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다. 철근과 함께 현대 도시가 탄생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건축재료지만 뛰어난 기능에 비해 미적인 평가는 박하다.
하지만 콘크리트만큼 건축의 기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또 다양하게 변신하는 재료도 드물다. 은은하게 빛이 비치는 투명 콘크리트, 균열이 생길 경우 스스로 균열을 메우며 재생하는 콘크리트 등 새로운 콘크리트 개발이 지금도 계속 시도되고 있다.
21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서는 ‘서울 메이커스 세운캠퍼스짓기학교’가 만든 작품을 발표하는 행사가 열렸다. 서울시립대가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이 행사의 주최를 맡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와 학생이 새로운 재료와 기술을 적용해 만든 건축 조형물이 주목을 받았다. 참석자들이 눈을 떼지 못한 것은 투명 콘크리트 블록이었다. 유리처럼 투명한 정도는 아니지만, 빛이 투과해 반대편을 지나가는 사물이 어렴풋이 비쳐 보이는 콘크리트다. 조명을 비추면 빛이 새어나와 은은한 풍경을 연출한다.
투명 콘크리트 블록은 김병일 서울과학기술대 건축공학과 교수의 특허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비밀은 아크릴 봉이다. 굵기가 각기 다른 투명 아크릴 봉을 콘크리트 안에 넣어 반대편의 빛이 은은하게 비치도록 했다.
기존에는 반투명 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해 광섬유를 썼다. 빛이 안으로 들어가면 벽면을 타고 반사하며 섬유 반대편까지 전달되는 섬유다. 무게 기준으로 4% 정도 광섬유를 넣으면 조명도 통과시키면서 강도에는 큰 변화가 없는 건축 재료가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값비싼 광섬유 대신에 투명 플라스틱인 아크릴로 대체해 가격을 낮추고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했다.
금이 가면 스스로 치유하는 콘크리트도 있다. 콘크리트 건물을 보면 간혹 금이 심하게 간 모습이 보인다. 부실 시공인가 걱정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연적인 균열로 그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 안에 물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긴다. 보통 고층 건물에 많이 쓰는 철근콘크리트는 내부에 철근이 들어 있는데, 여기에 물이 들어가면 녹이 슬어 강도가 떨어진다. 금이 간 콘크리트를 정기적으로 메워주는 이유다.
그런데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 것이 ‘자가 치유 콘크리트’다. 콘크리트 내부에 광물인 방해석을 배출하는 박테리아를 먹이와 함께 넣어 만들었다. 평소에는 물이 없어 수면 상태인 박테리아가, 콘크리트에 금이 가 물이 들어가면 깨어나 먹이를 먹고 활동하며 방해석을 배출한다.
방해석은 규칙적인 결정을 이루며 자라나는 특성이 있어 콘크리트의 갈라진 틈을 풀처럼 메운다. 그 외에 휠 수 있어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높아진 유연 콘크리트 등 고정관념을 깬 다양한 콘크리트가 지금도 연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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