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의 가장 큰 약점은 성능이었다. 배터리와 효율성을 만족시키면 여김 없이 성능을 낮춰야 하기에 체감적인 만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지금은 반도체 기술의 향상으로 전력적인 요소를 만족하면서 성능도 어느 정도 확보 가능한 상태다. 이는 모바일 8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등장하면서 더 가속화되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기존 대비 가용한 코어가 2개씩 증가, 더 많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서다.
혜택은 고성능을 지향하는 노트북 라인업에서도 이뤄졌다. 데스크탑 프로세서와 차이는 조금 있지만 코어 수는 동일하기에 거의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심지어 그래픽 프로세서까지 품은 제품이라면 이제 어디서든 PC를 들고 다니며 그래픽 관련 작업이나 게임도 신나게 즐길 수 있다. 요즘 노트북 시장을 둘러보면 매력적인 고성능 노트북들이 많이 늘었다.
이런 노트북들도 고민은 있다. 성능과 용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노트북은 여러 방법을 써 왔지만 저장공간이라는 한계는 쉽게 극복이 어렵다. SSD는 빠르지만 용량 대비 가격이 높고, 하드디스크는 용량 대비 가격이 매력적이지만 성능은 느리다. 이를 보완한 SSHD가 존재하지만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한계가 있다.
노트북의 새로운 고민으로 떠오른 성능과 용량을 절묘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MSI가 찾았다. 인텔 옵테인 메모리(Optane Memory)를 채용한 GP63 레오파드(Leopard) 8RE가 그것. 이 제품은 8세대 코어 i7 8750H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60(6GB)을 채용한 게이밍 노트북이다.
옵테인 메모리는 인텔이 제안한 새로운 저장장치 솔루션으로 기기 자체는 저장장치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지만 속도가 느린 하드디스크와 호흡을 맞춰 반응 속도를 끌어올려준다. 그만큼 용량 대비 성능(+비용)을 확보할 수 있다.
날렵한 라인 인상적인 게이밍 노트북
MSI GP63 레오파드 8RE의 디자인은 잘 달리는 고성능 차량의 보닛을 떠올리게 한다. 상판을 3등분한 형태로 굴곡을 줘 개성을 살렸고 양쪽으로는 붉은색의 ㄴ자형 라인을 그려 넣어 고성능을 암시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상판은 금속 재질로 특유의 헤어라인을 살려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15.6인치 노트북으로 육안으로 보기에 크기는 무난하다. 실제 크기는 가로 383mm, 세로 260mm, 두께 29mm다. 8세대 코어 i7 프로세서와 지포스 GTX 1060 그래픽카드 등 사양을 고려하면 두께 자체는 수긍할 수 있는 수치다. 무게는 약 2.2kg 가량으로 휴대에 많은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 적어도 17.3인치 노트북과 비교하면 말이다.
후면 디자인도 상판과 비슷한 느낌으로 이어진다. 측면의 붉은색 선이 후면에도 깔끔하게 이어지는 형태인데 마치 스포츠카의 뒷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좌우에 큼직한 통풍구가 있고, 그릴이 대각선으로 지나게끔 만들어 멋스럽게 마무리했다. 또한 상단에 레오파드(Leopard)라는 문구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다른 노트북도 그렇지만 마치 차량에 부착하는 레터링을 보는 것 같다.
성능이 높은 만큼 발열을 잘 억제해야 된다. MSI는 5세대 쿨러 부스트(Cooler Boost) 기술을 적용해 완성도를 높였다. 여기에는 좌우 끝에 2개의 냉각팬과 이를 중심으로 7개의 히트파이프가 지난다. 냉각팬은 공기를 하단에서 빨아들인 다음, 후면과 좌우측으로 배출하게 된다.
게이밍 노트북다운 확장성을 갖췄다. 기기 양 측면에 각각 제공되는 확장 단자는 좌측(노트북을 전면으로 바라봤을 때 기준)에 USB-A 규격 단자 1개와 USB-C 규격 단자 1개, HDMI 단자와 미니 디스플레이포트(m-DP) 단자, 스테레오 입출력 단자가 배치되어 있다. 유선 네트워크(RJ-45) 단자도 추가 배치되어 유무선 환경에 충실히 대응한다.
우측에는 USB-A 규격 단자 2개와 SD카드 리더기 1개가 각각 배치되어 있다. 제품 양 측면에는 통풍구가 배치된다. 높은 성능을 내야 하는 기기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MSI GP63 레오파드 8RE에서 눈에 띈 것은 기기의 세부 완성도. 다른 부분은 몰라도 덮개(디스플레이 부) 좌우 끝이 완전하게 닫히지 않고 유격이 생기는 형태로 뜨게 된다. 자체적으로 보유한 수많은 노트북의 측면을 확인했지만 이렇게까지 덮개가 뜨는 것을 보지 못했다. 완전히 밀착되지 않는다면 사용 및 이동 중에 마찰에 의한 흠집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제조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며 차후 개선이 이뤄졌으면 한다.
