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정춘숙 국회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정신질환 의료급여환자의 의료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관련 학회 및 정책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대한정신약물학회 제공
최근 정신질환자가 본인 동의 없이 강제 입원하는 비자의(非自意) 입원율이 지난해 4월 말 58.4%에서 올해 4월 37.1%로 21.3%포인트나 떨어졌습니다. 정신질환자의 인권이 점점 중요시되는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입니다. 더구나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30일부터 ‘입원적합성 심사위원회’를 가동합니다. 즉 본인 동의 없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한 환자는 1개월 안에 위원회의 입원적합 여부 심사를 받게 됩니다. 이처럼 강화된 인권 덕분에 강제입원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똑같은 정신질환자이면서도 치료에 차별을 받는 인권사각지대 환자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바로 의료급여(생활이 어려워 국가에서 치료비 전액 지원) 환자들입니다. 이들은 2016년 기준으로 8만2898명으로 전체 조현병 환자(20만2060명)의 약 41%를 차지합니다. 특히 조현병으로 입원한 의료급여 환자는 일반 건강보험 환자에 비해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서비스가 매우 제한돼 있습니다.
이들은 입원 시 어떤 차별을 받을까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모 씨(20)는 2011년에 처음 조현병 진단을 받고 하루에 두 번 알약을 복용하다가 상태가 악화돼 2016년 전문정신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다행히 기존 치료보다 편리하면서 치료효과도 좋은 ‘장기지속형 치료제(주사제)’로 변경하고, 심리치료와 같은 정신요법 덕분에 6개월 이상 재발이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집안이 어려워 의료급여 환자로 전환되자 이 씨는 장기지속형 치료제(1회 비용 약 21만3000원)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의료급여 입원환자는 국가에서 1인당 하루에 3만3400∼5만5300원만 지원하는 ‘일당 정액수가’이기 때문입니다. 즉 그 돈으로 입원비와 약제비, 정신요법료, 식비, 검사비 등을 모두 해결하라는 것입니다. 결국 이 씨는 장기지속형 치료제 대신 기존 알약으로 치료제를 다시 바꾸면서 잦은 재발로 장기 입원이 불가피하게 됐고, 사회 복귀는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조현병 건강보험 입원환자의 경우 하루에 드는 비용은 평균 7만7455원입니다. 의료급여 환자에게 드는 비용에 비해 1.4배∼2.3배나 높습니다.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환자 모두 식대비를 제외한 입원비 등 병원 관리비용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환자가 정신요법료와 약제비 등 치료에 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이죠. 만약 이 씨가 필요한 치료를 충분히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면 그의 인생은 많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최봉영 정신건강정책연구소장은 “의료급여 환자는 낮은 정액수가로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다 보니 장기 입원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의료급여 환자가 차별받지 않게 하려면 일당 정액수가를 행위별 수가로 바꿔야 합니다. 이게 힘들다면 최소한 일당 정액수가에서 입원료 외 식대 약제비 등의 항목을 분리해야 합니다. 그렇게 건강보험 환자와 균등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이들의 장기 입원이나 재발을 줄일 수 있습니다.
2015년 12월 정신질환 의료급여 환자 10명은 현행 의료급여법이 정기적이고 합리적인 수가 인상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 않아 인간의 존엄성과 건강권을 해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해당 헌법소원은 7월경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입원환자의 차별은 인권의 문제입니다. 보건 당국의 선제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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