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줄었는데… 왜 여전히 위험하다고 느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일 03시 00분


뇌, 작은 위험 부풀려 균형 맞춰

각종 통계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폭력이 줄어들었다는데 이상하게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 비혼이 사회적 대세라는데 희한하게 주변 사람들은 다 결혼했다. 그저 ‘기분 탓’으로 넘기기엔 찜찜한 이런 생각에는 심리학적인 근거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데이비드 레버리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연구원팀은 어떤 현상이나 대상의 빈도가 줄어들면 우리 뇌가 그 반동으로 다른 곳에서 그 대상을 찾아 이전의 빈도를 유지시켜 인식하는 경향이 있음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연구 결과는 과학 잡지 ‘사이언스’ 28일자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먼저 파란색과 보라색 등 두 색이 섞여 있는 점 1000개를 찍은 뒤 사람들에게 색깔별로 구분하게 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점차 파란 점을 줄였는데, 사람들이 파란색이라고 인지하는 점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즉, 보라색이나 애매한 색을 파란색으로 구분하는 비율이 늘었다. “파란 점을 줄였다”고 미리 알려주고, 정확히 찾을 경우 상을 준다고 해도 소용없었다.

이런 경향은 사회, 특히 위험과 관련된 일에서 두드러졌다. 위협을 가하는 얼굴과 무표정한 얼굴을 각각 고르라고 한 뒤 실험을 반복하며 위협적인 얼굴 수를 줄였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전에는 무표정하다고 판단했던 얼굴을 위협적인 얼굴로 재평가했다. 부도덕한 내용의 연구 제안서와 문제가 없는 연구 제안서를 보여준 뒤 부도덕한 연구를 줄이자 전에는 별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던 연구 제안서도 부도덕한 연구로 평가를 바꿨다.

레버리 연구원은 “현대사회는 빈곤과 문맹, 폭력, 유아사망률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해 왔지만 사람들은 세상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며 “실제 위협이 줄어도 위협이 크게,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비관주의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위험#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