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는 조기 발견이 최선… 한국 연구 수준 높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0일 03시 00분


美 알츠하이머병 유전학 컨소시엄 총괄 제럴드 셸렌버그 교수 방한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질환 중 환자를 보살피는 데 정신적, 물질적으로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게 바로 ‘치매’입니다.”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만난 제럴드 셸렌버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사진)는 “치매 환자의 가족은 물론이고 사회가 감내해야 할 고통이 막대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치매 진단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통하는 셸렌버그 교수는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치매 연구를 하는 ‘미국 알츠하이머병 유전학 컨소시엄(ADGC)’을 총괄하고 있다.

셸렌버그 교수는 “현대 의학에선 암이나 심장병도 치유할 수 있지만 치매는 아직까지 증상 완화제밖에 없다”며 “치매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줄이려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을 조기에 예측하고, 증상의 발현을 늦추거나 정도가 심해지는 것을 사전에 막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ADGC의 설립 목적은 치매와 관련한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이다. 현재까지 ADGC가 확보한 유전체는 약 3만5000명분에 달한다. 셸렌버그 교수는 “차세대 유전체 분석 기술로 치매 환자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면 어떤 유전자 변이가 치매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방한한 것도 치매와 관련해 한국인의 유전체 정보를 연구하기 위해서다.

ADGC는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과 공동연구를 위해 미국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5년간 120억 원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3년 뇌 연구 프로젝트인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를 발표한 이후 치매 연구비 지원을 크게 늘렸다.

ADGC와 공동연구에 나설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의 이건호 교수팀은 지난해 65세 이상 남녀 1500여 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토대로 ‘한국인 표준 뇌 지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뇌 영상 분석 알고리즘을 적용한 치매 예측 의료기기를 개발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증을 받았다.

셸렌버그 교수는 국내 연구진이 확보한 데이터를 높게 평가했다. 그는 “한국 연구팀은 치매 환자의 MRI는 물론이고 진단, 치료 과정의 자료를 모두 확보하고 있어 다각적 분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ADGC는 앞으로 한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와 치매 관련 유전체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연구에 나설 예정이다. 셸렌버그 교수는 “인간이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여정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며 “치매는 뇌와 관련한 복잡한 체계를 이해해야 하는 만큼 장기간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치매#알츠하이머#제럴드 셀렌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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