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의 절반 이상이 지난 시점에서 LG전자의 또 다른 야심작, G7 씽큐(ThinQ)가 공식 출시되었다. 흔히 스마트폰은 3월, 10월 정도로 나눠 프리미엄 제품들이 출시되고는 했다. LG전자도 그랬다. 지난해 3월 경에는 G6, 10월 경에는 V30을 선보이며 시장에 대응해 나갔다. 그러나 올해부터 그 약속과 같던 출시 시기가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됐던 MWC에서 LG전자는 G7이 아니라 V30S 씽큐를 출시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아니나 다를까, 황정환 MC사업본부장은 전략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경쟁사를 따라하지 않고 충분히 완성도를 갖춘 후에 프리미엄이건 플래그십이건 선보이겠다는 것. 그 중심에는 ABCD가 있었다.
ABCD는 오디오(Audio), 배터리(Battery), 카메라(Camera), 디스플레이(Display)다. 더 좋은 화질의 디스플레이로 사진도 찍고 인터넷 검색도 하고 멋진 사진도 찍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 물론 오랜 지속시간을 갖는 배터리와 함께 말이다. 요령보다 우직하게 본질에 충실한 스마트폰을 제공해 시장에서 신뢰도 얻고 자연스레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G7 씽큐는 그 첫 걸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인 새 스마트폰 출시시기에서 벗어난 시점에서 어느 수준의 완성도로 우리 앞에 나타났을까?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체험장을 통해 미리 경험해 본 스마트폰이지만 이번에는 비교적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 변화를 외친 LG 스마트폰의 현재와 미래를 느껴봤다.
외적 완성도는 최고 수준
LG G7 씽큐의 외적 완성도는 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리뷰에 사용된 제품의 색상은 뉴 모로칸 블루. 파란색이지만 더 짙은 색감을 보여준다. 여기에 유리 마감을 후면에 적용하면서 적당한 광택까지 전달한다. 전면은 디스플레이 영역으로 검은색이지만 측면 도색과 후면 도색이 절묘하게 어울린다는 느낌을 준다. 전체적인 일체감이라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을 정도다.
크기는 세웠을 때 기준으로 폭 71.9mm, 높이 153.2mm, 두께 7.9mm다. G6와 비교하면 높이만 148.9mm에서 길어졌을 뿐, 나머지는 동일한 제원을 제공한다. 이는 디스플레이 면적이 약 6.1인치로 넓어졌기 때문. G6는 약 5.7인치 정도였다. 무게는 G7 씽큐가 162g으로 기존과 큰 차이는 없다. 흥미로운 것은 실제 손에 들었을 때의 느낌은 제원 이상이라는 것이다.
얼마 안 되는 수치라지만 실제 화면을 보면 상당히 시원하다는 느낌을 준다. 베젤이 얇은 것도 연관이 있지만 디스플레이 영역이 상하로 길어진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해상도만 보더라도 G6는 2,880 x 1,440이지만 G7 씽큐는 3,120 x 1,440이다. 두 스마틑폰의 폭이 71.9mm로 동일하기 때문에 베젤을 극적으로 줄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디스플레이 영역이 상하로 늘어났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크기는 G6와 큰 차이가 없지만 손에 쥐는 맛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 G6가 모서리를 거의 수직으로 깎아 만든 형상이라면 G7 씽큐는 모서리를 둥글게 마무리해 손에 잘 맞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체 후면이 유리인데다 측면은 유광 처리된 금속이라서 자칫 잘못 다루면 손에서 자유낙하하는 스마트폰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손에 쥐기에 좋지만 미끄럽다는 점도 인지해 두자.
