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RPG에서 개발중인 PC용 차세대 MMORPG '로스트아크'의 3차 비공개 테스트(CBT)가 지난 6월3일부로 마무리됐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이터널'이 몇 번의 일정 연기 끝에 사라진 가운데, 국산 PC MMORPG의 마지막 보루로 손꼽히고 있는 '로스트아크'는 최종 밸런스 테스트라는 명목으로 약 12일간 3차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CBT 기간동안 게임의 완성도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검증 작업이 진행됐다.
1차와 2차 테스트를 진행한 필자 입장에서도 이번 3차 테스트에서 항해 시스템 및 새로운 경제 시스템 등을 검증하기 위해 테스트에 참여했고, '로스트아크'의 세계에서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돈이 넘쳐 흐르는, 화려한 네온싸인 거리에 선 느낌>
'로스트아크' 3차 CBT를 진행 후 떠오른 것은 일본의 화려한 버블 시대였다.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모든 게 빛나고 있는 거리, 그리고 즐길 것이 많고 돈이 넘쳐 흘러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는 그때의 기록들. 얼마나 단가가 비싸던 간에 좋은 부품을 다 때려박고 수십만 엔 이상으로 물건 가격을 산정해도 미칠듯이 팔려나가던 시절.
그런 버블시대 때의 환경은 현재의 '로스트아크'와 묘하게 닮아 있다. 모든 부분에서 돈이 없으면 절대 구현하지 못할 막대한 연출들이 쏟아져나오고, 그런 연출과 함께 드라마가 펼쳐지고, 절묘한 하이라이트에 이어 그렇게 단락을 마무리 지으면 또 다시 멋진 연출과 스토리가 이어져 나온다.
'크로스파이어'에서 파생된 풍부한 자금력이 그대로 치환된 것을 느끼면서, 흡사 과거에 매년 여름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기대하며 설레이던 것처럼, 혹은 마이클잭슨의 새 앨범을 기대하는 것처럼 '영광의 벽'이니 '왕의 무덤' 등을 클리어해나갔다.
'로스트아크'는 정말 연출 하나만큼은 노벨상을 줘도 무방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다. 국내 MMORPG 중에 이정도의 연출과 그래픽 퀄리티를 보여준 작품이 또 있나 생각이 들만큼 훌륭하며, 만약 '갓오브워' 등 콘솔 베이스의 액션 게임만 즐겼던 게이머라고 해도 별다른 위화감없이 이 게임의 액션성에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너무도 많은 즐길거리, 그 속의 주인공이 되다>
'로스트아크'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새로운 '아크'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게임이다. 아크를 찾는다는 것은 '로스트아크'라는 게임 이름과 접목되어 직관성이 있기도 하고, 흡사 만화 '원피스'나 '은하철도999' 처럼 새로운 곳을 찾아나서고 각 장소마다 새로운 스토리를 경험할 수 있는 방식이어서 세계관을 늘 고민해야 하는 개발자 입장에서도 편했으리라 생각한다.
게임은 그야말로 즐길거리가 넘쳐난다. 자유도 높은 캐릭터 커스터마이징과 12개의 직업에 이어 편의성이 증대된 튜토리얼, 던전, 미궁, 거북이나 무당벌레같은 탈 것, 아르테타인의 로봇, 각성 퀘스트 등.. 하다 못해 카드 배틀이나 봄버맨 식의 미니게임 등 자잘한 재미를 주려고 노력한 부분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공성전과 같은 압도적인 연출력이 특화된 곳은 말할 것도 없고, 팬더곰이 되어 풀을 뜯는다거나 주인공이 닭으로 변하는 등 코믹 요소부터 병든 고래를 고쳐주고 비무제를 치루는 등 꽤 인상적인 경험을 곳곳에서 즐길 수 있으며, 수집 채집 등 여러 생활 콘텐츠 등으로도 자신만의 플레이 감각을 확보할 수 있다.
2차 CBT 보다 개선된 튜토리얼과 캐릭터 스토리로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스토리 라인, 그리고 이러한 다방면의 콘텐츠를 스마일게이트RPG에서는 단계적으로 풀어놓아 게이머들을 큰 혼란없이 게임 속으로 빠져들게 해주고 있었다.
