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 흡연 시 일정량의 전자파가 계속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울 때마다 흡연자가 전자파에 노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자담배의 증기뿐 아니라 전자파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자담배의 전자파 측정은 처음이다.
○ 모든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전자파 발생
동아일보는 17일 정부기관인 국가금연지원센터, 시민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국내에서 판매하는 아이코스(필립모리스), 글로(BAT코리아), 릴(KT&G) 등 궐련형 전자담배 3종의 전자파를 측정했다. 실험에 사용한 전자파 측정 장비는 학술연구에 널리 쓰이는 ‘EPRI-EMDEX2’이다.
기자가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면서 측정 장비를 담배기기에 밀착시키자 △아이코스 0.68∼1.56μT(마이크로테슬라) △글로 1.7∼3.18μT △릴 0.5∼1.22μT의 전자파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궐련형 담배의 길이를 감안해 담배기기와 측정 장비 사이에 3cm 간격을 두고 측정해봤다. 그 결과 △아이코스 0.04∼0.07μT △글로 0.2∼0.6μT △릴 0.04∼0.12μT의 전자파가 검출됐다. 주로 기기의 충전 배터리 부분에서 전자파가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국내 출시 당시 이미 전자파 적합성(EMC) 인증을 받았다. EMC 인증은 한 전자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다른 전자제품의 오작동을 일으키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다. 반면 전자파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는 인증은 따로 받지 않았다. 법적으로 휴대전화와 전기장판, 전기밥솥 등 일부 가전제품만 전자파 인체영향성 검증이 의무사항이기 때문이다.
○ 인체에 미칠 영향 두고는 의견 갈려
그렇다면 전자담배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인체에 어느 정도 해로울까. 전문가의 의견은 엇갈린다. 동아일보가 확인한 전자담배의 전자파는 정부의 인체보호 기준(83.3μT)에 한참 못 미친다. 생체전자파학회장인 김남 충북대 교수는 “83.3μT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기준이어서 그 이하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접하는 가전제품에서도 미량의 전자파는 지속적으로 나온다. 사용 거리를 30cm로 가정할 때 TV 0.01μT, 냉장고 0.002μT, 로봇청소기 0.005μT, 노트북 0.008μT, 전기밥솥 0.475μT 등의 전자파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소량의 전자파라도 장기간 노출되면 인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박동욱 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전자파가 0.1μT 이하면 누적돼도 인체에 큰 무리가 없지만 그 이상이면 장기적으로 신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밀착 측정 시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는 모두 0.1μT 이상의 전자파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는 전자파를 ‘발암가능물질’로 지정한 상태다. 0.3∼0.4μT 이상의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되면 암이나 발달장애, 면역 이상, 생식기능 장애 등이 발병할 수 있다는 해외 연구도 적지 않다.
○ “국제 공인기관에서 면밀한 측정 필요”
궐련형 전자담배 이용자는 1개비를 피울 때마다 2∼3분가량 전자파에 노출될 수 있다. 하루 10개비를 피운다면 매일 30분, 1년이면 182시간가량 남들보다 더 많은 전자파에 노출되는 셈이다. 그만큼 전자담배의 전자파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국립전파연구원 전파환경안전과 김기회 연구관은 “어떤 주파수의 전자파인지, 측정 시 오류는 없었는지, 국제적 공인 장비를 사용했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전자담배 전자파의 유해성을 정확히 알 수 있다”며 공인기관의 검사 필요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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