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료원 “바이오메디컬 글로벌 리더로 도약”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9일 03시 00분


고대의료원

시계방향으로 고대의료원 의과대학, 안암병원, 안산병원, 구로병원의 미래조감도. 고대의료원은 미래형 병원을 ‘스마트인텔리전트 병원’으로 이름짓고 미래의학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다졌다. 고대의료원 제공
시계방향으로 고대의료원 의과대학, 안암병원, 안산병원, 구로병원의 미래조감도. 고대의료원은 미래형 병원을 ‘스마트인텔리전트 병원’으로 이름짓고 미래의학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다졌다. 고대의료원 제공
고대의료원(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이기형)이 미래의학을 선도하는 바이오메디컬 분야 글로벌 리더로 도약한다.

올해로 의과대학 90주년을 맞은 고대의료원은 12일 고대 인촌기념관에서 비전선포식을 가지고 미래의학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다졌다. 이날 소개된 미션은 ‘생명존중의 첨단의학으로 인류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한다’이며 비전은 ‘미래의학, 우리가 만들고 세계가 누린다(Enabling Future Medicine)’이다.

고대의료원은 네 가지 핵심전략을 통해 미래의학을 선도하고 인류건강에 공헌하겠다고 밝혔다. ‘융합형 창의 인재교육’을 통해 의학은 물론 다양한 전문분야를 섭렵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미래인재를 양성하고 ‘바이오메디컬 산업의 글로벌 리더’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각오다. ‘개인 맞춤형 특화진료’ 실현을 통해 세계 의료계의 화두인 정밀의료를 견인하고 국민들에게 특별한 진료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사람 중심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하는 의료기관으로서 의료소회계층, 사회적 약자를 위해 차별 없는 의료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미래의학 10대 선도기술로 인류사회에 공헌

미래형 병원의 청사진도 공개했다. 고대의료원이 제시하는 미래형 병원의 모습은 스마트 인텔리전트 병원(Smart Intelligent Hospital)이다. 지난해 총 공사비 약 3500억 원의 최첨단 융복합의학센터를 착공한 것을 비롯해 각 병원 모두 첨단 기술이 접목된 미래형 병원의 표준으로 만들 계획이다. 미래의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해 비전선포식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차세대 바이오메디컬 분야를 이끌어갈 10가지 기술을 선정하고 공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고려대의료원은 △암 정밀 진단·치료 △클라우드형 공유 병원정보시스템 △AI 기반 신약 설계 △체액생검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자 가위 △페이션트 온 어 칩 △3차원 장기 프린팅 △착용형 소프트 로봇 △메모리 에디팅으로 구성된 10가지 기술로 영화나 공상 과학에서나 가능했던 미래의학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김재호 이사장은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의료원의 모든 교직원이 한마음을 결의하는 뜻 깊은 자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오늘 선포되는 새로운 비전을 통해 차세대 의생명과학분야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의료기관으로 비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정진해줄 것”을 당부했다. 염재호 총장은 “고대의료원은 1928년부터 민족과 박애 정신을 실천하며 우리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 왔다”면서 “학교와 의료원이 가진 인프라와 인적역량을 바탕으로 바이오메디컬 분야를 선도하고 대한민국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형 의무부총장은 “비전은 우리의 꿈과 이상을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부심의 표현”이라며 “철저히 준비하고 내부역량도 충분히 갖췄기에 지금이 미래의학을 선도하고 초일류 의료기관으로 도약할 적기”라고 역설했다.

교육, 연구, 진료… 의료기관의 사명 다해

고대의료원은 최근 몇 년간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예산 규모는 1조2800억 원으로 10년간 두 배 넘게 성장했다. 최근 4년 동안 연평균 11%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2조원 시대를 맞을 계획이다. 고대의료원은 대규모 시설투자와 최고의 인프라를 자랑하는 두 개의 연구중심병원을 중심으로 R&D 투자, 차세대 정밀의료를 선도할 정밀의료사업단 등 미래의학을 선도하기 위한 잰걸음을 하고 있다.

고대의료원은 대학병원의 역할인 교육과 연구, 진료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의과대학은 90년간 뛰어난 연구와 학문업적을 국내외에서 인정받아 왔다. 세계연구중심대학 연합체인 U21 국내 유일 회원이며 QS 세계대학평가에서도 100위권 대에 오르는 등 의학교육을 선도하고 있다. 세계의학교육연합회(World Federation of Medical Education) 평가를 국내 최초로 받았고 최근에는 세계 주요 9개 의과대학과 함께 GAME(Global Alliance of Medical Excellence)을 창립하는 등 국제 의학교육 스탠더드 확립에 앞장서고 있다.