디스플레이는 기본 최대 약 700니트(nit). 부스트 기능을 활용하면 최대 1,000니트까지 쓸 수 있다. 액정 투과율을 높여 기존 대비 더 밝은 화면 구현이 가능해졌다고. LG전자는 이를 슈퍼 브라이트 디스플레이(Super Bright Display)라고 부른다. 흔히 시대의 흐름을 따라 G7 씽큐에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쓸 법도 했지만 액정 디스플레이(LCD)를 선택한 것은 의외였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제법 뛰어난 화질을 경험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G6와 비교해 화사해졌다. IPS 패널 특유의 이점도 있지만 밝기 수치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줬다. 그 덕에 디스플레이는 디지털 영상 표준 색영역 중 하나인 DCI-P3를 만족한다. 전문가용으로 분류되는 색영역인 어도비(Adobe)RGB에 비해 파란색과 녹색은 부족하지만 붉은색 표현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HDR 10 기술에도 대응해 영상 감상 경험을 강조하고자 했다.
약한 표면은 코닝 고릴라 글래스 5가 보호한다. 발표는 제법 오래 전에 이뤄진 제품. 사양으로는 1.6m 높이에서 떨어질 경우 80% 확률로 깨지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외부 흠집에 어느 정도 강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혹여 떨어지는 각도에 따라 운 없는 20%에 포함될 수 있으니 가급적 휴대에 유의하는 것이 좋겠다.
조작버튼은 모두 4개. G6와 비교하면 1개 늘었다. 구성을 보면 음량 조절, 전원, 구글 어시스턴트 호출 버튼 정도다. G6는 음량 버튼과 전원(지문 인식)이 전부였다. 이 같은 버튼 구성은 마치 삼성 갤럭시 S9과 유사한 형태다. 단지 음량 조절 버튼이 일체형으로 만들어진 갤럭시와 달리 LG G7은 버튼이 각각 분류되어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 버튼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해당 기능을 자주 쓰는 사람이라면 활성화한 상태에서 버튼을 눌러 즉시 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이에게는 그저 번거로운 기능만 작동시키는 버튼에 불과하다. 이 점을 인지했는지 해당 기능은 설정에서 비활성화할 수 있도록 제공된다. 그러나 그것 뿐. 다른 버튼으로 활용 가능하도록 기능을 제공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후면은 단순하게 다듬었다. 다른 점을 찾는다면 기존의 가로형 카메라 배치에서 세로형 배치가 되었다는 것. 하지만 표준과 광각렌즈를 각각 배치한 것은 동일하다. 그 아래로는 지문인식 장치가 배치되어 있다. 이 역시 기존 LG 스마트폰과 동일하다. 역시 다른 점이라면 이제 더 이상 전원 버튼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눌러도 소용없다.
카메라는 아주 살짝 돌출되어 있는 형태. 약 0.5mm 가량 나와 있으므로 결국 '카툭튀(카메라가 나와 있음을 말하는 은어)'가 되었다. 차라리 저 정도 노출될 것이었다면 유리 두께를 조금 더 높여서 반듯하게 마무리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혹시 내부적으로 G6의 두께를 지키자는 결의가 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갖고 노는 재미는 없지만 즐기는 재미에는 충실
LG G7 씽큐는 ABCD를 부각했다고 알려져 있다. 오디오, 배터리, 카메라, 디스플레이다. 실제로 이 4가지 요소에 대해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 V30과 비교하면 모르겠지만 G6와 비교하면 처음부터 비교 대상이 되지 않을 정도다. 모두 인상적이고 잘 다루면 유용하다.
디스플레이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1,000니트 밝기를 구현하는 '밝기 부스트' 모드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세컨드 스크린이다. 밝기 부스트 모드는 야외에서 액정 화면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본 디스플레이의 밝기는 700니트, 하지만 간편 설정에서 부스트를 활성화하면 3분간 1,000니트 밝기를 구현한다.
실제로 야외에서 확인했을 때의 만족도는 높다. 그리고 이 기능을 영구적으로 활성화할 수 없는 이유는 자주 쓰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700니트 밝기만 해도 충분한 수준이다. 굳이 1,000니트까지 밝기를 올려 배터리 소모를 앞당길 이유는 없다. 기자는 평상시 80% 밝기로도 사용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정도였다. 100% 선호하는 사용자라도 밝기 자체에는 불만이 없을 정도라 해도 무방하다.
