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평온’기지… 지금 막 착륙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7일 03시 00분


아폴로 11호 교신기록 전체 공개…미공개 테이프 170여개 포함
NASA, 1만9000시간 분량 복원… 달 착륙 과정 생생한 기록 담겨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모습.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모습.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프로그램 경고음이 울린다. 1202번이다. 휴스턴, 무슨 의미인지 알려 주기 바란다.”

1969년 7월 20일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유인(有人) 우주선인 미국항공우주국(NASA) ‘아폴로 11호’. 착륙 모듈인 ‘이글(Eagle)’에 타고 있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미국 휴스턴 지상관제센터에 무전을 했다. 컴퓨터 콘솔에는 경고음과 함께 숫자 ‘1202’가 떴다. 같은 경고음이 몇 차례 반복됐다.

지상의 누군가가 “컴퓨터가 한 번에 너무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과부하가 걸린 것”이라며 “다시 반복되지만 않으면 문제없다”고 응답했다. 이글은 달 표면에서 불과 10km 떨어진 지점을 통과하며 지표면을 향해 계속 내려가고 있었다.

25일(현지 시간) NBC 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NASA는 최근 미공개분 테이프 170여 개를 포함한 아폴로 11호의 임무 중 교신 녹취 파일 전체를 공개했다. 녹취 파일은 NASA 홈페이지(go.nasa.gov/2yFz8zN)나 댈러스 텍사스대가 운영하는 아폴로 11호 홈페이지(app.exploreapollo.org)를 통해 들을 수 있다.

1만9000여 시간에 달하는 이 오디오 기록에는 선장 암스트롱과 사령선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 달 착륙선 조종사 버즈 올드린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지상관제센터에서 이들을 도운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로저, 잡았어. 우리가 해결하고 있어.”

달 착륙 직전 또 다른 목소리가 이어졌다. 곧 암스트롱이 다시 무전을 하면서 상황은 마무리됐다.

“휴스턴, 여기는 트랭퀼리티(‘평온’이란 뜻) 기지다. 이글이 방금 막 (달 표면에) 착륙했다.”

“여기(지상관제센터) 새파랗게 질려서 숨이 멎을 뻔한 사람들, 이제야 다시 숨 쉬고 있다.”

아폴로 11호 녹취 파일의 디지털화 작업에 참여한 존 핸슨 미국 댈러스 텍사스대 교수는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발을 딛는 순간은 당시에도 생중계됐지만, 무대 뒤에서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상태를 체크하는 등 우주비행사들을 도운 이들의 노고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며 “아폴로 11호의 진정한 ‘영웅 뒤의 영웅’들의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된 녹취 파일에서는 영웅들의 평범한 일상과 장난기 어린 농담도 포착됐다. 어느 날 우주선에서 올드린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던 콜린스는 “올드린은 지구로 돌아가면 꼭 오트밀 먹기 대회에 나가야 될 것 같다. 벌써 19그릇째 먹고 있다”며 웃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아폴로 11호#nasa#달 착륙#닐 암스트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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