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오리엔티어링·철인3종·트레일러닝…건강·활력 둘 다 잡은 ‘만능 스포츠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0일 07시 15분


제작=디지털뉴스팀 채한솔 인턴
제작=디지털뉴스팀 채한솔 인턴
황명배 씨(65·세인 휠타 대표)는 동생의 권유로 약 30년 전 오리엔티어링(Orienteering)에 입문하면서 ‘만능 스포츠맨’ 변신해 활기찬 삶을 즐기고 있다.

“1990년대 초반 몸이 좋지 않았다. 특히 허리가 아파 고생했다.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효과가 없었다. 그 때 오리엔티어링을 하고 있던 남동생이 해보라고 권유했다. 오리엔티어링은 한마디로 독도법(讀圖法)이다. 군대에서 해보던 것이니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교육을 받고 시작했다.”

사실 오리엔티어링을 바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몸이 안 좋았을 때 하루는 남한산성을 올랐는데 너무 편했다. 앉아도 누워도 허리가 불편해 힘들었는데 등산 후 일주일이 편했다. 그 다음 주 다시 산을 올랐다. 몸이 가벼워졌다. 그 때 동생이 오리엔티어링을 권했다.”

당시 제대로 교육을 받아 3급 지도자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오리엔티어링은 ‘지도상에 표시된 몇 개의 지점을 가능한 짧은 시간에 찾아내는 경기’다. 나침반과 지도를 들고 산에서 여러 지점을 찍고 돌아오는 오리엔티어링은 체력이 필수였다. 그래서 처음엔 쉽지는 않았다.

황명배 씨 제공
황명배 씨 제공
“나보다 나이가 10살은 어려보이는 친구가 아주 쉽게 지점들을 찍으며 달리는데 나는 헉헉거리며 잘 뛰지도 못했다. 빨리는 가고 싶고. 그래서 따로 훈련을 시작했다. 처음엔 달리기였다. 그런데 하다보니 동생들을 이기고 싶었고 결국 이기게 됐다.”

달리자 몸이 달라졌다. 허리 아픈 것도 사라졌고 체력이 좋아졌다. 어느 순간 각종 대회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우승도 많이 했다. 오리엔티어링 국가대표로 해외 대회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운동은 몸은 물론 일상생활에 활력을 줬다.

황명배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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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티어링은 체력도 좋아야하지만 상황판단 능력도 뛰어나야 한다. 상위권에 오르기 위해선 산을 달리면서 지도를 보고 판단을 잘 해야 한다. 난 일반병으로 군입대했는데 하사관으로 차출돼 독도법을 배울 수 있었다. 또 예비군들에게 훈련도 시켰기 때문에 내겐 딱 맞은 스포츠였다.”

달리다보니 자연스럽게 마라톤대회에도 출전했다. 10km, 하프코스, 풀코스 다 섭렵했다. 풀코스는 2시간57분대를 끊어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의 꿈인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를 달성하기도 했다. 과거 다른 운동은 해본 적도 없었는데 운동은 ‘천직’ 같았다. 오리엔티어링을 하면서 마라톤은 물론 수영과 사이클에도 자연스럽게 입문했다.

“오리엔티어링과 마라톤에서 재미를 느끼자 다른 스포츠도 눈에 들어왔다. 수영도 했고 사이클도 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수영 사이클 마라톤을 하는 ‘철인3종’ 대회에도 출전하게 됐다.”

‘철인3종’은 2000년대 들어 시작했다. 정식 명칭이 트라이애슬론인 철인3종은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를 달리는 올림픽코스와 수영 3.9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를 달리는 철인코스로 나뉜다. 황 씨는 철인코스만 달렸다. 철인코스의 경우 17시간 이내에 들어와야 ‘철인’이란 호칭이 주어진다. 황 씨의 철인코스 최고기록은 11시간 39분. 수준급이다. 그는 2006년 ‘철인들’의 꿈 하와이 코나 철인선수권대회(Kona Ironman Championship)에도 다녀왔다.

“코나 대회는 기록이 좋다고 출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특정 대회에서 우승한다고 출전하는 것도 아니다. 연령대별 참가 기준이 까다롭다. 다른 대회는 참가신청만 하면 되는데 코나는 아니다. 한마디로 출전 자체가 영광인 대회다.”

황명배 씨 제공
황명배 씨 제공
황 씨는 최근엔 산악마라톤인 ‘트레일러닝’에 빠져 있다.