새로운 세컨드 스크린은 V10, V20 처럼 별도의 액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G7 씽큐의 불필요한 액정 공간을 정보 확인 전용으로 활용하는 식으로 운영한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액정 상단이 M자 형태를 띄는 노치(Notch) 디자인을 택했다. 마치 아이폰 X처럼 말이다. 하지만 전체를 사용하는 아이폰과 달리 G7 씽큐는 해당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
설정 메뉴에 있는 '뉴 세컨드 스크린'을 선택하면 노치 양 옆의 공간을 활용하도록 선택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노치 영역까지 모두 쓸지 여부와 센서가 있는 라인까지만 액정을 쓸지 여부를 고를 수 있다. 이어 노치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상단 영역의 색상과 화면 모서리 곡률을 지정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러모로 아이폰 X의 단점을 벤치마킹한 듯한 느낌을 준다.
카메라 기능도 인상적이다. 후면에 있는 두 개의 카메라는 각각 표준(화각 71도, 조리개 f/1.6)과 초광각(화각 107도, 조리개 f/1.9)을 담당한다. 화소는 모두 1,600만 사양이다. 이 부분은 이전 대비 크게 개선됐다. G6는 표준 렌즈가 f/1.8, 광각 렌즈가 f/2.4의 조리개를 각각 제공했고 화소도 1,300만이었다. 전면 카메라도 500만 화소에서 800만 화소로 증가했다.
카메라 정보를 보니 표준은 초점거리 4mm, 광각은 초점거리 2mm 사양이다. 센서가 IMX351로 면적이 1/3,1인치이므로 아이폰8 시리즈와 동일하다. 35mm 환산 초점거리로는 약 7.4배 가량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각 약 30mm, 15mm라는 계산이 나온다.
촬영한 결과물을 보면 평이하다는 인상을 준다. G6에 비하면 선명도는 좋아졌지만 큰 개선이 이뤄졌다고 보기엔 한계가 따른다. 그러나 기능적으로 보면 인상적인 부분이 바로 슈퍼 브라이트 카메라다. 3룩스, 그러니까 촛불 3개 정도의 밝기 이하인 저조도 상황일 때 자동으로 작동(3~10룩스는 추천)하게 되는데 선명하지는 않아도 그럭저럭 쓸만한 결과물을 기록한다.
인공지능은 구글 어시스턴트와 Q보이스 등을 활용할 수 있고, 촬영 시 음성으로 조작하도록 대응하고 있다. V30S 씽큐와 같다. 그러나 막상 잘 안 쓰게 된다는 점이 못내 슬프다. 음성 인식은 잘 되지만 해당 기능을 위해 음성으로 명령을 내린다는 것이 아직 익숙치 않은 것 같다.
동영상 촬영은 HD부터 UHD까지 지원한다. 비율은 16:9 또는 풀비전 디스플레이 비율인 18.9:9를 선택할 수 있다. 풀HD는 16:9 비율에서 초당 60매 기록을 지원한다. 이렇게 보면 기능 자체는 매우 평이하다. 경쟁사 카메라는 720p지만 초당 960매 촬영이 가능한 수준이다. 센서는 달라도 어느 정도 구현 가능한 기능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향후 LG전자는 꾸준한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니 차후 업데이트를 기대해 본다.
오디오는 기대 이상이었다. 기본적으로 기존 스마트폰에 적용됐던 하이파이 쿼드 DAC(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를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에 DTS:X 음장 기술을 더했다. 조합만 잘하면 웅장한 소리를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기자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영화 감상 시를 제외하면 쓸 일이 없었다.
음감 시에는 하이파이 쿼드 DAC의 힘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성능이 되는 이어폰/헤드폰을 가지고 있다면 MP3를 들어도, 고해상 음원(FLAC)을 들어도 최적의 음질을 듣는게 가능하다. 여기에 G6에는 없던 사운드 프리셋에 디지털 필터 기능까지 넣었다. 이와 별개로 음향효과(이퀄라이저), 음량을 균등하게 맞춰주는 자동 보정 기능도 있다. 마치 본격적인 오디오 플레이어 느낌이다.
