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세계수학자대회 개막
쿠르드 출신 비카 교수 등 4명, 최고 권위 ‘필즈상’ 수상 영예
올해의 필즈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악셰이 벤커테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페터 숄체 독일 본대 교수, 알레시오 피갈리
스위스 취리히공대 교수. 코처 비카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메달을 분실하는 불운한 사고로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하지 못했다.
리우데자네이루=김우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mnchoo@donga.com
“쿠르드인의 친구는 산비탈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 수상 소식이 4000만 쿠르드인을 미소 짓게 하면 좋겠습니다.”
1일(현지 시간) 오전 9시 50분 리우데자네이루 리우센트로 컨벤션센터. 쿠르드 출신의 수학자 코처 비카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단상 위에서 금빛 메달을 받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세계 각국에서 온 수학자 3000명이 일제히 큰 박수로 그를 격려했다.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 발표 자리였다. 필즈상은 탁월한 업적을 낸 만 40세 이하의 젊은 수학자를 대상으로 수여되는 수학계 최고 권위 상으로, 4년마다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 개막식에서 발표된다.
올해 필즈상은 비카 교수와 악셰이 벤커테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알레시오 피갈리 스위스 취리히공대 교수, 페터 숄체 독일 본대 교수 등 전도유망한 4명의 젊은 수학자에게 돌아갔다. 수상자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이는 단연 비카 교수였다. 이란과 이라크 국경지역에 주로 거주하는 쿠르드족 출신인 그는 “갑자기 날개를 단 것처럼 매우 행복하고 신난다”면서도 “힘든 상황에 놓인 쿠르드인들과 수상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비카 교수는 고향에서 농부인 부모님 아래서 자라며 형에게 미적분 등 수학을 배웠다. 이란 테헤란대를 졸업한 뒤 영국 노팅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최소한의 성질만 가진 고차원 대수 다양체(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도형의 집합) 안에 ‘파노 다양체’라는 특이한 다양체가 드물게 있다”는 내용의 BAB추측을 증명해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이탈리아 출신의 피갈리 교수는 물건을 효율적으로 운송하는 경로를 찾는 ‘최적 운송 이론’으로 상을 받았다. 기상학 모델 등을 연구할 때 응용할 수 있는 이론이다. 이에 앞서 피갈리 교수의 스승과, 이 스승의 스승 역시 필즈상을 받아 ‘필즈상 명가’의 학통을 이었다. 그의 스승은 패션 디자이너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옷으로 유명한 괴짜 수학자이자 현 프랑스 국회의원인 세드리크 빌라니다. 스승에게 수상 소식을 미리 알려줬냐는 질문에 “원칙상 알리면 안 되지만, 스승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서 알렸다”며 “부모처럼 기뻐해줬다”고 전했다.
숄체 교수는 클레이연구소상, 유럽수학상 등 굵직한 상을 휩쓸어 올해 필즈상 0순위로 꼽혀온 인물. 정수와 기하학을 접목한 ‘p진수 해석기하학’이라는, 수학자에게도 생소한 분야를 연구한다. p진수 해석기하학의 핵심 개념은 그가 박사 학위 논문에서 고안한 ‘퍼펙토이드 공간’으로, 다른 수학 분야에서도 활용할 정도로 응용성이 큰 점을 인정받았다. 숄체 교수의 수상은 수학 강국으로 꼽히면서도 유달리 필즈상과 인연이 적었던 독일에도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독일은 1986년 서독 출신으로 필즈상을 받은 게르트 팔팅스에 이어 두 번째 수상자를 배출했다.
벤커테시 교수는 13세에 대학을 마치고 20세에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7세에 이진법을 배운 것을 ‘즐거운 추억’으로 꼽을 만큼 전형적인 수학 천재다. 정수론 전문가인 그는 전혀 다른 수학 분야 이론을 이용해 정수를 연구하며 다양한 수학 분야의 통합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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