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2019년 1월 세계 최초로 무균미니돼지에서 추출한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시도한다. 이번 임상은 중증 저혈당이 있는 제1형 당뇨병(소아당뇨병) 환자 2명을 대상으로 이뤄질 예정으로 김광원 가천대 길병원 교수가 맡았다. 이 임상에 성공하면 완치가 어려운 당뇨병 치료에 청신호가 켜질 수 있다.
박정규 2단계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서울의대 교수) 17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이종이식학회와 세계이식학회 전문가들로부터 이종이식에 대한 임상 준비과정을 평가받았다”며 “이르면 2019년 1월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임상은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 덩어리인 췌도를 무균미니돼지에서 꺼내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식이다. 췌도는 몸속 깊은 곳에 자리한 췌장의 일부로 소화효소를 분비하고 있어 뇌사자 몸에서 싱싱한 상태로 꺼내기 어렵다.
당뇨병 환자 1명에게 최소 2~4명의 췌도를 동시에 이식해야만 치료효과가 나타나는 점도 의학적 난제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무균돼지를 생산하는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임상에 필요한 무균돼지와 의학기술은 모두 준비된 상태다.
돼지 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은 돼지췌도 이식환자의 경과를 지켜본 후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다. 임상 대상자는 양쪽 눈이 모두 보이지 않는 실명환자가 선택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식수술 후 환자 상태를 평생동안 추적·관찰하는 정부기관과 법률 시스템이 없어 ‘반쪽임상’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2단계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감염병)의 일부 조항을 근거로 임상을 진행한 뒤 앞으로 근거법률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임상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면 환자를 평생동안 추적·관찰하는 법률과 감독기관이 필요해서다.
앞서 1997년 스웨덴, 2005년 중국에서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이 이뤄졌으나 국제기준을 따르지 않아 연구성과로 인정받지 못했다.
박정규 단장은 “현행 생명윤리법이나 감염법에 대한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을 받은 뒤 임상을 우선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현행 법률과 규제로도 2년간은 환자 추적·관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임상이 모든 기준을 충족한 세계 첫 이종이식으로 인정받으려면 환자를 평생동안 추적관찰할 수 있는 법률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관련 법률이 만들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번 임상을 평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세계이종이식학회(IXA)와 세계이식학회(TTS) 윤리위원회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종이식 임상을 진행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지만 법률근거가 부족한 만큼 담당 정부기관으로부터 생명윤리법 등에 대한 유권해석을 받아달라”고 권고했다.
리처드 피어슨 하버드의과대학 외과학 교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종이식에 대한 모든 규제와 시스템을 마련했고 아마 임상 신청을 접수하면 승인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 의료진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15년간 이종이식을 연구했고 환자와 공공보건 등 여러 측면에서 검증을 받았다”며 “앞으로 더 발전된 결과가 있기를 소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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