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는 정말 무섭게 성장했다. 약 12년 전, 디지털 시대에 뒤떨어졌지만 제법 알짜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던 미놀타를 인수하고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알파100을 선보일 때만 하더라도 소니는 그저 그런 카메라 브랜드 중 하나였다. 이전의 소니는 사이버샷(Cyber-Shot)이라는 컴팩트 카메라들을 선보여 왔었다.
그런데 소니가 무섭게 성장하기 시작했던 것이 2010년대 초반이다. 이전에도 첫 풀프레임(35mm 필름 면적의 센서) DSLR 카메라인 알파 900/850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내기는 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가성비는 좋았어도 타 브랜드와의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물음표가 드는 것은 다르지 않았다. 반전은 소니가 일안반사식을 버리고 미러리스를 전략적으로 전개하면서 시작됐다.
또 하나의 충격이 있는데 바로 1인치 센서의 등장이다. 지난 2012년, 소니는 이 센서를 탑재한 프리미엄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RX100 시리즈를 공개한 바 있다. 기자도 당시 카메라를 경험하면서 충격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적당히 큰 이미지 센서(13.2 x 8.8mm)에 화질도 좋고 무엇보다 줌 렌즈가 최대 광각에서 조리개 f/1.8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최대 망원에서 f/4.9였지만. 화질 좋고 성능 좋고, 가격은 비싸고 그런데 크기가 작아 다 용서가 되었던 그런 물건이었다.
그리고 꾸준히 1년 남짓한 주기로 차기 라인업들이 나왔다. 그리고 출시 6년 가량이 도래한 이 시점에 6세대가 출시됐다. 그 동안 솔직히 이 제품은 세세한 발전을 이루다 4세대 이후에는 어딘가 발전이 애매하게 이뤄졌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6세대는 확실히 달라진 부분들이 존재한다.
6세대 RX100, RX100M6의 큰 변화는 렌즈다. 그 동안 24-70mm에 해당하는 줌렌즈를 채택해 왔으나 이번에 와서 24-200mm에 상응하는 줌렌즈를 달았다. 더 멀리 찍을 수 있다 보니까 본의 아니게 다용도 카메라가 되었다. 이렇게 해야 이전 세대 모델도 판매 생명 연장의 꿈을 꿀 수 있다. 줌렌즈의 조리개는 f/2.8-4.5다. 이 외에 기능이나 성능은 이전 세대 RX100과 큰 차이 없는 수준이다. 센서도 거의 동일하다.
약간의 차이점은 존재할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조금 더 긴 초점거리의 렌즈를 쓰다 보니 추적 모드에서 연사 성능이 최대 24매(연속 233매)로 강화된 점은 눈에 띄는 부분. 이전에는 초당 24매인 것은 동일하나 최대 150매까지 저장 가능했다. 여기에 터치 스크린도 추가됐다.
4K 촬영 기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계조를 더 풍부하게 표현하는 HDR 촬영을 위한 HLG(Hybrid Log-Gamma), S-로그3/S-가무트3 등을 지원한다. 풀HD 모드에서 최대 120매 촬영, 프록시 레코딩 등 전문 기능이 대거 있다. 작은데 어중간한 캠코더는 비웃을 수준이다.
그런데 가격이 늘 문제다. 이번에도 10만 원 인상된 139만 9,000원이다. RX100M5는 129만 9,000원이었으니까 딱 10만 원 상승했다. 이전에도 그랬다. 성능이 향상됐으니 그려려니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이전 세대와 비교하기엔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마치 모 자동차 회사의 명언 중 하나인 "실제 가격 인하 효과"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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