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예측 훌쩍 넘긴 최대 전력수요… 예비율 8%대로 떨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폭염에 갇힌 한반도]계속되는 폭염에 전력수급 비상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최대 전력수요가 9000만 킬로와트(kW)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정부가 5일 발표한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 예측치 8830만 kW를 넘어선 것이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전력예비율 10%’ 선이 무너졌지만 정부는 여전히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 역대 최대치 넘어선 전력 수요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최대 전력수요는 오후 5시 현재 9070만 kW였다. 전체 전력 공급량 중 여유 전력의 비중을 의미하는 전력예비율은 8.4%까지 떨어졌다. 이전까지 역대 최대 전력수요는 올해 2월 기록한 8823만 kW였다. 전력예비율은 2016년 8월 이후 23개월 만에 처음 8%대로 떨어졌다.

111년 만에 가장 높은 아침 기온을 기록한 이날 전력수요는 오전 시간대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오전 8시 40분 8023만 kW를 보이며 처음 8000만 kW를 넘어선 뒤 오전 내내 증가했다. 점심시간인 낮 12시∼오후 1시 사이에 잠시 감소했다가 다시 치솟기 시작해 오후 1시 35분 8863만 kW에 이르렀다. 이는 정부의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 예측치인 8830만 kW를 넘어선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를 8750만 kW로 예상했다. 올여름 폭염이 예보되자 5일 발표한 하계 전력수급 대책에서 8830만 kW로 수정한 바 있다. 하지만 23일 실제 최대 전력수요(9070만 kW)에 비해 정부의 최근 예측치는 약 240만 kW 모자랐다.

○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정부

전력거래소와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전력 공급량은 9829만 kW였다. 보통 전력거래소는 최대 전력수요를 미리 예측해 그보다 약 1000만 kW 많도록 전력공급량을 조절한다.

정부는 지난해 말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전력수요를 예측했다는 지적에 “장기 수요 예측과 단기 수요 예측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당장 일일 수요 예측마저 빗나갔다. 미리 계약한 기업을 대상으로 절전을 요청하는 수요감축요청(DR) 발동 요건도 충족됐지만 DR가 실제 발동되지는 않았다. DR는 최대 전력수요가 예측치를 초과하고 예비전력도 1000만 kW 이하로 떨어지면 발동할 수 있다. 정부는 이날 오후 “내일 전력수요도 오늘과 비슷하거나 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DR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력거래소 측은 “전력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해 오늘(23일)은 각 기업을 대상으로 DR를 사전에 예고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 “전력 수급 비상 상황 올 수도”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백운규 장관은 “발전기 공급이 계획대로 확충되고 있고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비상자원도 갖추고 있는 만큼 전력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폭염이 지속되면 지금보다 전력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비 작업이 진행 중인 원자력발전소를 최대한 빨리 재가동하고 일부 원전에 대해서는 전력 수요가 최고조에 이르는 8월 둘째 주와 셋째 주 이후로 정비 시기를 연기하기로 했다. 탈원전을 추진한다면서 원전에 의존해 전력 공백을 메우려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 전문가는 “공급량 확충 전인 향후 약 일주일 동안 수요는 더 늘어나고 발전기 가동에 문제가 생기는 비상 상황이 겹칠 경우 전력 수급 비상단계 발령 등 최악의 상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전력수급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인수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산업용 전기가 전력 수요 증가를 이끌었지만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가정용, 상업용 전기 사용량이 늘어난다”며 정부가 기상이변, 산업구조 변화 등은 고려하지 않고 과거 기준에 얽매여 있다고 지적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핵공학과 교수는 “전력수급계획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올해 말 발표하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라도 향후 전력 예측치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전력#폭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