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노인, 집 거실서 숨지기도… 온열질환자 발생 1000명 넘어
낮 12시∼오후 5시 야외활동 자제… 어지럼-두통땐 빨리 수분 보충을
베트남 국적의 A 씨(58)는 23일 충북 괴산군 불정면의 한 담배밭에서 평소처럼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6시간여 만인 낮 12시 40분경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A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열사병이 원인이었다. 이날 괴산의 낮 최고기온은 35.7도였다.
앞서 22일에도 부산 서구의 한 빌라 2층에 살던 90대 노인 이모 씨가 거실에서 숨졌다. 발견 당시 에어컨 등 냉방기가 가동되지 않은 상태였다. 부산은 11일부터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23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온열질환자는 104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환자 수(646명) 대비 397명(61%) 늘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56명이 이달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간 발생했다. 올해 온열질환으로 숨진 11명 가운데 6명이 80세 전후의 노인이다.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더위가 심해지면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때 상당수 노인들이 ‘더위를 먹었나 보다’ 하고 무심코 넘어간다. 하지만 몸에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곧바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첫 번째가 어지럼증과 두통이다. 폭염이 심해지면 피부에서 땀을 배출시켜 체온을 낮춘다. 땀을 많이 흘리면 체내 혈액량이 부족해진다. 뇌로 공급되는 혈액이 부족해지면서 어지럼증과 두통이 생긴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무더운 환경에서 탈출해야 한다. 실내로 들어가 옷을 벗고 시원한 물을 마시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열피로나 열실신, 열경련, 열사병 등 온열질환별 증상을 미리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열피로는 땀으로 체내 수분과 염분이 과도하게 배출돼 생기는 질환이다. 어지럽고 기운이 없지만 비교적 증세가 가볍다. 수분만 충분히 섭취해도 회복된다. 열실신은 고온에 노출돼 혈액이 다리 쪽으로 쏠리면서 뇌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생기는 질환이다. 그늘에서 다리 쪽을 높게 하면 증상이 완화된다.
무더위 속 근육 경련이 일어나면 열경련이다. 이때는 스트레칭과 마시지를 해야 한다. 열사병은 다른 온열질환과 달리 피부가 뜨겁고 건조하며 땀이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두통과 오한, 저혈압 등으로 의식을 잃거나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가장 위험하다. 즉시 119에 신고한 후 시원한 곳에서 환자의 옷을 벗기고 차가운 물로 체온을 낮춰야 한다.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어 신속한 대처가 중요하다.
집 안도 폭염 안전지대가 아니다. 올해 폭염 사망자 중 2명은 집 안에서 숨졌다. 고령자나 아동이 에어컨 등 냉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집에 머물면 온열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집에 에어컨이 없을 때에는 커튼을 쳐 집안 내로 햇빛이 최대한 들어오지 않게 해야 한다. 실내에서도 틈틈이 수분을 섭취하고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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