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좋은 음질'이란 과연 무엇인가 - http://it.donga.com/27810/ 2. 나를 위한 음악듣기 환경 조성하기 - http://it.donga.com/27843/ 3. 내게 맞는 기기 찾기 (1) - http://it.donga.com/27903/
재생 특성별 카테고리
1장부터 이 연재를 따라왔다면 호기심과 신기원이 되어, 혹은 이미 이전에 그 단계를 거쳐 온 베테랑이라면, 환기의 시간이 되어 이제 음악감상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대략은 파악한 상태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이제 그 재생 특성별 카테고리에 따라, 어떤 기기들이 자신에게 필요한지 알아본다. 일반 지표 항목에 의존하지 않고,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서술형 카테고리로 구분하는 게 좀더 쉽고 흥미롭겠다. 1) 박진감있게 치고 받는 소리가 좋다!
소위 '다이나믹'한 사운드는 오디오 경험이 얼마나 되느냐에 크게 상관 없이, 오디오를 통해 즐기고 싶은 대표적인 특성이다. 웬만한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쉽게 접할 수도 있지만, 실은 그 품질의 등급이 꽤나 다양하다. '다이나믹스'는 모든 음악 장르에서 나타나지만, 좁은 의미에서는 록음악의 강렬한 비트, 규칙적인 비트의 팝과 가요 등에서 쉽게 발견된다.
우선 스피커의 특성이 크게 관여한다. 사이즈가 크건 작건 그렇다. 다이나믹스를 잘 표현하기에는 스피커의 인클로저(통)가 견고할수록 유리하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손으로 스피커의 표면 몇 곳을 두드려보는 것이다. 그러면 스피커가 음악신호를 받아 진동했을 때 어떤 울림이 생겨날지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두드려봤을 때 울림이 적을수록(지나치게 억제되면 안되지만), 견고하고 단호한 다이나믹스를 재생할 가능성이 높다. 스피커의 인클로저는 제조공정 상 나무(목재)가 가장 보편적으로 적용되지만, 플라스틱(고분자 소재)이나 금속 등도 사용되기도 한다. '무엇'으로 만들었냐의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는 '어떻게' 만들었느냐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즉 평면의 일관성과 구성도 중요하지만, 면과 면의 이음새, 그리고 스피커의 진동기관(유닛)들을 어떻게 수납하고 마무리하느냐에 좀더 큰 영향을 받는다.
그 다음, 앰프의 영향 또한 스피커 못지 않다. 앰프의 역량이란 대부분의 경우 '그 스피커를 위한 앰프'여야 하는데, 다이나믹스를 제대로 구사하는 데는 주로 스피커를 충분히 구사할 만큼의 출력수치가 관여한다.
섬세한 표현이나 아름다운 음색 등의 표현이 다소 희생되더라도, 다이나믹스 특성을 뒷받침하기 쉬운 여유있는 출력을 확보해서 선택하는 게 좋다. 제조사에 따라 출력 기준의 일관성은 없지만, 일반 가정 내 청취를 기준으로 했을 때 60와트~100와트 정도의 앰프라면, 아주 특이한 스피커가 아닌 이상 다이나믹한 사운드를 즐기는데 별 문제 없다. 반드시 고가의 앰프가 아니라도 영화감상용 AV 앰프들로도 호쾌한 다이나믹스를 즐길 수 있다.
이외 청취하는 환경이 얼마나 넓으며, 단단한 벽 등으로 내외부 방음이 잘 되는지 등이 다이나믹스에 관여한다. 최근 출시되는 이어폰의 경우 귀 속에 밀착되는 인이어(in ear) 형태의 제품들이 많아서, 다이나믹한 사운드 출력에 유리하고 외부소음 차단효과도 뛰어나다.
2) 저음부터 고음까지 골고루 듣고 싶다!
저음에서 고음까지 넓은 대역에 걸쳐 음악을 즐기고 싶은 경우 또한 음악과 오디오 감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례다. 위 다이나믹한 음과는 개념이 서로 달라서, 종종 '저음이 좋은' 소리를 좋아하는 경우와 혼동하기 쉽다.
