브러시는 하나를 한쪽에만 달고 있다. 회전 브러시는 8개의 솔 묶음으로 구성됐고(대개는 4개 혹은 6개 솔 묶음), 본체에는 자력(磁力)으로 간편히 붙이고 뗄 수 있다.
바닥의 롤 브러시는 주행 방향 앞쪽에 배치해, 바퀴에 머리카락이나 긴 이물질이 덜 얽히도록 했다. 청소 주행 시 충돌 충격을 완화하는 범퍼가 앞쪽에 달려 있고, 바퀴는 바닥 중앙 양쪽으로 큰 바퀴 2개와 꽁무니 작은 바퀴 2개가 달려 있다. (주행 방향은 꼭지점쪽이 아닌 변쪽이다.)
윗면 앞쪽에는 여러 작동 LED 창이 있고, 중앙에는 먼지통이 부착돼 있다. 먼지통은 분리 버튼을 눌러 분리할 수 있고, 먼지나 오물이 차면 먼지통 모양의 빨간색 LED로 표시된다. 먼지통에는 필터도 들어 있으니 주기적으로 세척해 주는 게 좋다.
이외 구성은 다른 로봇청소기와 비슷하다. 적절한 위치에 충전대를 배치하고 충전하면 된다. 설명서에서는 충전대는 가급적 출입문 주변에 둘 것을 권장하고 있다(효율적인 청소 주행을 고려). 참고로, 퓨어 i9은 와이파이 연결을 지원하니, 충전대는 와이파이 신호가 잘 잡히는 곳에 배치하는 게 좋다.
퓨어 i9은 윗면 작동 버튼을 누르거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제어할 수 있다(리모컨은 제공되지 않는다). 앱은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Pure i9'으로 검색해 내려받아 설치하면 되고.
아울러 로봇청소기는 사람이 집에 없을 때 시간에 맞춰 알아서 튀어나와 청소하도록(로봇이니까) 설정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청소가 제대로 되긴 할까'하는 의구심만 든다.
일단 본체 '시작' 버튼을 누르면 퓨어 i9이 청소하러 출격한다. 3D비전과 3D내비게이션으로 청소 구역과 사물 등을 잘 인식하고 알아서 돌아다니며 청소한다. (청소하는 걸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으면 자칫 답답함이 엄습할 수 있으니, 녀석에게 맡겨두고 자리를 잠시 피해주자. 잘 해낼 것이다.)
회전 브러시는 하나지만 청소 능력은 제법 좋다. 바닥의 머리카락이나 자잘한 오물은 문제 없이 잘 빨아들이고 쓸어 넣는다. 장애물도 잘 피하고, 좁은 구석에 갇혀 뱅뱅 도는 모습도 없다.
크기가 작으니 웬만한 구석구석은 잘 들어가고 무난히 빠져나온다. 특히 TV장식장 밑, 소파 밑, 침대 밑과 같이, 평소 사람의 청소 손길이 잘 닿지 않는 공간이나 구석을 청소하기에 확실히 좋다.
테스트 공간에 카페트는 없지만, 이와 비슷한 바닥 패드에도 망설임 없이 올라가 나름의 청소 작업을 수행했다. 일렉트로룩스에 따르면, 퓨어 i9은 바닥 종류를 인지해 그에 맞는 청소 패턴(주행 속도, 브러시 회전 속도 등)으로 청소한다. (카페트 모 길이가 길면 작동 오류를 예상해 아예 올라가지 않는다.)
2cm 내외 높이의 (완만한) 문지방은 무난히 넘어가지만, 거실에서 출발해 모든 방을 탐험하며 청소하진 못한다. 대부분의 로봇청소기가 그러 하겠지만, 거실이면 거실, 방이면 방, 하나의 청소 영역만 주행하도록 하는 게 좋다. 어쨌든 퓨어 i9은 전체 청소 공간을 대략 2평방미터씩 분할해 자율 주행하며 벽면에서 점차 중앙 방향으로 이동하는 패턴을 보인다.
청소 주행 중 배터리가 부족하거나 청소가 완료되면 당연히 충전대로 돌아와 충전을 시작한다. 그리고 지정된 예약 청소시간에 딱 맞춰 어김 없이 다시 출격한다.
참고로, 'ECO'라 표시된 버튼이 있는데(앱에서도 설정할 수 있다), 이를 누르면 소비 전력을 줄여 청소 소음을 낮추고, 작동 시간을 길게 잡는다(일반 청소는 약 40분, 에코 모드로는 약 1시간). ECO 버튼을 다시 누르면 에코 모드가 해제된다. 또한 청소 중에도 '홈' 버튼을 누르면 청소를 중단하고 충전대로 서서히 복귀한다. (참고로, 복귀할 때도 회전 브러시는 회전하지만, 오물을 흡입하지는 않는다.)
퓨어 i9은 청소기지 정리기가 아니기에, 가급적이면 청소 공간 내 자잘한 물건은 치워두는 게 좋다. 어지간한 물건은 밀고 나가기 보다 우회해 주변을 빙 돌며 청소하는 패턴이다.
한편 퓨어 i9 앱으로는 청소 예약 설정, 청소 결과 확인, 본체 펌웨어 업데이트 등을 처리할 수 있다. 본체와 앱을 (와이파이로) 연결해야 하는데, 동일한 네트워크(공유기) 환경에서만 연결 가능하다. 한번 연결되면 이후로는 외부에서도 앱을 통해 퓨어 i9을 제어할 수 있다. (헌데 예약 설정 해두면 그럴 일은 별로 없을 듯하다.)
본체 바닥면의 바코드를 앱에 입력하면(스마트폰 카메라 스캔) 연결이 완료되고, '와이파이+A' LED가 점등된다. 이후 앱을 통해 청소 예약 시간을 설정하면 된다. 아무래도 사람이 없는 시간대를 설정하는 게 좋겠다.
청소 결과는 앱 화면 우측 상단의 '청소활동' 메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퓨어 i9의 주행 궤적과 청소 시간, 청소 면적 등을 (최근 5회 기록) 볼 수 있다. (이런 데이터는 일렉트로룩스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되어, 외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록을 살펴 보면, 퓨어 i9이 청소 공간을 제대로 인지하고 매일 거의 비슷한 궤적으로 청소 주행했음을 알 수 있다.
먼지통에 오물과 먼지 등이 수북히 쌓여 있는 걸 보면 청소를 제대로 하기는 하나 보다. 적어도 청소 공간 내 머리카락이나 잔 오물은 평소보다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외 앱으로는 본체 배터리 상태도 확인할 수 있고, 음성 안내를 끄거나 로봇 이름도 변경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본체 펌웨어 업데이트도 앱을 통해 실행할 수 있다. (물론 이들 기능은 다른 일부 로봇청소기도 지원한다.)
리뷰를 마무리하며 다시 당부하지만, 로봇청소기는 바닥의 소소한 오물을 제거하는 보조 청소도구지, 완벽한 청소 상태를 기대할 영화 속 첨단 로봇은 아니다. 그래도 이전보다는 좀더 로봇스러워졌고, 그만큼의 청소 기량은 보여준다. 특히 퓨어 i9은 공간과 물체를 3D 입체 시각으로 파악함으로써 주행 효율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일렉트로룩스 퓨어 i9의 가격은 현재 140만 원대로, 일반 로봇청소기(50~70만 원)에 비해 비싼 프리미엄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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