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주의 날飛] 가을 같았던 7월 초…‘덜 더운 여름’ 기대해도 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9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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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아니라 가을이 온 줄 알았다.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이 지나간 이달 5일부터 8일까지 서울의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일요일인 8일 아침 최저 기온은 17.7도까지 떨어졌다. 9월 중순에 느낄 수 있는 선선한 바람이 지금이 7월임을 완전히 잊게 했다.

서울에서 지난 주 내내 볼 수 있었던 맑은 하늘. 동아일보 DB
서울에서 지난 주 내내 볼 수 있었던 맑은 하늘. 동아일보 DB


왜 이리 가을 같은 날씨가 길게 이어졌을까. 해답은 북태평양 고기압에 있다. 한반도 여름 날씨를 좌지우지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은 지난 주말에 일본 남쪽까지 한껏 후퇴했다.

7월 7일 밤 9시 우리나라 주변 기압배치. 북쪽에서 바람을 타고 내려온 찬 공기가 동해안을 거쳐 우리나라로 내려왔다.
7월 7일 밤 9시 우리나라 주변 기압배치. 북쪽에서 바람을 타고 내려온 찬 공기가 동해안을 거쳐 우리나라로 내려왔다.


여기에 한반도 북서쪽 멀고 높은 하늘에 위치한 큰 저기압이 북쪽의 선선한 공기를 한반도 상공으로 한껏 당겨왔다. 또 지상에서는 동해상에 저기압과 고기압이 절묘하게 배치되면서 높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선한 바람이 북동풍을 타고 우리나라까지 넘어왔다. 선선하면서 쾌청한 공기에 가시거리까지 쭉쭉 뻗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날씨’가 7월 초에 찾아온 이유다.

7월 7일 밤 9시 일본에서 발달한 장마전선. 북태평양 고기압이 끌어들인 덥고 습한 공기가 동해 찬 공기와 부딪치면서 사흘 동안 일본 남서부를 중심으로 1000mm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7월 7일 밤 9시 일본에서 발달한 장마전선. 북태평양 고기압이 끌어들인 덥고 습한 공기가 동해 찬 공기와 부딪치면서 사흘 동안 일본 남서부를 중심으로 1000mm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반면 몸을 움츠린 저기압은 일본에는 재앙에 가까운 폭우를 불러 왔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남서쪽에서 계속해서 습하고 뜨거운 공기를 끌어 내린다. 우리나라에 가을 날씨를 가져다준 선선한 공기가 일본에서는 습하고 뜨거운 공기와 만나면서 일본 열도 전체에 걸쳐 포진해 있던 장마전선 비구름이 급격하게 발달했다. 그 결과는? 3일 간 최대 1000mm가 넘는 폭우였다.

7월 9일 오전 9시 우리나라 주변 기압배치.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까지 확장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안쪽은 덥고 습한 공기로 채워져 있다.
7월 9일 오전 9시 우리나라 주변 기압배치.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까지 확장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안쪽은 덥고 습한 공기로 채워져 있다.

새로운 주가 시작되면서 기압 배치도 바뀌었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다시 한반도까지 치고 올라왔다. 찬 공기를 공급하던 저기압도 흘러가면서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아졌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다시 올라왔으니 장맛비가 쏟아지고, 습도와 기온은 올라갈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상층 찬 공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까지 올라온 장마 전선과 만나면 일본만큼은 아니어도 지역에 따라 거센 비가 쏟아질 수 있다.

일본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홍수가 난 오카야마 현 구라시키 시에서 지붕 위에 올라 구조를 기다리는 일본 주민들. 구라시키=AP 뉴시스
일본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홍수가 난 오카야마 현 구라시키 시에서 지붕 위에 올라 구조를 기다리는 일본 주민들. 구라시키=AP 뉴시스


7월 상순이 며칠 내내 가을 날씨를 보이면서 “올해 여름은 좀 덜 더웠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7월 상순과 하순의 최저기온을 연도별로 비교한 그래프. 대체로 상순이 덜 더울 경우 하순도 상대적으로 덜 더워지는 경향은 있으나 최근 들어 변동성이 많아지고 있다. 자료 기상청
7월 상순과 하순의 최저기온을 연도별로 비교한 그래프. 대체로 상순이 덜 더울 경우 하순도 상대적으로 덜 더워지는 경향은 있으나 최근 들어 변동성이 많아지고 있다. 자료 기상청

최근 38년(1980~2017년)의 7월 상순 최저기온과 하순 최저기온을 각각 분석해 봤다. 그래프를 보면 어느 정도 관계가 있어 보인다. 하루 최저기온 기준 7월 상순이 시원했을 경우 하순에도 비교적 덜 더운 여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그래프만 놓고 보면 변칙이 많아 꼭 그렇다고 말하기는 또 어렵다. 7월 상순에 비가 많이 내릴 경우 기온이 평균 기온이 낮아지는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2014년 7월 상순 최저기온 평균은 22.9도로 한 해 전보다 올라갔다. 7월 하순 평균은 22.7도로 한 해 전보다 낮았고 아예 상순 평균 기온보다도 낮은 적도 있다.

즉 7월 초에 시원했으니 ‘덜 더운 여름’을 기대하는 건 좋지만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

최근 10년 사이 7월에 열대야가 시작된 날짜들. 2016년은 기록적인 무더위가 기승이었지만 열대야 시작은 상대적으로 늦었다. 자료 기상청
최근 10년 사이 7월에 열대야가 시작된 날짜들. 2016년은 기록적인 무더위가 기승이었지만 열대야 시작은 상대적으로 늦었다. 자료 기상청

여름 더위가 기승이라고 해서 열대야가 빨리 오는 것도 아니다. 2000년대 들어 가장 더웠던 2016년 열대야는 7월 22일 처음 시작돼 딱 하루(27일)만 빼고 월말까지 계속 이어졌다. 2017년에는 7월 14일에 열대야가 생긴 후 잦아들었다 같은 달 20일부터 24일까지 다시 열대야가 왔다.


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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