간단한 예를 들면, 대역이 넓어서 저음이 낮게 내려가는 스피커에서는, 다이나믹한 소리를 잘 내는 스피커로는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린다. '다이나믹(dynamic range)'은 음의 강약에 대한 개념이고, '주파수 대역(frequency range)'은 음의 높낮이에 대한 개념이다.
스탠드나 선반에 올려놓고 듣는 소형 스피커도 다이나믹한 소리를 잘 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보다 큰 스피커보다 넓은 대역을 구사하기는 당연히 어렵다. 넓은 주파수 대역을 구현하려면, 각 대역을 고충실도로 재생할 수 있는 각각의 유닛이 필요하며, 이들을 서로 위화감 없이 매끄럽게 연결시켜 소리가 나도록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낮은 음까지 음이 깊이 내려가려면 어쩔 수 없이 진동판 크기가 커져야 하고, 높은 음을 잘 내려면 짧은 파동을 미세하게 떨어 낼 수 있는 소재나 기술이 필요하다. 다이나믹스는 강약의 음이 짧은 순간 반복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대역이 넓은 소리를 재생하기 위해서는 연속음이 길게 유지돼야 하는 경우도 많아서 앰프에 좀더 많은 역량을 요구하곤 한다.
대역에 따라 요구조건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전원 공급이 여유로울수록 낮은 음을 연속으로 재생할 수 있다. 높은 음 또한 날카롭거나 거칠게 되는 왜곡 현상이 없이, 원래 녹음된 상태를 충실히 재생하려면 역시 대용량 전류의 흐름이 보장되는 게 좋다.
그래서 앰프는 크기도 크고 육중하며 열도 많이 난다. 80년 대말 이래 하이엔드 오디오 트렌드를 주도했던 A클래스 증폭 앰프들이 주로 이 카테고리에 속한다. 전반적으로 다이나믹스에 비해 고출력 사양이 아니더라도, 연속으로 대용량 전원을 공급해서 고품질 재생을 한다는 차원에서 한 수 위의 재생 영역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어폰은 성능이 점차 향상되어 헤드폰의 지위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지만, 구조적으로 넓은 대역의 재생에 있어서는 여전히 헤드폰을 넘지 못한다. 넓은 면적으로 멀티로 구성할 수 있는 진동판, 귀와 거리를 둠으로써 생기는 자연스런 어쿠스틱 등에 있어서 헤드폰이 한결 유리하다.
3) 특정 장르, 음색을 좀더 심화시키고 싶다!
전반적인 심화의 개념이라는 점에서 재생음의 전형성을 한마디로 일괄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미학적인 음색과 전반적으로 도취적 스타일로 음악에 빠져들게 하는 사운드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품질은 다이나믹스나 주파수 대역의 크기와는 상관 관계가 적고, 소재와 재생기술에 비용을 아낌 없이 투자한 경우가 많아서, 사용자에게는 취미성이 좀더 강하고 수집이나 중독의 기미마저 보이는 위험한(?) 사례도 더러 있다.
이 카테고리의 특징 중의 하나로서, 모든 장르의 음악을 골고루 재생하기보다는, 주로 특정 악기나 사람의 목소리 재생에 있어서 특별한 매력을 선사하는 경우가 많다. 악기의 음색에 빠져드는 대표적인 경우는 바이올린과 첼로이며, 녹음 시점과 무관하게 주옥 같은 명연주를 매력적으로 들려주는 특정 스피커들이 있다.
예를 들면, 영국산 '탄노이'의 오토그래프나 웨스트민스터, 이탈리아산 '소너스 파베르'의 과르네리 오마주 등의 스피커가 그렇다. 한편, 사람 목소리를 리얼하게 재생하는 스피커로 'BBC 모니터 LS3/5a'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스피커는 브랜드별, 빈티지별로 40년이 넘도록 여러 인증 제조사들이 지속 생산하고 있는 오디오 역사 상 가장 유명한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전자기타, 특히 '마샬(Marshall)'의 앰프로 재생된 클래식하면서 다소 부푼 톤의 음색으로 록음악을 듣는 이라면 역시 'JBL' 과 같은 스피커가 효과적이다. 특유의 펄프콘을 통한 숨쉬는 베이스와 래디얼 혼의 호쾌함은 여전히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
영국제 '프로악'은 다이나믹이 뛰어난 제품이기도 하지만, 피아노 재생에 탁월한 소형 스피커로서 오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어폰 중에서는 BA(balanced amature) 방식으로 제작된 제품들이 중역~고역에 이르는 구간에서 해상도의 장점을 발휘해서, 녹음이 뛰어난 고해상도 음원을 주로 듣는 사용자라면 만족도가 좀더 높을 것이다.
