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시신 대상 성능검증 실험 성공… 원격조종 신동아 교수 “게임 같아”
눈-뇌 수술 등에도 응용할 예정
“아래에 디스크, 위에 신경이 보이네요. 주변을 둘러싼 지방 조직도 보이고요.”
24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임상의학연구센터. 신동아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의대 해부실습용 시신의 허리 부분에 긴 관 형태의 의료 도구 ‘케테터’를 넣으며 말했다.
하지만 신 교수는 환자가 누워 있는 수술대에 없었다. 3m 정도 떨어진 의자에 앉아 화면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대신 신 교수는 책가방만 한 장치에 매달린 긴 펜 모양의 도구를 손에 쥐었다. 펜 모양 도구 끝을 앞으로 밀자 수술대 위 카테터가 앞으로 전진했다. 왼쪽 아래로 도구 끝을 옮기자 카테터도 고개를 같은 방향으로 돌렸다. 모니터에는 몸 속 디스크 부위가 훤히 보였다. 신 교수는 “꼭 게임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기는 정교한 인체 내 수술에 특화된 원격로봇시스템 ‘닥터 허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세브란스병원, 한국기술교육대, 그리고 로봇 및 의료기기 기업이 2013년부터 공동 개발했다. 이날 연구진은 5년 동안 개발한 닥터 허준을 처음으로 실제 사람의 시신을 대상으로 시험했다. 강성철 KIST 의료로봇연구단장은 “2016년과 2017년 각각 1, 2차례씩 동물(돼지)을 대상으로 전임상시험을 해 안전성과 성능을 확인했다”며 “마지막으로 사람의 시신으로 실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이 개발한 카테터는 지름이 3mm로 가늘다. 눈으로 보니 쫄면 면발 정도 돼 보였다. 그런데 이 끝에 고성능 수중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카메라 개발에 참여한 반도체기업 ‘인지’의 신인섭 소장은 “수중 카메라 시야각이 140도로 기존 카메라의 두 배”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모니터에 보이는 화면은 시술 부위 바로 앞과 함께 주변부까지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수술복을 입은 김천우 KIST 의료로봇연구단 선임연구원이 카테터에 수술용 미세 집게를 장착했다. 그는 집게를 조작해 환부를 단번에 잘라냈다. 강 단장은 “환부를 2∼3mm만 열면 카테터를 넣어 수술도 할 수 있다”며 “앞으로 카테터를 더 가늘게 해 눈이나 뇌, 이비인후과 수술에 응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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