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글을 다른 미담글로 도배해서 후순위로 미뤄요. 부정적 연관검색어를 긍정적으로 바꾸기도 하죠. 경쟁사 제품의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일도 비일비재해요. 대기업도 비공식적으로 언더마케팅 업체를 이용합니다.”
B 씨는 언더마케팅은 일종의 ‘온라인 흥신소’라고 했다. 시장은 은밀히 굴러간다.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에 관련 사무실이 몰려 있다고 알려졌지만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보안 유지를 위해 메일, 카페, 지식인, 블로그 등 분야별로 팀을 짜 활동한다. 보통 마케팅업체가 점조직으로 활동하는 실행업체에 하청을 준다.
의뢰인은 다양하다. 병원 법률사무소 쇼핑몰 뷰티업계 학원 렌털업체 뷰티숍 등이 ‘티 나지 않는 홍보’를 의뢰한다. 이 중 큰손은 강남에 위치한 병원. 한 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신모 씨는 “언더마케팅을 한 뒤 병원 매출이 2억 원에서 4억 원으로 뛰었다. 병원 의료인이 30명인데 광고 인력이 40명이었다”고 했다.
연예기획사나 기업은 종종 소속 연예인과 재벌가의 평판관리를 의뢰한다. C 씨는 “방송 중 갑자기 실시간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는 건 100% 작업 결과다. 불리한 소문이 연관검색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것도 업체의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정치 관련 여론조작은 특히 보안이 생명이다. 정치공작은 언더마케터들 사이에서도 넘어선 안 될 선으로 통한다. 10년 차 언더마케터 김모 씨(41)는 “정치 관련 공작은 위험 부담이 커서 응하지 않는다. 가늘고 길게 가는 게 좋다”며 “선거철에 정치권에서 뛰는 이들은 대목을 노리거나 친분이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언더마케팅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대부분 기업이 마케팅을 이유로 여론을 관리한다. 공공연하게 댓글당 100원을 지급하는 아르바이트도 성행하고 있다. 특정 카페에 침투 작업을 의뢰하는 글도 마케팅 사이트에 하루 수십 건씩 올라온다.
하지만 지난해 자동 댓글 조작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가를 챙긴 이들이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올해 초 수년간 검색어 순위를 조작해 30억 원이 넘는 이익을 챙긴 일당에게 법원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언더마케팅 기술은 네이버와 ‘창과 방패’처럼 발전했다.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바꾸면 테스트를 통해 알고리즘을 찾아낸다. 다시 광고글이 물을 흐리면 네이버는 알고리즘을 바꾸고 마케터들은 새로운 공격법을 고민하는 식이다.
속이기 위한 전쟁을 멈출 방법은 없을까. 정보보안전문가인 김태봉 KTB솔루션 대표는 “포털의 독과점 시장을 흔들어야 한다. 또 포털이 이상징후 시스템에 더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전직 언더마케터는 “여론조작 없는 투명한 사회를 만들 뾰족한 방법은 없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국민들이 원하는 정보를 온라인에서 얻으려면 네이버 독과점 시장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네이버가 알고리즘을 공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네요. 네이트와 다음은 검색 결과가 비슷한데 네이버는 달라요. 누구나 원리를 안다면 굳이 기를 쓰고 작업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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