4) 음질도 중요하지만 쉽고 편리해야 음악을 듣지!
오디오 문화의 세대가 두 번 정도 바뀐 현재의 상황에서, 편리성은 크게 보아 음질과 거의 대등할 만큼 오디오 기기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 됐다. 이는 오디오 사용자층이 보편적으로 확장됐다는 의미기도 하다. 오디오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없이도 누구나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조건이 음악듣기 환경에서 좀더 진지한 관심사로 대두됐다.
편리성은 역시 무선과 디지털로 압축된다. 길게 보아 10년, 그리고 최근 3~4년간 급성장한 이 '편리한 오디오'에는 몇 가지 제품군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핸드폰과 블루투스 스피커, 이 두 제품군이 주도하고 있으며, 여기에 사용자에 따라 좀더 심화된 카테고리 즉, DAP(digital audio player)와 음악감상 전용 컴퓨터(네트워크 플레이어, 미디어 서버) 등이 등장해 자리를 잡았다.
이 카테고리에는 시장의 요구와 변화를 읽고 새롭게 등장한 전문 브랜드들도 다수 있었지만, 기존 고가의 전문 오디오를 제조하던 유명 오디오 브랜드들도 이 트렌드를 인정하고 동참하기 시작한지 오래됐다.
이 기기들의 공동 원리는 유무선으로 디지털 파일을 수신해 아날로그로 최종출력한다는 데 있다. 입출력단 모든 경로가 일관된 품질을 유지하면 좋겠지만, 특히 '디지털-아날로그 변환부(DAC)'의 품질이 가장 결정적이다. 얼마 전부터 좌우채널별로 구분한 듀얼 구성을 넘어서, 최근에는 핸드폰에도 좌우 두 개 채널로 구성한 쿼드(quad) DAC 칩들이 사용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삼성 갤럭시 8 이후의 제품들, LG의 V20 혹은 G6 이후의 제품들은 이미 무선으로 FLAC(무손실음원) 등급 이상의 음악파일을 전송하고 프로세싱할 수 있는 수준을 달성했다.
아이폰은 전용 방식인 '에어플레이'의 품질 향상에는 그리 민감한 업데이트가 눈에 띄진 않지만, 유선방식으로는 이미 가장 앞선 재생품질을 들려줬다. 노이즈 억제력이나 스트리밍의 품질에서 그렇다.
이들 스마트폰과 전용 디지털 플레이어들이 음악파일의 입출력 과정을 다루는 재생장치라고 한다면, 이어폰과 헤드폰, 블루투스기기들은 최종 음파를 발생시키는 스피커에 해당된다. 사용자들은 취향과 상황에 맞게 타겟 제품을 일관되게 혹은 복합적으로 취사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다음 연재에서는 오디오 기기의 가격과 음질과의 상관관계, 반드시 비싸지 않아도 좋은 기기를 고르는 요령 등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글 / 오승영 (samisontheway@gmail.com)
국내 대표 오디오 평론가. 음반산업의 정점이었던 90년 대부터 디지털 음원서비스가 자리 잡은 2000년대 후반까지 폴리그램, EMI, 소니뮤직, 유니버설뮤직에서 레이블 & 마케팅 매니저를 역임했다. 하이파이 간행물 '스테레오뮤직'의 발행인과 편집장을 거쳐, 20년 이상 국내 오디오 월간지와 온라인 웹진, 네이버 캐스트 오디오 부문 등에 기고하고 있다. IT 관련 수출사업을 본업으로 하고 있으나, 오디오 및 음악관련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