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대표적인 사회학자인 송호근 서울대 석좌교수(62·사진)가 포스텍(포항공대)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겨 공대생들의 인문사회학 소양 강화에 나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글쓰며 생각하는 융합형 공대생’을 양성하기 위한 포스텍의 실험이다. 3일 포스텍에 따르면 송 교수는 9월 1일자로 인문사회학부장을 맡는다. 올 초 포스텍이 만든 ‘글쓰기 센터’의 내실화도 이끈다.
송 교수는 올 4월 ‘혁신의 용광로―벅찬 미래를 달구는 포스코 스토리’라는 책을 집필하며 포스텍 및 포스코와 인연을 맺었다. 포스코 연구단의 요청으로 1년간 포스코의 조직과 문화를 사회학적 시선으로 관찰한 그는 임직원은 물론 그들의 부인까지 인터뷰해 유려한 문체로 431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썼다. 송 교수는 서문에서 “포스코 방문 횟수가 늘어날수록 부정적 시선은 긍정적 이해로, 급기야 존경심으로 진화했다”며 “사회학자가 (기업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것만큼 꼴불견이 없지만 비판할 거리가 없었다”고 적었다. 포스텍에 대해서는 “포항의 주체들 중 가장 창의적이고 무한한 잠재가치를 지닌 집단”이라고 평가했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인재 교육에서 인문·사회교육이 굉장히 부족하다. 매년 우리 학교에 오는 300명의 학생들에게 인문사회과학의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는 게 대한민국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송 교수에게 강조했다”고 말했다.
1994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일해 온 송 교수는 서울대에서의 정년퇴직을 3년 남겨두고 있다. 포스텍은 송 교수에게 70세 정년을 보장하며 파격대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청춘시절부터 있던 서울대에서 짐을 싸는 건 몹시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그럼에도 과학과 인문의 균형을 위해 포스텍에서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발 하라리, 제러드 다이아몬드, 제러미 리프킨 같은 융합형 작가들이 포스텍에서 많이 나와 줘야 한다”며 “학부 안에 ‘융합문명연구소’를 만들고 ‘(가칭)통일연구센터’ ‘소통 및 공론센터’ 등을 운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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