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와 조리개를 조절한 뒤 뷰파인더에 내 눈을 맞추고 좁은 프레임 안에 피사체를 잘 넣은 다음, 셔터를 눌러 촬영한다. 빛을 담는 예술이라는 사진의 매력은 내가 본 그 순간을 기록하고 습득하는 과정에 있다. 촬영 후 얻는 전리품, '인쇄'된 결과물 때문이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시작한 기자는 이렇게 사진 생활을 즐겼었다. 그리고 디지털에 와서도 그 일은 이어가고 있다. 단지 매체가 필름에서 메모리카드로 변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촬영한 '파일(이미지)을' 그저 보관만 하지 인쇄하려 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보관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괜찮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늘 아쉬움을 느낀다.
0과 1로 돌아가는 이 시대에 필름의 맛을 느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구할 수 있지만 카메라나 관련 유지비가 제법 소요된다. 인쇄소를 찾는 것도 일이다. 그래서 꿩 대신 닭이라고 필름의 아날로그 향 대신 결과물(인쇄물)에서 느끼는 방법이 있다. 바로 즉석 카메라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스탁스 같은 그런거 말이다.
그런데 인스탁스는 너무 식상하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좋은데 기능도 다양하지 않고 필름도 필요에 따라 별도 구매해야 된다. 예로 흑백 촬영이 하고 싶으면 흑백 필름을 써야 되고, 그마저도 중간에 제거할 수 없으니 필름팩 하나 꽂으면 다 쓸 때까지 흑백으로만 촬영해야 된다. 컬러로 찍다가 흑백으로도 찍고 싶고 다시 컬러로도 찍고 싶은데 이건 그게 안 된다.
LG 포켓포토 스냅은 적어도 그 고민에서 해방시켜 준다. 이 제품은 과거처럼 스마트폰과 무선으로 연결해 사진을 전송한 다음 인쇄하는 물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형태다. 자체가 디지털 카메라이자 즉석 카메라이기도 하다.
카메라에는 5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통해 충실한 촬영 기능을 제공한다. 스마트폰에 연결한 다음 앱스토어에서 포켓포토 전용 앱을 설치하면 사진을 편집하고 인쇄하는 기능도 넣었다. 심지어 사진에 QR코드와 메시지를 넣을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렇게 기록한 사진은 여러 장 연속 출력이 가능해 사진을 찍고 친구들과 공평하게 나눌 수 있다. 즉석 카메라에서는 꿈 꾸기 어려웠던 기능이다.
흑백 촬영 시 별도의 필름을 쓰지 않아도 된다. 셔터 버튼을 5초간 누르면 흑백과 컬러 모드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만들어서다. 사진 필터 기능에 흑백 전환 등 필요한 기능은 다 있는 듯 하다. 인화지는 이물질이나 습기에 강하고 스티커 방식을 적용해 어디든 원하는 곳에 붙이면 된다. 단, 기회는 한 번 뿐이리라.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파스텔 톤 색상을 입혀 심리적 부담을 줄였다. 즉석 '카메라이자 인화기이자 디지털 카메라'라고 생각하면 거부감 적은 형태다. 색상은 스카이 블루, 베이비 핑크(...) 두 가지로 출시됐다. 가격은 본체가 24만 9,000원이고 필름이 36매(3팩)에 2만 5,000원이다.
가격이야 소비자가 판단할 부분이지만 어딘가 애매한 부분도 있다. 바로 배터리인데, 크기가 작다 보니까 완전 충전 상태에서 최대 30매 인화를 지원한다. USB-C 규격 단자를 제공해 충전이야 편하고 빠르지만 차라리 이런 것 말고 배터리 용량을 늘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카메라이자 인화기이자 디지털 카메라'로 만들려고 욕심 부리다 나온 결말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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