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체 시장 장악하는 소형 위성
대형 로켓보다 비용 적게 들고 제작기간 짧아 발사 횟수 급증
10년 뒤 年 820회로 증가 예상… 美는 벌써 올해 2회 발사 성공
‘지축을 흔드는 굉음과 함께 46∼70m 길이의 거대한 로켓이 날아오른다. 공중에서 육중한 1단, 2단 로켓을 차례로 바다에 떨어뜨리고 수백 km 상공에서 무게 1t이 넘는 위성을 궤도에 올린다.’ 그동안 우주 발사체 하면 떠올리던 이 같은 광경 외에 이제는 다른 풍경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규모가 10m인 작고 가벼운 로켓이 세계 발사체 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1일부터 5일까지 독일 브레멘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우주공학·산업 대회인 ‘제69회 국제우주대회(IAC)’는 이렇게 새로운 규격과 특징을 지닌 소형 발사체를 개발하는 연구기관과 기업의 각축전이었다.
변화를 불러온 가장 큰 요인은 ‘고객’의 변화다. 홀거 부르크하르트 독일항공우주센터(DLR) 미래발사체실장은 “무게 500kg 이하 소형 위성을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발사된 위성 중 73%가 소형이었다”며 “현재 연간 325회인 소형 위성의 발사 수는 10년 뒤인 2027년 연간 820회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여러 위성이 모인 군집위성의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응해 소형 발사체 기업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 소형 로켓을 개발 중인 페리지항공우주의 신동윤 대표는 “전 세계에서 약 30개의 소형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 중국, 스페인, 영국, 한국 등에 기반을 둔 이 기업들은 대부분 최대 수십∼수백 kg의 위성을 우주 저궤도에 실어 나를 수 있는 2, 3단의 로켓을 개발 중이다. 아직 상당수가 기초개발 단계지만 일부는 이미 발사에 성공해 상업발사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미국의 로켓랩은 ‘일렉트론’이라는 길이 17m의 로켓을 개발해 올해까지 두 번 발사했고, 위성을 목표 우주 궤도에 정확히 쏘아 올리는 데에도 성공했다. 브래들리 슈나이더 로켓랩 부사장은 “미국 항공우주사 스페이스워크스의 평가에 따르면 전 세계 소형 발사체 개발사 가운데 2020년까지 고객의 위성을 실제로 궤도에 올릴 수 있는 회사는 5개뿐”이라며 “로켓랩이 그 가운데 으뜸”이라고 말했다. 버진갤럭틱의 자매회사인 버진오빗은 항공기 위에서 로켓을 발사하는 ‘론처원’이라는 공중발사체를 개발 중이다. 747-400 항공기에 길이 21m의 2단 로켓을 달고 날아올라 공중에서 발사한다. 신 대표는 “중국의 랜드스페이스, 스페인의 PLD스페이스도 위협적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소형 발사체 기업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조건은 두 가지. 하나는 비용을 최대한 줄여 경제성을 높이는 것이다. 가나이 류이치로 일본 인터스텔라 테크놀로지 프로젝트매니저는 “1회 발사에 드는 비용을 500만 달러(약 56억 원)로 줄이면서도 안정적으로 발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고객이 원할 때 최대한 신속하게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현재의 대형 발사체가 계약부터 최종 발사까지 2년 이상 걸리는데, 이를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라울 토레스 스페인 PLD스페이스 대표는 “계약 이후 1년 이내에 발사하고, 고객이 원할 경우 기간을 더 단축하는 ‘패스트트랙’ 조건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 위성을 주로 다루던 기존의 메이저 발사체들도 소형 위성 발사에 대비하고 나섰다. 각각 2019년과 2020년 발사 예정인 아리안스페이스의 차세대 발사체 베가-C와 아리안6,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발사체(SLS) 블록1, 블록1B 등이 모두 소형 위성을 실을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루스 파브르게트 아리안스페이스 부사장은 “젊은 학생들을 위해 가로 세로 높이 10cm의 소형 모듈 위성인 큐브샛을 올릴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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