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생각나는 과일이 있다. 잔뜩 물이 올라 아삭아삭 청명한 식감의 달달한 ‘배’. 한방에서는 배를 기관지 질환 예방과 해열, 소화촉진에 효과적인 과일로 꼽는다. 동의보감에는 배가 폐의 열을 내리고 기관지를 윤활하게 하는 진액 생성을 도와줘 기침, 감기, 천식을 호전시킨다고 기록돼 있다. 감기에 걸리면 배의 씨를 파내고 꿀과 대추, 생강 등을 담아 푹 쪄낸 ‘배꿀찜’을 해먹는 사람들도 많다.
배의 기관지 보호 효과는 연구를 통해서도 밝혀졌다. 정희진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배 추출물이 심한 기침을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음을 증명했다. 배에 풍부한 루테올린 성분이 항염증, 항알레르기 효과에 효과적이며 가래를 삭여주고 호흡기 질환의 치료와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배는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배에 함유된 펙틴 성분이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는데 도움을 줘 고혈압 등 혈관질환을 예방해준다. 네덜란드의 위게닝겐 대학 연구팀은 배가 뇌졸중 발병 위험을 52%까지 낮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배에 들어있는 페놀화합물이 혈관 손상을 막고 혈류를 개선해 뇌졸중 위험을 낮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배에 다량으로 함유돼 있는 칼륨도 혈관 건강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
배의 과육에는 비타민C도 100g당 약 6mg 함유돼 있어 피로해소에도 효과적이다. 또 85%의 수분과 알코올을 분해하는 아스파라긴산도 들어있어 피부미용과 숙취해소에도 탁월하다. 배는 육류 섭취로 인해 산성화된 몸을 중화시켜 주는 알칼리성 과일이다. 플라보노이드와 폴리페놀이 함유돼있어 항산화 능력과 면역 기능이 뛰어나다.
암 발생 억제 효과도 있다는 보고가 있다. 양미희 숙명여대 교수는 ‘탄 음식을 먹은 다음 배를 섭취하면 발암물질이 신속하게 소변으로 배출된다’는 연구 결과를 통해 배의 해독 효과를 밝혀낸 바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식감, 과즙량, 저장성까지 고려한 배 신품종이 인기를 끌고 있다. 무더위를 식혀주는 여름배인 ‘한아름’을 비롯해 여름햇살에 영글어 제대로 맛이 오른 ‘황금배’, 신맛 없이 달콤한 ‘화산배’, 부드러운 식감이 좋은 ‘신화배’ 등 출하 시기별로 종류도 다양하다. 주부 강민정 씨는 “배 종류가 많아 시기별로 입맛에 따라 골라먹을 수 있으니 좋다”며 “특히 가을 배는 환절기에 가족의 건강을 위해 즙이나 배숙 등 다양한 방법으로 먹는다”고 말했다.
한국배연합회는 22일을 ‘배 데이(Pear Day)’로 정했다. 배 데이는 ‘제철 과일로 배를 먹으면 건강이 2배, 이를 나누면 행복이 2배’라는 슬로건을 걸고 몸에 유익한 각종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배를 소중한 가족, 이웃들에게 선물하고 같이 나눠 먹는 문화가 정착하길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배 데이를 기념해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와 판촉전이 펼쳐진다. 한국배연합회는 20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농림축산식품부, 농협중앙회, 소비자시민모임과 함께 ‘2018 배데이 행사’를 진행한다. ‘건강두배 행복두배’라는 슬로건으로 펼쳐지는 이번 행사는 배 나눔 행사와 다양한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다.
한국과수농협연합회는 농협하나로마트와 함께 19일부터 28일까지 10일 동안 농협하나로마트 5개점(양재, 성남, 창동, 수원, 일산)에서 시식행사 등을 진행하며 질 좋고 맛있는 국산 배 판촉전을 열 예정이다.
박철선 한국과수농협연합회 회장은 “배는 가을철 대표 건강 과일로 천식, 아토피, 비염 등 알레르기 환자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며 “제철 맞은 신선한 배의 효능과 가치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배 데이 행사와 판촉전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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