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사망 원인 1위 ‘임신중독증’… 고혈압-고령임신일수록 위험성 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4일 03시 00분


최근 늘어나는 ‘임신중독증’

임신부 사망 원인 1위는 무엇일까? 바로 ‘임신중독증’이다. 22일은 세계 모자보건단체들이 정한 ‘세계 임신중독의 날’이다. 매년 전 세계 임신부 7만6000명과 태아 50만 명이 임신중독으로 사망한다. 국내에서도 연간 약 1만 명의 임신부가 진단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중독증은 임신으로 인한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혈압이 올라가면서 신장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단백뇨(소변에 정상 범주 이상의 단백질이 섞여 나옴)가 나타나는 병이다. 의학에서는 임신성 고혈압 혹은 자간증이라고 부른다. 고혈압만 나타나면 임신성 고혈압, 경련 발작 의식불명 증상이 동반되면 자간증이다.

최근 만혼과 노산의 영향으로 고위험 임신부가 늘면서 임신중독증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만 35세가 넘어 임신하면 고령 임신이라고 한다. 대한주산의학회 보고에 따르면 고령 임신부는 젊은 임신부에 비해 임신성 당뇨는 약 2배, 고혈압은 2∼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임신중독증의 가능성도 높은 셈이다.

임신중독증에 걸리면 미숙아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산모에게 시력 장애 등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심하면 태아와 산모가 사망에 이른다. 심성신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므로 증상이 보이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신중독증은 보통 3단계로 진행된다. 첫 번째는 임신성 고혈압이다. 임산부 10명 중 9명은 임신 중 혈압이 올라도 분만 후 12주가 지나면 정상 혈압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임신 20주 이후 혈압이 고혈압 진단 기준(수축기 혈압 140mmHg,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을 넘길 정도로 높다면 임신중독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때는 항고혈압 제제를 주입해 혈압을 낮춰야 한다.

두 번째 단계는 단백뇨다. 고혈압이 어느 이상 진행되면 이 단계로 넘어간다. 혈소판 감소, 간 기능 저하, 신장 기능 악화, 폐부종 같은 증상이 급격히 진행될 수 있어 34주 이후 산모라면 곧바로 분만을 해야 한다. 34주 이전이라면 혈압을 조절하기 위한 약물을 쓴다.

마지막 단계는 경련이다. 임신중독증이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다. 부종이 심해지고 소변량이 줄며 두통과 상복부 통증, 시야 장애까지 나타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임신부와 태아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34주 이전이라도 무조건 분만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증상이 단계별로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임신중독증으로 경련과 발작을 일으킨 환자의 38%가 고혈압과 단백뇨를 보이지 않았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두통, 상복부 통증, 급격한 체중 증가 등은 일반인들이 느끼기에 임신의 일반적인 증상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꾸준한 산전(産前) 진료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임신중독증 진단이 가능하다. 임신 32주 전에는 한 달에 한 번, 32주 이후에는 2주에 한 번 산전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심 교수는 “정기 산전 진료에서 반복적으로 혈압 상승과 체중 증가가 나타나는 임신부라면 임신중독증일 가능성이 높다”며 “임신 초기인 12∼36주에는 아스피린 치료를 권한다”고 설명했다.

임신중독증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고른 영양 섭취가 기본이다. 임신 전 당뇨나 고혈압, 비만이 있는 여성이라면 미리 치료해 두는 것이 좋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임신#임신중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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