<게이머와의 소통을 중시.. 신뢰로 이어지다>
이번 '로스트아크'에는 지난 2차 CBT의 여러가지 피드백들이 개선되었다. 한 번 패배하면 다시 플레이해야했던 비무대회의 노가다가 사라졌다거나, 게임 내에 모든 정보를 빠르고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는 이정표 시스템도 주목할만한 변화로 손꼽힌다. 이동 속도가 여전히 느리긴 하지만 새로운 탈 것들이 등장한 것도 게임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변화다.
전투 부분에서도 기상기 스킬이 도입되고 무력화 시스템이 개선되는 등 편의성이 극대화되었으며, 향후 '블레이드앤소울'처럼 PVP에 대한 고민을 나타내는 백어택 시스템 등도 좋았다. 결론적으로는 1차 CBT와 2차 CBT에 비해 상당히 많은 부분이 바뀌었고, 게이머들의 신뢰도 높아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 판단된다.
실제로 스마일게이트의 다른 웬만한 게임들에는 '믿거스'(믿고 거르는 스마일게이트)라는 댓글이 달려있지만, '로스트아크'에는 그런 댓글이 달리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봐야 하겠다.
이외에도 사실 스마일게이트RPG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보는 부분이 있다. 국내의 N3사를 비롯하여 '로스트아크' 급의 대작들은 보통 3년 이상 딜레이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스마일게이트RPG는 지금까지 정해진 일정에서 크게 벗어난 적이 없고, 꾸준히 해당 일정을 지키면서도 매 비공개 테스트마다 상당히 진척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원길 대표의 개발 추진력은 정말 믿을만하구나 라고 느끼게 된다.
다만 우려점도 있다. 각 콘텐츠들이 너무 농도가 깊고 자금이 많이 필요한 형태로 구성되다보니, 향후 정식 서비스 후에도 게이머들의 콘텐츠 소모 속도에 맞추어 새로운 콘텐츠 제작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들었다. 결국은 PVP나 공성전 형태로 콘텐츠 효율화를 더 진행해야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
<어려운 것은 이제부터.. 순환 시스템에 대한 검증은 아직>
여러가지로 향상된 '로스트아크' 이지만, 찬양만 계속할 정도로 완벽한 게임은 아니었다. 여러가지 부족한 점과 고쳐야할 점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먼저 이동 부분. 이동속도가 늦는데 이동거리 마저 길다보니 필연적으로 지루할 때가 있다. 탈 것들을 넣어놨지만 탈 것들을 못타는 지역도 있고 탈 것을 타도 느린 부분도 있다. 또 전투 시 체력게이지나 각 캐릭터 별 디자인이 한 눈에 구분이 가지 않는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요소로 지목되며, 근거리 캐릭터와 원거리 캐릭터의 밸런스에 대한 불만도 게이머들 사이에서 꽤 회자되고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쓰는 스킬만 쓰고, 생활 콘텐츠를 등한시한다는 점도 개발사의 의도는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된다.
가장 큰 이슈는 경제 시스템 등 '콘텐츠 순환'에 대한 해결책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섬마음 15개를 모을 동안 제대로 고레벨 장비를 갖출 수 없다거나, 생활 콘텐츠의 밸런스 등도 줄곧 이슈였다.
사실 이러한 경제 시스템은 변수가 많을수록 제어하기가 어렵다. 즉, '즐길거리가 많을수록' 문제가 되는 것인데, '로스트아크'는 즐길거리가 많은만큼 어떤 재원이든 간에 너무 부족하거나 너무 인플레가 생기거나 하기가 쉽다. 본래 MMORPG란 초반에는 퀘스트와 스토리로 풀어가지만, 2년쯤 지난 이후 후반부를 지탱해주는 것은 바로 이 경제를 포함한 순환 시스템이다.
기껏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어놓고 자원 부분에 구멍이 생겨서 게이머들이 이탈하게 된다면 개발사에게 그만큼 뼈아픈 일은 없을 것이다. 때문에 다음 OBT에서는 다른 무엇 보다도 게임에 대한 '순환구조'에 집중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30년 전쯤에 애덤스미스는 경제 분야에 '보이지않는 손'이라는 시장기능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스마일게이트RPG가 '로스트아크' 세계의 보이지않는 손이 될 수 있다면, '로스트아크'는 현재의 '리니지'와 '검은사막'에 꿀리지 않는 대작IP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정말 어려운 것은 이제부터다. 마지막 OBT까지 스마일게이트RPG가 더 달려가서, '로스트아크'를 완성형으로 탈바꿈 시켜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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