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그대로 보존한 채 암 조직만 제거… 환자 삶의 질 높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0일 03시 00분


고려대 구로병원 유방암센터

고대 구로병원 유방암센터의 우상욱 유방내분비외과 교수와 성형외과 동은상 교수가 암 조직만 제거하면서 가슴을 보존하는 미세유방재건술을 시행하고 있다. 고대병원 제공
고대 구로병원 유방암센터의 우상욱 유방내분비외과 교수와 성형외과 동은상 교수가 암 조직만 제거하면서 가슴을 보존하는 미세유방재건술을 시행하고 있다. 고대병원 제공
국내 최초로 2009년 유방암 치료에 다학제 진료를 도입한 고려대 구로병원 유방암센터는 환자 5년 생존율 90%이상을 기록하며 유방암치료의 표준으로 불리고 있다. 고대 구로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실시하는 적정성 평가 유방암 부문 총 20개 지표에서 모두 100점 만점을 받으며 4년 연속 1등급을 달성할 정도로 우수한 실력을 인정받았다.

통합진료로 최적의 맞춤치료 설계
우상욱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우상욱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유방암 환자가 고대 구로병원 암병원 유방암센터에 들어서면 유방내분비외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를 포함한 9개 과의 전문 교수진에게 원스톱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검사에서부터 진단, 치료, 재활, 관리까지 여러 진료과를 옮겨 다닐 필요 없이 최적의 치료 계획이 세워진다.

대부분의 암들은 병기가 결정되면 치료방법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지만 유방암은 다양한 인자들에 의해 방법이 달라지고 치료 성적도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의사 한 명의 결정보다 여러 전문가가 함께 치료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병원 측 설명이다.

유방암의 수술은 암 제거를 위한 유방 절제술과 림프절 전이가 있을 때 병소를 제거하기 위한 겨드랑이 림프절 수술로 이뤄진다. 유방암 수술은 전체 절제를 했던 과거와 달리 부분적으로 절제하는 보존적 절제술과 방사선치료를 병행하는 방법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경우에서 보존적 절제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병소가 여러 개이거나 미세 석회가 넓게 퍼져있는 경우, 종양 크기에 비해 유방이 작은 경우, 방사선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유방의 보존이 힘들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종양성형수술과 일차적인 유방재건술을 통해 유방의 형태를 보존할 수 있다.

고대 구로병원에서는 우상욱 유방내분비외과 교수와 동은상 성형외과 교수가 협진을 통해 병변 제거와 함께 유방재건, 복원술을 시행하고 있다. 유방 전체를 잘라내지 않고 최소침습수술을 통해 가슴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종양 주변 피부의 1∼2cm만 절개하는 등 흉터를 최소화함으로써 환자의 수술 부담을 줄이고 수술 후 삶의 질은 높이고자 노력한다. 우 교수는 “유방암 수술에 있어서 단순한 병소의 제거를 넘어 여성성과 모성을 존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이에 고대 구로병원 유방암 환자의 80% 정도가 유방을 보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다학제팀과의 적극적인 협진으로 유방암 재발률을 낮추기 위해 수술 전후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 등 보존적 수술도 병행하고 있다. 겨드랑이 림프절 절제는 팔이 심하게 붓는 림프 부종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림프절 전이가 확인될 경우에만 절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우 교수는 “수술 결과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합병증 없이 빠른 회복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다학제팀과 함께 암 수술 후에도 통증 관리 등 회복과 재활을 돕는 포괄적인 치료에 힘쓰고 있으며 환자가 치료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을 관리해 환자의 심리적 안정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가슴은 그대로 암조직만 제거

유방암은 여성의 상징인 가슴의 상실이라는 점에서 다른 암보다 환자들이 겪는 충격과 스트레스가 큰 암 중에 하나다. 치료 과정에서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것이 유방보존술과 유방재건술이다. 특히 최근에는 유방암 환자들의 나이가 젊은 경우가 많아 유방보존술과 유방재건술을 원하는 환자가 많다.

과거에는 종양이 5cm 이상이면 유방 보존이 힘들었다. 하지만 현재는 종양성형술이나 수술 전 항암치료를 통해 크기를 줄여 보존을 시도할 수 있다. 암 조직이 유방 크기의 30%를 넘을 경우에는 일반적인 유선을 이용한 성형수술보다는 본인의 근육, 연부조직, 피부를 이용한 복원 수술을 시행한다. 유방암 3기 이상의 환자에서도 종양성형술 등 즉시 재건술을 통해 암 제거와 함께 유방재건이 동시에 이뤄지기기 때문에 암을 제거하더라도 원형 그대로의 가슴 유지가 가능하다. 종양 크기가 커서 바로 수술하기가 어렵거나 환자가 유방 전체 절제술을 원치 않는 경우에는 수술 전에 항암치료를 실시해 종양의 크기를 줄이고 유방보존술이 가능하도록 한다.

유방재건술은 크게 인공 삽입물을 사용하는 방법과 자신의 조직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환자의 상태, 보존된 조직, 유방암의 병기, 전이 여부, 방사선치료 여부 등을 고려해 재건수술 방법을 결정한다. 이때 환자와 충분히 상의하고 환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슴의 모양에 대해 고려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조직으로 복원하는 것이 수술시간이 길고 방법이 어렵지만 인공 삽입물을 이용하는 것보다 촉감이 좋고 다양한 모양에 맞추기가 유리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동 교수는 “유방암으로 가슴을 절제한 환자는 상실감이 크다”며 “유방 재건술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합병증 최소화하는 유방재건술

고대 구로병원 유방재건팀은 유방재건수술로 미세혈관수술인 유리횡직근피판술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배에서 가져온 횡직근피판을 가슴의 내흉동맥에 연결하기 위해 늑골의 일부와 그 주변 조직을 제거해 수술 후 통증 등의 합병증이 발생 할 수 있었다. 고대 구로병원 유방재건팀은 늑골의 일부와 주변 조직을 제거하지 않고 배에서 가져온 횡직근피판의 혈관을 내흉동맥의 천공지에 직접 연결해 정상 해부학적인 구조의 손상을 줄임으로써 수술 후 합병증을 최소화시킨다. 당연히 수술 시간도 단축되고 손상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환자 회복도 빠르다. 또 혈관과 관련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수술 전 컴퓨터단층촬영을 이용한 혈관 조영 검사를 시행해 보다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다.

동은상 성형외과 교수
동은상 성형외과 교수
유방절제술과 동시에 유두를 절제한 경우에는 유두를 재건해 줘야 한다. 유두재건은 대개 수술 후 6 개월 이후에 국소 마취하에 실시한다. 유두재건 부위가 안정화되면 유두와 주변의 유륜 부위는 문신으로 색을 입히는데 고대 구로병원 유방재건팀은 수술에 참여한 성형외과 교수진이 외래에서 직접 문신을 시행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의학#건강#고려대 구로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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