블루투스는 더 인상적이다. 퀄컴 프로세서이기에 24비트/48kHz 대역 전송을 지원하는 aptX HD는 기본. 소니의 무선 고해상 음원 전송 기술인 LDAC까지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이를 지원하는 소니 헤드폰을 무선 연결하면 화면에 LDAC으로 연결되었다는 문구가 나타난다. 이 기능은 안드로이드 오레오(8.0)부터 추가되었다 뛰어난 성능, 안정적인 배터리
이 스마트폰에 탑재된 프로세서는 퀄컴 스냅드래곤 845로 현재 출시되는 프리미엄 라인업들이 채용 중이다. G6에서는 스냅드래곤 821, V30은 스냅드래곤 835를 이어 채택했고 V30S 씽큐도 동일해서 시장의 흐름 대비 비교적 최신 프로세서 채용에는 뒤처진 모습을 보여왔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제대로 된 시기에 요구에 부합하는 성능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체감 성능도 상당하다. 메모리도 4GB로 비교적 여유롭기 때문에 게임은 물론, 애플리케이션 구동에도 부담이 없다. 실제 3D 게임을 실행해도 느려지는 현상을 겪기 어려울 정도. 이 제품 자체에 탑재된 메모리도 아쉬움이 없지만 더 많은 용량의 메모리를 원한다면 플러스 쪽을 고려해 보는 방법도 있다. G7 플러스 씽큐는 메모리가 6GB다.
배터리 성능도 인상적이다. 스마트폰 내에는 3,000mA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다. 얼핏 보면 평이한 수치로 보이겠으나 스냅드래곤 845에는 전력 절감 기능이 있으며, 제조사가 설계하면서 적용한 절력 절감 요소들도 있을 것이다.
실제 지속력은 어느 정도일까? 디스플레이 밝기 100%, 블루투스를 제외한 와이파이, 근거리 무선통신(NFC) 등 무선 기능은 제외했다. 배터리는 완전 충전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넷플릭스를 재생해 보니 약 5시간 20분 가량 재생할 수 있었다. 밝기를 약 70~80% 가량으로 설정한 다음 동일한 방식으로 활용한다면 약 8시간 가량 사용 가능해 보인다.
부족한 점 있지만 매력적인 스마트폰의 등장
많은 부분에서 업그레이드를 거치며 완성도를 높인 LG G7 씽큐. 물론 부족한 점은 있다. 스스로가 강조한 ABCD는 분명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각 기능이 유기적으로 맞물린다는 느낌은 아니다. 배터리와 디스플레이가 전체를 지탱하고 카메라와 오디오가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경쟁사들의 스마트폰과 달리 기본적인 즐길거리가 적다는 점도 아쉽다.
하지만 흔히 '레퍼런스 폰'을 선호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 제품은 최고의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교 없이 운영체제가 제공하는 기본 애플리케이션으로 운영되는 만큼, 최대한 가볍고 깔끔하게 제품 운영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이 제품은 통신사를 거쳐 구매하는 것보다 자급제 또는 베스트샵 등에서 판매하는 일반형(언락)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추가로 일부 회자되고 있는 디스플레이 패널에 대한 이야기는 어찌 보면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어떤 패널을 썼고, 어떤 픽셀 배열을 썼는가 여부는 실제 체감해 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이다. 분명 사용자에 따라 호불호가 존재하는 구조일 수 있다. 때문에 가급적 미리 제품을 체험해 보고 결정해 줄 것을 권장한다.
가격은 89만 8,700원. 성능, 기능, 마감 등을 두루 고려하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이다. 겉 보기에는 경쟁사 스마트폰이 좋아 보일 수 있다. G7 씽큐는 상대적으로 기능은 심심해도 '나의 스마트폰'이라는 느낌은 충분히 심어준다. 또한, LG전자가 지속적 업데이트와 기능 추가에 대한 의지가 있으므로 차후 추가되는 요소들에 대한 기대감도 가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G7 씽큐는 안에 탑재된 인공지능의 잠재력처럼 큰 가능성을 품은 스마트폰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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