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이 개 축제의 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일 03시 00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3일 전국 곳곳 반려동물 축제

“이날 하루만은 개 1000마리가 마음껏 뛰놀게 해보자는 취지로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경북대 수의과대 학생회는 개천절인 3일 교내 학생주차장에서 반려동물 한마당 축제를 연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명 시대를 맞아 반려동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문화를 정착하자는 취지로 마련했다. 농과대 수의학과에서 수의과대로 분리 승격한 1988년부터 매년 가을 주말에 열어온 행사다. 그런데 올해는 처음으로 이 행사를 개천절에 열기로 했다. 조영광 경북대 수의과대 학생회장은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1000만 반려인의 날’ ‘단 하루라도 개가 하늘이 되는 날’ 같은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3일 전국 곳곳에서 반려동물 축제가 열린다. 경북대 외에 경남 진주 경상대와 강원 춘천 강원대에서도 각 대학 수의과대 학생회가 반려동물 축제를 개최한다. 경기 성남시청 광장에서는 이날 성남시가 주최하고 유기견없는도시가 주관하는 ‘성남 반려동물 페스티벌’이 열린다. 행사는 대부분 반려동물 운동회, 도그 요가, 강아지 미로 찾기, ○× 퀴즈 등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반려인들은 이런 행사를 반기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반려동물 관련 온라인 카페 등에선 반려인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경북대 행사는 500명으로 정한 사전 참가신청 접수가 일찌감치 마감됐다. 경북대 수의과대는 당일 현장 신청을 포함해 1000명 정도가 행사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개천절에 반려동물 축제를 많이 여는 것은 시민들이 참여하기 좋은 공휴일인 데다 개천절의 앞 글자가 반려동물 ‘개’와 같다는 것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개천절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 민족 최초 국가인 고조선 건국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개천절의 의미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 북구에서 반려견을 기르는 최모 씨(34·여)는 “반려동물을 위한 축제를 여는 것은 좋지만, 개천절과 연관짓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반려동물이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식되는 시대인데도 반려동물과 함께 추억을 공유할 기회가 적다 보니 공교롭게도 개천절에 관련 행사가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개천절이 어떤 의미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개천절의 의미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높일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개천절#개 축제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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