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담뱃세로 ‘폐 기능 검사’ 지원… COPD 관리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6일 03시 00분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의사의 따뜻한 의료정책이야기]

만성폐쇄폐질환(COPD)의 초기 증상이 의심되는 환자가 폐활량을 측정받기 위해 폐기능 검사를 받고 있다. 폐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폐기능검사는 현재 국가건강검진 중 하나로 검토 되고 있다. 한림대 의대 제공
만성폐쇄폐질환(COPD)의 초기 증상이 의심되는 환자가 폐활량을 측정받기 위해 폐기능 검사를 받고 있다. 폐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폐기능검사는 현재 국가건강검진 중 하나로 검토 되고 있다. 한림대 의대 제공
직장인들이 건강검진 때 흔히 받는 검사 중 여러 번 반복 시도해야 하는 검진이 있습니다. 바로 ‘폐 기능 검사’입니다. 폐 기능 검사는 입에 마우스피스(입에 대는 부분)를 물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6초 이상 길게 숨을 내쉬는 것으로 폐의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폐 기능 검사로 만성폐쇄폐질환(COPD)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지요. 마치 암을 조기 진단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COPD는 일반인에게 생소할 수 있습니다. 이는 폐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고, 염증에 의해 기도가 좁아지는 병으로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 질환은 노인에게서 급격하게 늘어나는 대표적인 폐질환입니다. 유해한 입자나 가스 흡입에 의해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발생 원인은 흡연입니다.

COPD의 사망률은 세계적으로 3위, 국내에선 7위일 정도로 심각한 질환입니다. 국내에는 COPD 환자가 약 3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 중 5%만 병원에서 치료받을 정도로 인지도가 매우 낮은 질환입니다.

더구나 최근 미세먼지가 증가하면서 COPD가 악화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기 진단을 통해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미리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거죠. 하지만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보니 상당수가 기침이나 호흡곤란이 심해져 병원을 찾습니다. 이때는 이미 말기일 가능성이 높아 치료가 힘듭니다.

11일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와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주관한 미세먼지 토론회에서 학회는 폐 기능 검사를 56세부터 10년 단위로 국가가 무료로 검사해주는 ‘국가건강검진’에 포함시키자고 제안했습니다. 폐 기능 검사비는 외국에서 10만 원이 넘지만 국내에선 1만 원 정도입니다.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거죠. 56세 인구가 70만 명 정도 이니 총 검사 비용은 70억 원 정도입니다.

정기석 한림대 의료원장(호흡기 내과)은 “국내에 COPD 진단을 받은 환자가 적은 것은 직장인을 제외하고 일반인들이 폐 기능 검사를 잘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폐 기능 검사를 통해 경증 환자들을 많이 찾아 조기에 관리 및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COPD 환자를 상대로 폐 기능 검사를 하지 않는 것은 당뇨병 환자를 상대로 혈당을 재지 않고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측정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흡연과 미세먼지 등이 COPD의 주요 원인인 만큼 검사비용을 담뱃세로 마련한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충당해도 될 것입니다.

현재 건강증진기금으로 지원하는 국가필수백신 접종비용만 3000억 원이 넘다 보니 흡연자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자신들이 낸 세금이 정작 자신들에겐 쓰이지 않기 때문이죠. 따라서 흡연자나 간접흡연자의 폐 건강을 돌보는 ‘폐 기능 검사’에 건강증진기금을 지원한다면 흡연자들의 환영을 받을 것입니다.

다만 보건당국은 아무런 증상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폐 기능 검사를 하는 것이 과연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2009년부터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령화가 가속화되면 COPD로 인한 사망률이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COPD는 저소득층, 저학력자등 사회적 약자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는 질병이어서 국가적 관리가 시급합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것인 만큼 보건복지부의 전향적 정책 추진을 기대해봅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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