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이 백신 사업의 해외 진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SK케미칼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와 독점구조를 깬 두 번째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를 앞세워 국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지난달 ‘세포배양 방식의 백신 생산 기술’을 다국적 제약사인 ‘사노피 파스퇴르’의 ‘범용 독감백신’에 적용하기 위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범용 독감백신은 바이러스 사이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염기서열을 표적으로 삼아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까지 예방할 수 있는 차세대 독감백신이다. SK케미칼이 사노피 파스퇴르와 체결한 기술 이전 계약의 규모는 최대 1억5500만 달러(약 1667억 원)다.
사노피 파스퇴르에 기술 수출한 SK케미칼의 세포배양 독감백신 생산 기술은 기존 방식과 달리 동물세포를 활용해 생산이 빠르고 효율이 우수하다. SK케미칼은 이 기술을 활용해 2015년 3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를 출시했고 이듬해엔 세계 최초로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4가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두 종류의 독감백신은 출시 이후 3년 만에 국내 누적 판매량 1400만 도즈(1도즈는 1회 접종량)를 돌파했다. 스카이셀플루 4가는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독감 유행으로 사망자가 속출한 미얀마에 현지 보건당국의 특별 허가 아래 긴급 공수되기도 했다.
SK케미칼은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세계보건기구(WHO) PQ(사전적격심사) 인증을 통한 국제 입찰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PQ 인증을 신청한 3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의 경우 현재 공장 실사를 앞두고 있고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또한 연내 인증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도 국내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스카이조스터는 출시 2개월 만에 누적 매출 80억 원을 돌파하며 빠르게 국내 시장에 안착했다. 출시 첫해 국내 시장점유율 50%를 달성한다는 게 SK케미칼의 목표다.
대상포진백신의 도입이 필요한 동남아시아 등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 공략도 준비하고 있다. SK케미칼은 현재 태국 등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들을 대상으로 스카이조스터의 국가별 등록 요건에 맞춘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스카이조스터는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 최종 허가를 획득했다. 이는 자체 개발 백신의 해외 진출을 보다 빠르게 성공시켜 줄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2016년 WHO와 ‘백신 분야 업무협력 및 보안 약정’을 체결하고 국내 백신의 허가 및 심사 자료를 공유해 GMP 실사를 면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박만훈 SK케미칼 사장은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 기준이 미국과 유럽, WHO 등 선진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만들어져 국내에서 허가받은 백신은 해외 진출이 보다 순조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SK케미칼은 대한민국 신약 개발의 역사를 써왔다. 1999년 국산 신약 1호인 항암제 ‘선플라’를 세상에 내놓으며 국산 신약 개발의 첫걸음을 내디뎠던 SK케미칼은 2001년 천연물 의약품 ‘조인스’, 2007년 발기부전치료 신약 ‘엠빅스’ 등 자체 신약 개발에 잇따라 성공했다.
이후 세계 의약계의 큰 흐름에 발맞춰 R&D 방향을 ‘치료’에서 ‘예방’으로 전환, 2016년 세계 최초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인 ‘스카이셀플루 4가’를 상용화했고 지난해에는 세계 두 번째로 대상포진백신을 개발했다. 또 바이오 신약 최초로 혈우병치료제 ‘앱스틸라’를 글로벌 제약사 CSL사와 손잡고 미국과 유럽에 진출시켰다. SK케미칼이 생산하는 세포배양 방식의 독감백신은 최첨단 무균 배양기를 통해 백신을 생산한다. 항생제나 보존제의 투여가 불필요한 고순도 백신으로 계란 알러지가 있는 경우에도 좀 더 안심하고 접종이 가능할 뿐 아니라 항생제에 대한 과민반응도 염려할 필요가 없다.
그 밖에도 SK케미칼은 폐렴구균, 자궁경부암, 소아장염 등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축적된 백신 개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백신 자급률을 높여 국민 보건에 이바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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