“5년 전 운동하다 허벅지 햄스트링을 다쳤다. 아킬레스건염도 걸렸다. 그래서 4년 넘게 제대로 된 운동을 하지 못했다. 좀 무리하면 통증이 재발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봄 서울 아차산에서 열린 트레일러닝 대회에 참가했다. 몸 상태가 걱정돼 비경쟁 부문으로 출전했는데 뛰고 나니 기분이 좋고 다리도 멀쩡했다. 지금 와서 보면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져 전반적으로 쓰는 근육이 미세하게 달라 특정 근육에 부하가 많이 안 걸린 것 같다.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산에서 달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황 씨에 따르면 평지에서 달리면 특정 근육을 반복적으로 써 부상 위험이 더 높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리가 있다고 말한다. 김용권 전주대 운동처방학과 객원 교수(전주본병원 본스포츠재활병원 대표이사)는 “평지를 달릴 땐 발을 뒤로 밀어줄 때 햄스트링을 많이 쓴다. 계속 반복하다보면 경련이 올 수 있다. 오르막을 오를 땐 햄스트링보다는 대퇴사두근을 많이 쓰기 때문에 햄스트링에 부하가 덜 간다. 내리막 땐 부하가 장딴지와 무릎에 많이 간다. 햄스트링만 놓고 본다면 산을 달릴 때 덜 무리하게 되는 셈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산을 달릴 땐 힘들기 때문에 더 조심하는 경향이 있어 무리하지 않게 달리게 돼 근육 손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산을 많이 달리면 잔 근육도 발달해 부상을 예방할 수도 있다고 한다.

황 씨는 요즘 트레일러닝 예찬론자가 됐다.

“정말이지 산을 달릴 땐 과거 아픈 곳이 안 아팠다. 부상도 오지 않았다. 평소 평지를 오래 달리면 3일 정도 아파서 운동을 못했는데 산을 달리고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주위 마라톤 하는 후배들이 스피드를 끌어 올린다고 인터벌트레이닝을 하기도 하는데 그 때 부상을 많이 입는다. 그런데 산은 다르다. 힘들면 걷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는다. 난 요즘 ‘서브스리’하려면 산을 달리라고 한다.”

아차산 대회이후 이후 검단산 용마산 남한산성 등을 달리는 성남 트레일러닝 20km를 완주했다. 그래도 문제가 없자 ‘불수사도’클럽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했다. 부수사도는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을 주로 달리는 산악마라톤 동호회. 황 씨는 지리한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달리는 화대종주 44km, 설악산 남교리에서 소공원까지 달리는 설악산종주 38km도 했지만 몸은 더 좋아졌다.

“올 4월엔 동두천 트레일러닝 58km를 완주했다. 9시간30분 안에 들어 ‘골든 벨’ 그룹에 속했다. 그리고 하이원 트레일러닝 42km를 달렸다. 요즘 매주 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한다. 대회에 나가지 않을 땐 주말마다 20~30km 산을 달린다.” 황 씨는 20일 제주 울트라 트레일러닝 56km에 출전했다.

요즘은 오리엔티어링 대회에는 자주 나가지 못한다.

“최근 오리엔티어링 대회가 참가자들을 많이 모으려고 도시 공원에서 열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잘 참가하지 않는다. 재미가 없다. 도시 공원에서 하는 종목은 거리가 짧아 스피드가 좋은 젊은이들이 잘한다. 난 이제 나이가 들어 그들과 경쟁하기 힘들다. 지방에서는 깊은 산속에서 열리기도 하지만 선뜻 출전하기 힘들다.”

황명배 씨 제공
황명배 씨 제공
황 씨는 매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집에서 영등포 사무실까지 편도 27km를 자전거로 출퇴근 한다. 그리고 산은 주말에 주로 달린다. 과거 평일엔 수영과 달리기를 하고 주말에 사이클을 탔는데 이젠 회복능력이 떨어져 출퇴근으로 자전거를 타고 주말에 트레일러닝 대회에 나가거나 산을 달린다. 평일 운동을 따로 할 땐 몸을 정비하는 의미로 가볍게 달리며 몸을 풀어주는 정도만 한다.

“3년 전 도심 속에서 열리는 장애물 대회에 출전했다 어깨를 다쳐 요즘 수영을 못한다. 재활을 하고 있다. 사이클 타다 넘어져 쇄골과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이젠 그렇게 까지는 안한다. 아프지 않아야 스포츠를 계속 즐길 수 있지 않겠나. 재밌게 즐겁게 아프지 않게 달리는데 최우선을 둔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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