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리천장’ 통해 보호자가 수술 지켜봐… 유성선병원, 국내 처음으로 시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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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외과-산부인과부터 시작
각 층에 인공지능 안내 로봇 등 ‘환자 중심 서비스’ 청사진 제시

내년 3월에 550병상으로 증축해 문을 열 예정인 대전 유성선병원에는 환자 보호자도 참관이 가능한 유리천장이 달린 수술실이 만들어졌다. 마이크도 있어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다. 선병원 제공
내년 3월에 550병상으로 증축해 문을 열 예정인 대전 유성선병원에는 환자 보호자도 참관이 가능한 유리천장이 달린 수술실이 만들어졌다. 마이크도 있어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다. 선병원 제공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설치를 두고 의료계 안팎에서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한 지방 종합병원이 수술실 천장을 유리로 바꿔 보호자가 실시간으로 수술 상황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수술실 ‘유리천장’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26일 선병원 재단에 따르면 내년 3월 유성선병원이 550병상을 증축한다. 여기엔 수술실 8개가 마련되는데 이 중 1, 2곳 수술실 천장을 유리로 만들기로 했다. 수술실 위에서 환자 보호자나 해외에서 참관하러 온 의사들이 실시간으로 수술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의학 드라마 ‘하얀거탑’에서 의사들이 창문 너머로 다른 의사의 수술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과 유사하다. 국내 병원 중 이런 수술실을 갖춘 곳은 없다. 특히 환자 보호자는 실시간으로 마이크를 통해 집도의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우선 외과와 정형외과, 산부인과 수술 시 유리천장 수술실을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환자와 보호자 만족도를 조사한 뒤 추가로 이비인후과와 비뇨기과 수술 시에도 보호자 참관을 확대할 예정이다.

선병원은 또 인공지능 센서가 달린 로봇을 병동 각 층에 배치할 계획이다. 전용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도록 수직이동(층간 이동)이 가능하게 만든 이 로봇은 병원 이용객의 종합 안내를 맡는다. 또 화물용 로봇 ‘어부바’는 소독된 리넨 등의 운반을 맡아 사람 간 접촉으로 생길 수 있는 병원 내 감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예정이다.

선병원에선 환자나 보호자가 더 이상 주차공간을 찾아 주차장을 헤맬 필요가 없다. 주차장 입구에서 바로 주차 장소를 안내하는 ‘주차장 사전 자리 예약제’를 운영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병원에 애완동물을 데려올 수 있도록 반려동물 호텔도 만든다. 모두 국내 병원으로서는 처음 도입하는 시스템이다.

선병원의 병동도 남다르다. 기존 병원은 복도를 두고 양쪽에 입원실이 있지만 선병원은 건물 창문을 따라 입원실이 마련돼 있고 가운데에는 실내 정원이 들어선다. 700∼800병상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포기하고 쾌적한 환경과 환자 안정을 택한 것이다.

선병원은 다른 병원들이 환자 서비스에 관심을 두지 않던 30여 년 전부터 ‘환자 중심 서비스 경영’을 추구해왔다. 환자가 오면 직원들이 모두 일어나 인사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선병원 선승훈 의료원장은 “이번 증축의 초점은 ‘언제나 즉각 응대·설명하는 병원’ ‘암병원·뇌심장종합혈관병원’ ‘디지털스마트병원’을 실현하는 데 있다”며 “지역주민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믿고 찾을 수 있는 하이테크와 따스함이 잘 조화를 이루는 병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선병원은 지방 병원으로 유일하게 지난해 글로벌 헬스케어 유공 포상에서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5년 연속 수상이다. 해외 환자는 2012년 1000여 명에서 지난해 6000명을 넘었다. 또 한국 의료기관 최초로 유럽에 의료시스템을 수출한 데 이어 여러 나라에 병원 건립 및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유성선병원#수술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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