개인 맞춤형 치료 이끌 스마트인텔리전트 병원

최첨단 융복합의학센터는 병원 규모가 기존의 2배 이상 커짐에도 불구하고 병상 수의 증설은 거의 없다. 이는 규모의 경쟁을 통한 수익창출보다는 최첨단 융복합 기술을 진료와 연구현장에 적용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전념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의지는 미래비전과 각 병원의 경영정책에도 녹아 있다. 미래형 병원의 청사진을 스마트인텔리전트 병원으로 정의하고 IoT(사물인터넷), MR(혼합현실), AI(인공지능) 등 첨단 과학기술을 병원에 접목하고 있다. 현재 SK㈜ C&C와 공동으로 에이브릴 기반의 인공지능인 항생제 추천 어드바이저(Aibril Antibiotics Advisor)를 개발하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지난해 수주한 국가전략프로젝트인 정밀의료사업단의 성공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서도 병원의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전폭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차세대 클라우드형 병원정보시스템이 상용화되면 환자는 어떤 병원에 가서도 본인의 의료기록, 유전체, 그리고 라이프로그(생활습관 데이터)가 반영된 개인 맞춤형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병원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각종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생애전주기 검사가 가능해진다. 인공지능을 통해 개인의 유전체에 따라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사전에 검사를 권고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할 수 있다.


▼ 고려대의료원의 미래의학 10대 선도기술

1. 암 정밀 진단·치료=미래의 암 진단은 유전체 분석을 통해 보다 정밀해질 것이다. 획득된 개인의 유전체 분석 정보는 가족력과 생활 패턴까지 데이터화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과정을 거치게 된다. 다양한 임상 데이터 조합과 분류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발병하기 전에 예방법을 제시하거나 발병하더라도 최적의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도출해줄 것이다.

2. 클라우드형 공유 병원정보시스템=클라우드형 공유 병원정보시스템은 환자의 유전정보와 임상정보, 생활환경, 습관정보까지 체계적으로 데이터화해 연구개발하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서로 떨어져 있는 병원간의 정보 공유가 간편해지고 진단과 맞춤형 치료법 도출도 빨라지게 될 것이다. 또 플랫폼과 모바일 디바이스의 연계를 통해 사전 예방과 사후관리까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된다.

3. AI 기반 신약 설계=전 세계 논문, 임상 정보 등의 데이터를 체계화해 네트워크로 연결한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로 최적의 화학 구조식을 계산해 도출함으로써 최상의 신약 후보 물질을 추천받을 수 있다. 이렇게 추려진 후보 물질들은 최종적으로 안전한 임상 테스트만 거치게 돼 신약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4. 체액생검=체액생검은 체액을 검체로 해 DNA, RNA, 단백질 등을 정밀하게 분석해 진단하기 때문에 임상적 유용성이 높아진다. 또 비침습적인 검사이기 때문에 침습적인 조직생검과 달리 통증이나 후유증이 없어 안전하고 빠른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암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병진단과 변이추적에도 유용하다. 앞으로는 체액생검 기술을 통해 병원에 오지 않고 생애전주기에 걸쳐 각종 질환에 대한 진단이 가능해질 것이다.

5.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장내미생물의 균형이 질병 유발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미생물을 인간의 신체 일부로 인식하고 이해하는 공생체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통해 불균형한 식단, 항생제 남용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대인의 장내 미생물 불균형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 건강 균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할 것이다.

6. 유전자 가위=유전자 가위 기술을 통해 그동안 정복하기 어려웠던 암, 혈액병, 혈우병 등의 난치병을 치료하고 언젠가는 발병 이전에 유전적 결함을 정상 상태로 편집함으로써 원천적으로 난치병을 정복할 날이 올 것이다.

7. 페이션트 온 어 칩=장기세포를 반도체 제조 공정과 결합해 배양하는 생체 모방칩(Organ-on-a-chip)기술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칩은 다양한 약물 반응과 흡수율을 파악하는 데 사용 가능하다. 생체 모방칩이 모여 장기들 간의 상호작용 연구도 가능하다. 여기에 환자의 질병 세포를 이식하면 페이션트 온 어 칩(Patient-on-a-chip)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칩을 이용해 약물 반응을 테스트함으로써 개인별 맞춤형 치료법을 도출할 수 있다. 동물 임상의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비용과 시간을 줄여주는 미래 의료의 솔루션은 작은 칩 위에 있다.

8. 3차원 장기 프린팅=3D 프린팅 기술이 의료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다. 다양한 세포, 성장인자 등 바이오잉크를 활용한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 기계식 인공심장이나 인공폐를 대체해 부작용 없는 맞춤형 인공장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또 귀와 코 같은 신체 일부를 자연스러운 형태로 만들어냄으로써 외상 치료 성공률과 심리적인 만족도도 동시에 높여줄 수 있다.

9. 착용형 소프트 로봇=미래의 의료현장에서는 영화 아이언맨이 현실화될 것이다. 인공지능을 갖추고 섬세하게 제어되는 의료로봇이 의료진과 함께 협업을 수행할 것이다. 크고 무겁고 딱딱한 웨어러블 로봇 대신 유연한 착용형 로봇 개발을 통해 환자에게는 가볍고 착용감이 좋은 재활로봇을 제공하고 의사에게는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센서 글로브를, 치료사에게는 환자 부축을 위한 근력증강 슈트(Suit)를 제공할 것이다.

10. 메모리 에디팅=수많은 신체기관 중에 가장 미지의 영역인 뇌. 이 뇌의 기억을 편집할 수 있다면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오게 될까. 미래의 메모리 에디팅 기술은 지우고 싶은 트라우마는 선별해 지워 주고 죽어 있던 기억은 되살려줌으로써 치매 같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료#고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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