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청소년 정신적 고통 해결… 심리상담 서비스 ‘테조’ 설립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0일 03시 00분


더 건강한 미래를 위한 헬스케어 혁신가를 만나다<4>
벨기에 잉그리드 드 종헤

《본보는 헬스케어 분야의 이슈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는 사회혁신 기업가들을 소개합니다. 베링거인겔하임, 아쇼카와 함께 ‘더 건강한 미래를 위한 헬스케어 혁신가를 만나다’를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자해를 하는 청소년들 중에는 우울증이나 조울증, 과잉행동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청소년 심리상담센터 ‘테조’ 설립자인 잉그리드 드 종헤와 자원봉사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 제공
청소년 심리상담센터 ‘테조’ 설립자인 잉그리드 드 종헤와 자원봉사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 제공
청소년 정신행동 치료사 잉그리드 드 종헤(Ingrid De Jonghe)는 위기 환경에 놓인 청소년들의 정신적, 심리적 문제에 집중했다. 위기 청소년에 대한 전문적인 정신건강 지원이 필요하다는 일부 사회적 공감이 이뤄지고 있지만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의 심리상담 시스템의 한계로 관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잉그리드는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방식의 상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여기고 2010년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10∼20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익명의 심리상담을 해주는 ‘테조(TEJO)’를 설립했다.

잉그리드는 법학도 시절 청소년과 가정 법률에 관심을 가졌다. 위기 환경에 놓인 청소년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경험하면서 청소년 문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각종 청소년과 관련한 법학, 범죄학, 심리학 등의 학문을 통해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데에 법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치료가 필요함을 알게 됐다.

잉그리드가 느낀 청소년 문제는 심각했다. 벨기에 내에서 최근 십여 년간 심리적 고통을 겪는 청소년 비율은 40% 가까이 급증한 반면 심리상담 기관은 턱없이 부족해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이 상담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었다. 공공기관의 서비스는 재정을 급격하게 확충하기 어려운 구조인 데다가 민간기관은 경제적 부담이 컸다. 약 4000 명의 청소년들이 공공 기관에서 제공되는 심리상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5개월 이상을 대기하거나 그 과정에서 상담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초기 지원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방치할 경우 심각한 청소년 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했다.

벨기에 북부의 안트베르펜 지역에서 처음 시작된 테조는 다양한 청소년 유형과 단계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 모델을 제시했다. 테조에서는 자발적 참여 전문 상담가들이 각종 예술과 운동 치료, 단체활동, 워크숍 등 평균 10개가량의 전문 훈련 치료를 담당·운영한다. 상담 치료의 목적은 청소년들이 통제와 압박 등의 문제 상황에서 서서히 감정을 조절하고 독립적인 자아를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기존의 공공 심리상담센터와 테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 초기 단계의 정신건강을 주요하게 보고 더 이상 상황이 발전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점이다. 청소년 범죄나 탈선 등의 문제 발생 후 정신건강에 대한 해결점을 찾던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다.

테조 상담센터는 고도의 전문 상담 자격을 갖춘 자원봉사자가 상담 현장의 최전선에 배치되는 형태로 운영된다. 청소년의 심리상담을 접수하고 관리하는 직원부터 전문 심리치료사까지 모두 자발적 의지에 의한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모델로 평가 받고 있다.

테조는 지난 5년간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2500명 이상의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지원해 왔다. 테조가 성공적인 모델로 신뢰를 얻기 시작하면서 벨기에의 타 지역과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등지로 서비스 모델을 확장해나가 유럽 청소년들에게도 긍정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잉그리드는 이 프로젝트로 글로벌 ‘메이킹 모어 헬스(Making More Health)’의 사회혁신가로 인정받아 2014년 메이킹 모어 헬스 펠로(fellow)로 선정됐다. 국제적 차원의 변화를 만들기 위한 전 세계 메이킹 모어 헬스 네트워크에 속해 펠로 간의 자원 교류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리더, 투자자, 혁신기업가와의 교류를 통해 더 큰 파급력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제공받고 있다.

메이킹 모어 헬스는 베링거인겔하임과 아쇼카의 글로벌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글로벌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헬스케어 문제를 풀 수 있는 혁신적인 해결책을 가진 기업가를 발굴하고 지원해 더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4년부터 메이킹 모어 헬스 체인지메이커를 론칭해 공모전 형태의 사회혁신 기업가를 발굴·지원하고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메이킹 모어 헬스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헬스동아#의학#건강#메이킹모어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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