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달린 일반 비행기(고정익)는 장시간 비행이 가능하고 속도도 빠르다. 그러나 뜨고 내리려면 공항이 필요하고 자유롭게 방향을 바꾸기도 어렵다. 헬리콥터(회전익) 방식은 이와 반대다. 수직 이착륙은 물론이고 호버링(제자리비행)도 가능해 어디서나 운영할 수 있지만 연료 소모가 커 장시간 비행이 어렵고 속도도 느리다.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등장한 것이 ‘변신 기능’이다. 헬리콥터처럼 이륙하지만 날개도 달려 있다. 공중에 뜬 다음엔 추진기의 방향을 뒤로 돌려 빠른 속도로 나는 ‘틸트’ 기능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미군이 사용 중인 다목적 수송기 ‘V22 오스프리’가 대표 사례다. 하지만 구조가 복잡해진 탓에 사고 위험성이 높고 가격도 비싸진다는 게 단점이다.
최근 소형 무인항공기, ‘드론’에 변신 기능을 접목한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사람이 탑승하지 않으니 안전성 고민도 줄고 소형이라 가격도 크게 비싸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드론 전문가들 사이에 ‘변신 기능이 대세’라는 말까지 나온다.
최초의 변신형 드론은 2011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개발한 ‘스마트무인기’가 꼽힌다. 틸트 기술을 드론에 도입한 최초 사례다. 최근 항우연은 스마트무인기의 뒤를 잇는 차세대 변신 드론 ‘쿼드틸트프롭 무인기’를 개발 중이다. 추진력의 방향을 제어할 수 있지만 무겁고 부피기 큰 ‘로터’를 빼고, 가벼우면서도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프롭(프로펠러)’을 이용해 효율성을 높였다. 최성욱 항우연 비행체계연구팀장은 “로터도 장점이 많지만 신형 무인기는 효율성 위주로 설계했다”며 “최근 시험비행도 완료해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변신형 드론 개발이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완전한 틸트형보다는 일부만 도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드론 전문기업 성우엔지니어링은 4개의 프롭으로 이륙한 다음, 2개의 프롭만 틸트해 하늘을 나는 ‘아르고스’를 선보였다. 또 제작이 복잡한 틸트 기능을 포기하고, 그 대신 이착륙용 프롭과 비행용 프롭을 모두 붙여 수직 이착륙과 고속 이동이 가능한 복합형 드론도 인기다.
드론 기술이 발전하면서 드론의 활용 범위도 늘고 있다. 틸트 기능을 갖춘 드론이 해안 감시, 군사용 정찰 등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분야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으며, 고속 비행 기능까지는 필요 없는 도심형 일반 드론을 응용한 분야도 늘고 있다.
대전 대덕연구단지 드론 전문기업 두시텍은 공간정보 데이터 획득이 가능한 케이엔드론(KnDrone)을 자체 개발했다. 고정밀 카메라와 인공위성 시스템을 이용해 지적관리용 데이터를 만들 수 있고, 복잡한 측량도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쓰리에스테크는 미세먼지 측정과 기상 관측이 가능한 상용 드론을 개발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드론을 이용해 건축물의 안전검사를 시행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교량이나 빌딩에 드론을 부착시킨 다음, 내장된 진동센서를 이용해 복잡한 안전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심현철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최근 중국 등에서 저가형 드론이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는 만큼, 우리는 차별화된 기술 개발로 시장 선점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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