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의 발전상은 CPU(중앙처리장치)의 발전상과 거의 같은 의미다. CPU가시스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CPU 관련 업체들은 ‘최초’라는 문구에 대단히 큰 의미를 부여한다. 특히 한번에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지를 나타내는 비트(bit) 단위,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구동하는지를 나타내는 클럭(Hz) 수치, 그리고 하나의 CPU에 복수의 두뇌를 탑재해 처리 효율성을 높이는 코어(Core)수 등을 높이는데 많은 노력을 했다.
서버나 워크스테이션, 특수 목적용 시스템을 제외한 일반 PC용으로 출시된 CPU 중에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달성한 제품은 뭐가 있었는지 알아보자. 우선은 비트 수와 클럭 수치 경쟁이다.
최초의 16비트 CPU: 인텔 8086 / 8088(1978년)
CPU란 하나의 칩에 연산 장치, 해독 장치, 제어 장치 등이 집적되어 있는 것을 뜻하며, 1971년에 출시된 인텔의 '4004'가 원조다. 하지만 이는 전자계산기와 같은 특정 목적 단말기용으로 주로 쓰였으며, 오늘날 우리가 쓰는 PC(퍼스널컴퓨터)용 CPU의 원조는 1978년에 나온 인텔의 16비트 CPU인 8086, 그리고 그 자매품인 8088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금도 PC용 CPU는 ‘x86 계열’이라 부른다.
최초의 32비트 CPU: 인텔 80386(1986년)
1980년대에 들어 PC의 이용 범위가 급격히 넓어지면서 한층 고성능의 CPU가 요구되었다. 1986년에 출시된 인텔 80386은 32비트 명령어를 처리할 수 있는 최초의 x86계열 CPU로, 흔히 ‘386’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곤 했다. 80386이 큰 인기를 끌면서 인텔은 PC 시장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
최초의 64비트 CPU: AMD 애슬론64(2003년)
2000년대 들어 PC 시장에서도 64비트 CPU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이 시기의 인텔은 서버/워크스테이션용 CPU인 '아이테니엄'에 64비트 아키텍처를 적용한 바 있지만, 이는 기존 32비트(x86) 시스템과 호환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어 일반 PC용으로 영역을 확장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반면, 이 시기의 AMD는 기존 32비트 명령어도 호환되는 64비트 아키텍처인 x86-64(AMD64)를 개발, 이를 적용한 최초의 64비트 CPU인 애슬론64(Athlon 64)를 2003년에 출시했다. 애슬론64는 64비트를 지원할 뿐 아니라, 전반적인 성능이 상당히 뛰어나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후 인텔도 이 기술을 받아들여 자사 제품에 적용함에 따라 PC 시장에 64비트 CPU가 일반화된다.
최초의 1GHz 돌파 CPU: AMD 애슬론(2000년)
2000년대 초까지 CPU의 성능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기준은 클럭(동작 속도)였다. 때문에 언제 1GHz(1000MHz)를 돌파하는 PC용 CPU가 등장할 것인지 큰 관심을 끌었는데, 이는 AMD가 가장 먼저 달성했다. 2000년 3월에 출시된 애슬론 1GHz 모델이 그 주인공으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PC용 CPU로 기네스북에 실리기도 했다. 인텔의 1GHz 돌파 CPU(펜티엄3 1GHz)는 이보다 불과 며칠 후에 나왔다.
최초의 2GHz, 3GHz 돌파 CPU: 인텔 펜티엄 4(2001년, 2002년)
AMD에게 최초의 1GHz 돌파 기록을 빼앗긴 인텔은 이후, 클럭 수치를 손쉽게 높일 수 있는 넷버스트 아키텍처를 적용한 펜티엄4를 2000년에 출시했다. 펜티엄4는 순조롭게 최대 클럭을 높이며 2001년에는 2GHz, 2002년에는 3GHz의 벽을 넘은 모델을 출시한다. 다만, 펜티엄4는 클럭 수치 대비 체감 성능이 낮고, 전력 효율과 발열 처리가 좋지 않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최초의 4GHz 돌파 CPU: AMD FX(2012년)
2000년대 초에 3GHz의 벽을 돌파했지만, 이후부터 CPU 클럭의 향상은 정체 상태에 빠진다. 본래는 2003년 즈음에 펜티엄4 4GHz 모델도 등장할 예정이었지만, 소비전력과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 결국 개발이 취소된다. 기본 클럭이 4GHz를 돌파한 CPU는 그로부터 10여년이나 지난 2012년, AMD가 FX-4170(4.2GHz), FX-8350(4.0GHz) 등을 출시하면서 현실화된다.
다만, 예전과 달리 4GHz 돌파가 큰 화제를 모으지는 못했다. 2005년을 전후해서 클럭을 높이는 것 보다는 코어(core)의 수를 늘려 CPU 성능을 높이는 것이 일반화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몇 마니아들은 임의의 조작으로 CPU 클럭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이는 오버클러킹 작업을 통해 이미 4GHz 이상의 클럭을 달성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다음 기사(http://it.donga.com/27894/)에선 양사의 CPU 코어 수 경쟁의 역사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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