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30일 미국 하와이섬 킬라우에아 화산 분화구 한쪽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문제는 분화구 측면에 생긴 틈이었다. 이 틈은 산 아래 주택가와 가까운 쪽으로 점점 더 크게 벌어졌다. 결국 3일 뒤인 5월 3일 리히터 규모 6.9의 강진을 동반하며 6.8km까지 벌어진 틈으로 마그마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올 한 해 세계 곳곳에서는 기록적인 폭염과 태풍, 지진해일(쓰나미), 지진과 화산 폭발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200년 동안 미국에서 일어난 화산 폭발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기록된 올해 5월 킬라우에아 화산 폭발에 대한 첫 상세 분석 결과가 나왔다. 향후 화산 활동을 예측하고 효과적인 재난 대책을 세우는 등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지질조사국이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이번 킬라우에아 화산 폭발은 분화구 측면의 갈라진 틈으로 마그마가 분출되면서 시작됐고, 전례 없던 연쇄 폭발로 산 정상의 칼데라가 붕괴하면서 연쇄 지진으로 이어졌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14일자에 발표했다. 칼데라는 화산 폭발 뒤 마그마가 분출돼 공간이 비면서 생긴 냄비 모양의 분지다.
이번 연구를 이끈 크리스티나 닐 미국지질조사국 하와이화산관측소(HVO) 연구원은 “화산 아래의 지하수가 마그마와 반응하면서 발생한 가스가 연쇄 폭발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폭발은 5월 15∼17일에 발생했다. 화산 정상에서는 최대 80m 높이로 마그마가 분수처럼 솟구쳐 나왔고, 최대 9.1m 두께의 용암은 초당 100m²씩 땅을 삼켰다. 폭발은 총 62회에 걸쳐 8월 4일까지 이어졌다. 화산 아래에서는 규모 4.7∼5.4 수준의 크고 작은 지진이 4개월간 계속됐다.
이번 폭발로 하와이섬에서는 수천 가구의 주택을 포함한 35.5km² 이상의 땅이 용암에 뒤덮였다. 6월부터 연안으로 쏟아진 용암이 굳으면서 새로 생긴 땅의 넓이도 올림픽 규격 수영장 32만 개 수준이다. 화산 속 마그마의 액면은 1600km가량 낮아졌다. 연구진은 총 8000억 L(0.8km³)의 마그마가 분출된 것으로 추산했다.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이산화황과 온실가스는 하루 평균 5만5000t씩 배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구진이 화산 폭발 과정 중 인공위성 등으로 관측한 지표면의 높이와 형태 변화, 분화구 아래 마그마 액면의 높이, 용암이 흘러간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닐 연구원은 “이번 킬라우에아 화산 폭발은 현대사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복잡한 폭발 형태”라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골든타임’은 있었지만 용암의 분출 경로가 기존 예상보다 훨씬 더 광범위해 예측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 결과는 화산 활동 예측에 새로운 단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지질조사국과 스미스소니언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활화산은 40개다. 이 중 8개 화산은 올해 활동을 재개했다. 필리핀의 마욘 화산(1월),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타우 화산(6월), 미국의 베니아미노프 화산 등이 대표적이다. 이달 11일을 기준으로 킬라우에아 화산을 비롯한 16개 화산이 ‘폭발 진행 중’으로 분류되고 있다. 전체 활화산의 40%에 이른다.
한편 한반도에서는 백두산이 가까운 미래에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0세기 초 이후로는 휴화산 상태지만 2002∼2005년 월평균 270차례의 작은 지진이 발생했고 온천수 온도도 최고 83도까지 올라가는 이상 현상이 관측됐다. 2015년에는 백두산 천지 5∼10km 아래에 서울 면적보다 큰 마그마 방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최현규 통일과학기술연구협의회장은 “화산 폭발 대응을 위해서라도 남북 간 연구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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