상단 덮개를 펼치면 큼직한 디스플레이와 알차게 들어찬 키보드·터치패드가 눈 앞에 나타난다. 15.6인치 노트북이라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공간을 잘 활용한 모습. 특히 키보드 부분을 상판과 비슷한 느낌의 금속 재질을 채용해 일체감을 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다만, 겨울에 사용하면 의외의 싸늘함에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부팅 후 열이 살짝 올라올 때 사용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극복 가능하겠다.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풀HD(1,920 x 1,080)다. 요즘 같은 시대에 더 큰 해상도의 패널을 써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노트북에 탑재된 지포스 GTX 1060의 성능을 고려하면 균형을 살리기 위한 구성인 듯 하다. 제품에는 지싱크(G-SYNC) 같은 가변 주사 기술이 적용되어 있지 않아서다.
키보드는 노트북 중에서 풀사이즈에 해당되는 키 배치다. 주로 우측에 별도의 숫자 키패드가 제공되는 형태를 말한다.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키보드는 화려한 RGB LED 조명으로 눈을 즐겁게 해준다. 흥미로운 점은 게이밍 주변기기로 유명한 스틸시리즈(Steelseries)와 협업했다는 부분이다. 그러나 실제 경험해 본 키감 자체는 타 노트북과 큰 차이가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터치패드는 얼핏 팔이 닿는 암레스트와 영역 분간이 잘 안 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차가 크게 느껴질 정도로 영역 분할을 잘 했다. 무엇보다 본체의 재질을 터치패드까지 이어가는 일체감이 돋보인다. 하단에는 별도로 마우스 좌/우 클릭 역할을 담당하는 버튼을 배치했다.
8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지포스 GTX 1060의 만남은?
MSI GP63 레오파드 8RE의 성능을 확인해 볼 차례. 15.6인치 게이밍 노트북에서 어느 수준의 성능을 뿜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측정을 위해 간단한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와 게임 등을 실행해 봤다.
노트북에 탑재된 프로세서는 인텔 코어 i7 8750H다. 코드명 커피레이크(Coffee Lake)로 현재 운영 중인 8세대 코어 i7 프로세서 라인업 중 하나. 데스크탑 프로세서와 마찬가지로 6코어에 가상 쓰레드 처리 기술인 하이퍼쓰레딩(Hyper-Threading) 기술이 더해져 12쓰레드 처리를 지원한다. 그럼에도 열설계전력(TDP)는 45W 가량에 불과하다.
작동속도는 2.2GHz로 그냥 보면 3~4GHz 수준의 데스크탑 프로세서 대비 낮게 느껴지지만 모바일로 보면 비교적 높은 편이다. 대신 특정 환경에 따라 속도를 높여 처리 성능을 개선하는 터보부스트 기술은 4.1GHz까지 상승해 처리 성능를 앞당긴다. 이 정도 사양이면 어지간한 노트북은 물론 동급 데스크탑 PC와 비교해도 아쉽지 않은 사양이다.
여기에 8GB 용량의 DDR4 메모리(램)와 1TB 용량의 하드디스크를 조합했다. 최근 고사양화가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 시스템 자체를 운영하는 데에는 큰 무리 없는 수준이다. 다만 고사양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가급적 메모리를 추가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그래픽카드 구성도 무난하다. 제품에는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60이 탑재된 상태. 물리적인 부분은 동일하지만 속도를 낮춰 성능과 발열을 조절한 맥스큐(MAX-Q) 디자인이 아닌 데스크탑과 동일한 것을 쓴다. 중급 게이밍 그래픽 프로세서로 1,280개 쿠다코어를 제공한다. 정확히 지포스 GTX 1080의 절반 수준이다. 비디오 메모리는 6GB.
게이밍 성능을 가늠하는 벤치마크 애플리케이션 3D마크(파이어 스트라이크)를 실행해 보니 동급 데스크탑 그래픽카드 수준의 성능이다. 프로세서 사양에 따라 최종 점수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세부 항목을 보면 그래픽 테스트가 초당 49~58프레임(1초에 그려지는 이미지 수) 움직임을 그려낼 정도이며, 종합 처리 능력도 초당 21프레임 가량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7~8,000점 정도면 무난하고 1만 점 이상이면 게이밍 그래픽카드로는 나름대로 합격점이니 성능 측면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실제 게이밍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배틀그라운드를 실행했다. 모든 그래픽 옵션을 높음(High)에 설정하고 게임을 즐겼다.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노트북에 비하면 조금 아쉽지만 비교적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평균적으로 해당 사양으로는 최저 52, 최대 70 프레임 가량의 성능을 보여준다. 상황에 따라 더 떨어지거나 올라가기도 했지만 대체로 이 수준이라 보면 되겠다.
