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 등 장에 사는 유익균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우리 몸속에 인간세포보다 많은 미생물인 마이크로바이옴(사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의 몸속에 함께 공존하고 있는 미생물의 유전정보 전체를 일컫는 말이다. 게놈이 인간의 유전정보 전체를 의미하는 말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태반을 가진 포유류, 즉 자궁과 가슴을 가지고 있는 여성의 자손이다. 난자와 정자의 만남으로 이뤄진 하나의 세포를 수정난이라고 한다. 이 수정난은 엄마의 배 속에서 끊임없는 분열과 분화를 거쳐 점차 인간의 모습을 갖추어가고, 그렇게 열 달이 흐른 뒤 그토록 기다리던 탄생의 순간이 시작된다. 진통이 시작되고 양수가 터지면서 아이가 가장 먼저 마주치는 현실, 이는 세상의 빛도 자신을 잉태한 엄마의 얼굴도 아닌, 엄마의 산도, 즉 질 속에 가득한 세균들이다. 실존주의적 표현을 빌리자면 아이는 세균들로 가득한 세상에 그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내던져지는 것이다. 이제 아이와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항균, 제균, 멸균으로 표현되는 세균과의 전쟁을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이들과 함께 공생의 길을 모색할 것인가? 항생제라는 말은 ‘생명에 대항하여’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의 반대말이 프로바이오틱스, 즉 ‘생명을 위하여’라는 뜻이다. 그래서 프로바이오틱스를 친생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질병의 원인이 미생물이라는 사실은 19세기 후반 파스퇴르와 코흐에 의해 밝혀졌다. 이후 1928년 영국의 알렉산더 플래밍에 의해 ‘기적의 약물’로 불리는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탄생했다. 이때부터 인류는 세균감염으로 인한 영아 사망에서 승리를 거두는 듯했다.
그러나 이들과의 전쟁은 최근 마이크로바이옴과 공생에 대한 연구의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바로 인간의 몸, 그중에서도 인간의 장은 미생물들을 위한 집이자 이들이 만든 거대한 생태계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이 미생물들의 생태계를 어떻게 가꾸느냐가 현대의 많은 만성질환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들이 발표되고 있다. 세균들을 겨냥했던 항생제의 화살이 다시 우리 몸을 향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화의 역사에서 탄생한 다세포생명체들이 이 세균들의 세상과 싸우려고만 했다면 지구상에는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커다란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식세포작용이라는 선천면역을 발견한 뒤 면역학의 창시자인 메치니코프는 삶의 후반에 불가리아 농부들의 장수 비결이 발효유에 있는 미생물이라고 주장했다.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이 시기에 파스퇴르는 항생제의 세상을, 메치니코프는 친생제의 세상을 본 것이다.
미생물과 인간의 역사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이 두 단어를 통해서, 우리는 이제 이 세상에서 이들과 어떻게 공존하며 우리의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다시 한번 고민해 보아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