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학을 달린다]장내미생물로 몸속 건강상태 살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4일 03시 00분


홍은심 기자의 40에 미치(美致)다

건강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음식’이다. 음식을 통해서 에너지를 얻고 생명을 유지한다. 하지만 바쁜 40대가 매번 제대로 된 음식과 식사를 챙기는 것은 쉽지 않다. 대충 한 끼를 때우거나 식당에서 파는 짜고 맵고 기름기 많은 자극적인 음식들을 먹기 일쑤다.

최근 장내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Human Microbiome)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각종 질환과 암 발병, 항암 면역치료제의 효과조절 등에 몸 안 미생물이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장내미생물은 우리 몸 안팎에 서식하고 있는 미생물들과 그것들의 유전정보 전체를 말한다. 몸속 환경을 알 수 있는 열쇠로 장내미생물들이 인간 세포와의 정보교환을 위해 분비하는 ‘나노 소포체’를 꼽을 수 있다. 나노 소포체 안에는 질병을 포함해 몸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정보들이 담겨있다. 나노 소포체의 유전정보를 분석하면 어떤 미생물들이 장 속에 살고 있는지, 인체 기능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등 나의 몸속 환경을 알 수 있다.

장내미생물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몸에 좋은 ‘유익균’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음식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필자는 대변과 소변을 채취해 나노 소포체를 분석하고 필요한 맞춤 음식을 추천해 주는 MD헬스케어 연구소에서 장내미생물 검사를 받아봤다.

검사 방법은 초등학교 때 해본 적 있는 대변 검사와 비슷했다. 추가로 소변도 채취했다. 미생물이 분비한 나노 소포체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나노 소포체는 세포의 외막에서 분비되는 20∼200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크기의 작은 물질로 장간막을 통과할 수 있어 혈액과 소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유익균과 유해균의 구분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했다. 유익균은 환자그룹이 정상인 그룹에 비해 낮은 장내 미생물로 붉은색, 유해균은 환자그룹에서 높게 나온 장내 미생물로 초록색 표시가 돼 있다. MD헬스케어연구소 제공
유익균과 유해균의 구분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했다. 유익균은 환자그룹이 정상인 그룹에 비해 낮은 장내 미생물로 붉은색, 유해균은 환자그룹에서 높게 나온 장내 미생물로 초록색 표시가 돼 있다. MD헬스케어연구소 제공
채취한 대변을 연구소에 보내고 약 20일이 지난 뒤 분석 결과가 나왔다. 6장에 걸친 결과지에는 생소한 이름의 미생물들이 쭉 나열돼 있었다. 장마다 대장, 위, 간 등 주요 암 관련 미생물과 심근경색, 당뇨병, 치매 등 대략 20여 가지 질환별로 유익균과 유해균이 정상인에 비해 얼마나 많고 적은지를 나타낸 수치가 기록돼 있다. 예컨대 필자의 당뇨병 대변 분석 결과, 정상인에 많이 나타나는 유익한 미생물은 12종류로 각 미생물의 양은 정상 범위보다 낮은 편이었다. 반면 당뇨병 환자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해로운 미생물은 5종류를 가지고 있었으며 수치는 정상인의 평균 범위보다 낮았다. 각 장의 분석결과지 하단에는 ‘들기름, 양배추, 포도즙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는 맞춤 식단도 적혀있다.

장내미생물 분석결과는 환자들과 정상인의 장내미생물 데이터가 많을수록 예측 정확도가 높아진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상인 그룹에서 높게 나타나는 것을 유익균, 환자 그룹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생물을 유해균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연구소의 검사 정확도는 내부 검사와 외부 검증을 거쳐 90%이상 신뢰할 수 있다고 한다.

장내미생물 검사는 일반적으로 병원을 통해 받을 수 있다. 검사 결과를 가지고 내과 전문의가 필요한 식단을 추천해 준다. 비용은 의사 상담을 포함하고 세부 목록에 따라 달라진다. 통상 100만∼200만 원 선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첨단의학#의학#홍은심기자#40에 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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