용량과 성능을 잘 버무린 옵테인 메모리의 성능
MSI GP63 레오파드 8RE의 강점은 앞서 언급해 온 것처럼 인텔 옵테인(Optane) 메모리 기술을 채용했다는 부분이다. 옵테인 메모리는 지난 7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사실, 시장 분위기는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아무래도 옵테인 메모리가 용량 대비 가격적인 부분에서 타 SSD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옵테인 메모리는 부족한 하드디스크의 성능을 보완해 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적은 용량의 시스템 메모리(램)를 구성하더라도 안정적인 실행 환경을 제공한다. 단순히 하드디스크의 보조 공간(캐시)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일반 하드디스크와 옵테인 메모리 조합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알아봤다. 참고로 이 노트북에는 웨스턴디지털의 블루(Blue) 1TB 하드디스크가 탑재된 상태. 회전속도는 5,400rpm, 예비 공간(캐시메모리) 128MB 사양이다. 자기원판(플래터) 회전 속도는 낮지만 이를 여유로운 예비 공간으로 메우는 구조다.
노트북의 전원을 켜고 윈도 운영체제에 진입하기까지의 시간을 측정했다. 사용 횟수가 늘어날수록 성능이 나아지는 옵테인 메모리의 특성상 5회에 걸쳐 전원을 켜고 끄는 것을 반복했다. 이를 통해 시스템이 얼마나 학습하고 성능에 반영하는지 지켜봤다.
하드디스크만 있을 때의 노트북은 처음에 약 3분 40초 가량을 기다려야 운영체제 바탕화면을 볼 수 있었다. 이후 부팅 속도는 크게 줄어 2회차부터는 꾸준히 40초대를 유지해줬다. 설치된 애플리케이션 수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속도는 느려지겠지만 속도 자체만 보면 무난한 수준이다.
옵테인 메모리는 이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 2분 15초 가량을 기다려야 운영체제 바탕화면을 보여줬지만 두 번째부터는 성능이 크게 개선된다. 대략 20초 이내로 마무리 짓는 모습이다. 하드디스크와의 성능은 약 2배 가량 벌어진다.
게임 내에서 데이터를 불러오는 로딩(Loading) 속도를 측정해 봤다. 실행한 게임은 대전게임 철권 7. 혼자 대전을 진행하면 총 5회차에 걸쳐 상대를 만나게 되는데 이 때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한 것이다. 해당 자료는 게임을 세 번째 실행했을 때로 충분히 학습이 이뤄진 상태임을 감안하자.
이 때 하드디스크는 게임 내에서 상당한 인내를 가지고 즐겨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차전과 5차전을 제외하면 약 1분 가까이 기다려야 다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대전이 설정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4~5분 이내에 마무리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1분은 흐름을 끊을 수도 있는 수치다.
반면, 옵테인 메모리는 45초가 소요된 3차전을 제외하면 하드디스크 대비 빠른 속도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1~2차전은 20초대, 4~5차전은 10초 내외의 인내심만 가지면 끝이다. 옵테인도 처음 게임을 실행하면 하드디스크 수준의 로딩 시간이 소요되지만 꾸준히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자체적으로 학습이 이뤄져 시간을 계속 단축시킨다.
마지막으로 측정한 게임은 배틀그라운드(PUBG)다. 최근 사녹(SANHOK)이라는 새로운 전장이 문을 열었는데, 이 전장에 진입할 때의 시간을 측정한 것이다. 게임을 실행하고 5회에 걸쳐 로딩 시간을 확인했다. 기준은 로딩이 시작되고 게임 화면이 나타나는 순간까지다.
하드디스크는 모두 1분 10초대를 기록했다. 대부분 로딩이 끝나면 게이머들이 모이는 대기장이 아니라 비행기에서 바로 시작해 준비할 겨를도 없이 뛰어내릴 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옵테인 메모리는 처음 1분 4초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시간이 줄어 마지막에는 47초를 기록했다. 다른 게임의 2배 가량 속도 차이는 아니지만 상당한 속도를 보여주는 셈이다.
충분한 가능성 보여주다
게이밍 노트북의 핵심은 성능이다. 그 부분에서 MSI GP63 레오파드 8RE는 기본 이상은 해낸다. 8세대 코어 i7 8750H 프로세서에 지포스 GTX 1060을 조합, 기본적인 애플리케이션 처리 능력이나 게이밍 몰입감 등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준다. 메모리 용량이 8GB라는 점은 못내 아쉽다. 단일 16GB까지 바라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처음부터 여유로운 성능을 제공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MSI는 제품 하단에 보증 스티커가 붙어 있고 이것이 훼손되면 개인이 임의로 분해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보관에 신중을 기해야 된다. 메모리 용량을 늘리고 싶어도 어떻게든 서비스센터의 손길을 빌리거나 구매처에 이야기하는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에 처음부터 여유로운 성능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옵테인 메모리는 데스크탑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학습할수록 나은 성능을 제공하지만 SSD와 비교하면 절대 성능 자체에는 한계가 따른다. 그러나 옵테인+고용량 하드디스크 조합 비용과 동일 용량의 SSD 구성에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면 전자가 합리적이다.
MSI GP63 레오파드 8RE. 옵테인 메모리 구성 기준으로 온라인 최저가는 약 150만 원대. 동일 사양의 SSD 128GB 모델도 150만 원대(윈도 없는 제품은 137만 원대)다. 하지만 SSD 용량 증설하고 하드디스크 등을 추가하면 자연스레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다. 성능은 좋지만 용량과 비용을 고민하는가, 성능은 조금 포기해도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하는가 여부는 소비자가 판단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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